한국 남자 농구 대표팀 역사상 첫 외국인 사령탑으로서 12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일궈낸 니콜라이스 마줄스(46·라트비아) 감독이 모국 언론을 통해 한국 농구와 뜨거운 팬 문화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마줄스 감독은 최근 라트비아 유력 스포츠 매체 '스포르타센트르스'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우승 뒷이야기와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소회를 상세히 밝혔다. 마줄스호는 지난 9월 열린 대회 남자 농구 결승에서 홈팀 일본을 67-57로 꺾고, 2014 인천 대회 이후 12년 만에 아시아 정상 자리를 탈환했다.
금의환향 후 처음으로 휴가차 고국을 방문한 마줄스 감독은 한국 특유의 팬덤 문화에 가장 먼저 혀를 내둘렀다. 마줄스 감독은 "대회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의 환영 인파는 정말 비현실적이었다. 한국의 팬 문화는 믿기 힘들 만큼 높은 수준"이라며 "공항에 모든 방송사 취재진이 총출동했고, 입국장에만 200명이 넘는 팬들이 몰렸다"고 당시의 벅찬 감동을 전했다. 이어 "대표팀이 경기를 치르러 이동할 때마다 팬들이 공항까지 찾아와 선수들에게 선물을 건넨다. 이런 열정적인 문화는 유럽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놀라운 장면"이라고 극찬했다.
지도자로서 체감한 '한국 농구의 특성'에 대해서도 냉철하면서도 따뜻한 평가를 남겼다. 마줄스 감독은 "한국 선수들은 내가 경험해 온 유럽 선수들과 분명 다르다. 경기 흐름을 읽는 시야나 골밑에서의 신체적 접촉 능력은 다소 아쉬울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외곽 슛 능력만큼은 정말 독보적이고 훌륭하다. 끊임없는 슈팅 훈련을 바탕으로 코트를 넓게 쓰는 스페이싱 농구를 펼친다. 골밑 몸싸움에는 약점이 있을지 몰라도, 외곽에서의 경쟁력은 세계 유수의 팀들과 견주어도 밀리지 않는다"고 치켜세웠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마줄스 감독에게도 험난한 도전이었다. 대회 기간 내내 태풍으로 인한 침수, 열악한 컨테이너 임시 숙소 생활, 결승전 당일 훈련 버스가 오지 않는 초유의 행정 혼선까지 겪었다. 매체 역시 "한국은 참가국 가운데 가장 낮은 센터 신장을 가진 팀 가운데 하나였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줄스 감독은 외곽 자원인 이현중(26)을 적극적으로 골밑에 투입하는 파격 전술을 가동했고, 이현중이 결승전에서 무려 18개의 리바운드를 걷어내는 투혼을 발휘하며 역사를 완성했다. 대부분의 참가국이 귀화 선수를 데려온 가운데, 순수 국내 선수들로만 끈끈한 조직력을 구축해 일군 쾌거였다.
한국 특유의 병역 문제도 언급했다. 마줄스 감독은 "대회에 참가한 엔트리 12명 중 8명이 군 복무를 앞두고 있었다. 선수들에게 은메달은 아무 의미가 없었고, 그야말로 '생존'을 위해 코트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며 "나 역시 부임 당시부터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절대적 조건이었는데, 선수들과 하나로 뭉쳐 목표를 달성해 매우 기쁘다"고 웃었다.
한편 대표팀 부임 당시 유럽 클럽들의 러브콜을 뿌리치고 한국을 택했던 마줄스 감독은 "한국 농구는 시장 규모가 크고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가진 곳"이라며 앞으로도 한국 농구의 도약을 이끌겠다는 각오를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