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설렙니다. 늘 다시 오고 싶은 자리였습니다."
올 시즌 여자 프로배구 특징 중 하나는 '돌아온 사령탑들'이다. 김세진(52) 감독은 신생팀 SOOP 수퍼스 초대 감독으로 선임되며 7년 만에 프로팀 지휘봉을 잡았다. 권순찬(51) 감독도 정관장 감독으로 부임하며 3년 9개월 만에 현장으로 돌아왔다.
공교롭게도 SOOP은 지난 시즌 6위였던 페퍼저축은행을 인수해 새로 출범한 팀, 정관장은 지난 시즌 최하위였던 데다 불미스러운 일로 사령탑 교체가 이뤄진 팀이다. 저마다 반등이 절실한 팀들에, 오랜만에 현장에 돌아온 감독들이 부임한 것이다.
다만 '공식 데뷔전'에서는 김세진 감독도, 권순찬 감독도 모두 웃지 못했다. 김 감독이 이끈 SOOP은 11일 여수 진남체육관에서 열린 2026 여수·NH농협컵 한국배구연맹(KOVO) 프로배구컵대회 첫 경기에서 IBK기업은행에 0-3 완패를 당했다. 경기 전 "기술적인 부분은 앞으로 가야 될 길이 멀다. 처음부터, 바닥부터 시작한다는 생각"이라던 김 감독의 우려대로 시종일관 힘에 부치는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경기 후 김세진 감독은 경기 후 '희망'을 외쳤다. 그는 "강한 서브를 때렸을 때 흔들린 거 빼고는 사이드 아웃 등에 대한 이해도는 올라왔다고 본다. 수비 위치를 잡는 거나 커버 플레이 들어가는 움직임 등은 훈련했던 대로 나왔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외국인선수 오드리아나가 결장한 전력이라는 점 역시 앞으로 '김세진호' SOOP이 더 나아질 수 있을 거라는 기대로 이어졌다.
이어진 경기에선 권순찬 감독이 이끈 정관장이 흥국생명에 1-3 역전패를 당했다. 첫 세트를 따내면서 분위기를 끌어올렸으나 내리 세 세트를 내줬다. 4세트에서는 먼저 24점 고지에 오르고도 마지막 세트 포인트를 채우지 못한 채 듀스로 흘렀고, 마지막 순간 집중력이 떨어져 끝내 아쉬움을 삼켰다.
다만 권순찬 감독 부임 5일 만에 열린 경기인데도 흥국생명을 상대로 만만치 않은 저력을 선보였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 공교롭게도 정관장 역시도 부키리치가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채 이번 경기를 치렀다. 권순찬 감독은 "승패를 떠나 우려했던 것보다 선수들 손발이 잘 맞고 의욕적인 거 같다. 이제 저와 선수들이 맞춰가야 되는 시기다. 제가 하는 방식이 (기존과) 다를 텐데, 선수들이 많이 따라와 주려고 한다. 저도 앞으로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물론 시간은 더 필요하다. 권순찬 감독은 "4~6개월 정도는 시간이 더 필요할 거 같다. 공격적인 패턴부터 수비 패턴까지 다 완벽하게 바꾸려면 시간이 좀 필요하다"면서도 "어느 정도 해왔던 게 있기 때문에 장점은 그대로 두면서 단점부터 바꾸면서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금의 장점에 초점을 맞추되 서서히 자신만의 배구를 팀에 입혀가겠다는 의지다.
이날 김세진 감독은 "감독이라는 직책은 항상 무겁고, 부담스러운 자리"라면서도 "그게 또 제가 생각한 방향대로 가준다면 그만한 희열은 없을 거다. 그 방향을 가기 위해서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순찬 감독도 "많이 설렌다. 다시 늘 오고 싶은 자리였다.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감독으로서 새 출발에 남다른 의지를 드러냈다. 반등이 절실한 팀들과, 오랜만에 현장으로 돌아온 감독들의 동행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