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장 알바' 미모의 여대생→1497일 만에 첫 우승... "내가 할 수 있을까" 의심 털어낸 폭풍성장 비결 [고양 현장]

고양=안호근 기자
2026.10.12 07:02
정수빈이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크라운해태 PBA-LPBA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이미래를 꺾고 프로 데뷔 1497일 만에 첫 우승을 차지했다. 숙명여대 재학 중 당구장 아르바이트 대타를 계기로 당구를 시작한 정수빈은 2022-2023시즌 데뷔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우승 상금 4000만원을 획득했다. 정수빈은 지난 결승전의 실패를 교훈 삼아 수면 패턴을 조절하는 등 철저한 준비 끝에 이번 시즌 한 번 더 우승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수빈이 11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미래와 프로당구 2026-27시즌 4차 투어 '크라운해태 PBA-LPBA 챔피언십' LPBA 결승전에서 승리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PBA 투어 제공
정수빈이 11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미래와 프로당구 2026-27시즌 4차 투어 '크라운해태 PBA-LPBA 챔피언십' LPBA 결승전에서 승리 후 트로피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PBA 투어 제공

뒤늦게 시작했지만 누구보다 가파른 성장세를 그렸다. 정수빈(27·NH농협카드)이 프로 데뷔 1497일 만에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정수빈은 11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로당구 2026-27시즌 4차 투어 '크라운해태 PBA-LPBA 챔피언십' LPBA 결승전에서 이미래(30·하이원리조트)를 세트스코어 4-2(11-1, 11-10, 10-11, 11-7, 8-11, 11-5)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2022-2023시즌 프로당구 무대에 뛰어든 정수빈은 37번째 대회에서 4년 1개월 6일, 1497일 만에 첫 우승을 차지하며 우승 상금 4000만원까지 손에 넣었다. 우승 한 번으로 그동안 모은 상금 3550만원을 단숨에 역전했다.

숙명여대 통계학과를 다니며 평범한 대학 생활을 하던 정수빈은 친구의 아르바이트 대타로 방문한 당구장에서 운명이 바뀌었다. 당구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큐를 잡았다. 뒤늦게 시작했으나 남다른 재능을 발견한 정수빈은 1년 만에 프로당구 무대에 발을 디뎠다.

대학 졸업을 미뤄두고 나선 당구 선수의 삶에 빠르게 녹아들었다. 데뷔 시즌부터 16강에 오른 정수빈은 2024-2025시즌 4강으로 향했고 지난 2월 '웰컴저축은행 LPBA 챔피언십'에선 처음으로 결승에도 올랐다. 낯선 밤 경기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해 컨디션이 바닥이었고 풀세트 접전 끝에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정수빈이 11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미래와 프로당구 2026-27시즌 4차 투어 '크라운해태 PBA-LPBA 챔피언십' LPBA 결승전에서 스트로크를 하고 있다. /사진=PBA 투어 제공

당시 준우승자로 시상식에 나선 정수빈은 마이크도 없이 한마디를 하겠다며 "다음엔 꼭 우승하겠다"고 다짐했다.

올 시즌 3차례 대회에서 모두 16강에 오르지 못했지만 애버리지를 1.029까지 끌어올리며 꾸준한 상승세를 타고 있던 정수빈은 이번 대회 사고를 쳤다. 8강에선 지난 대회 우승자 박정현(하림)을 3-0으로 완파하고 4강에선 또 다른 영스타 한지은(에스와이)을 상대로 풀세트 혈투 끝에 승리한 뒤 결승 무대에 올랐고 5회 우승자 이미래를 상대했다.

1세트를 빠르게 따낸 정수빈은 2세트도 접전 끝에 가져왔다. 3세트를 아쉽게 내준 정수빈은 4세트 끌려가던 상황에서 역전하며 다시 승리를 가져왔다. 5세트는 이미래의 차지였으나 6세트 결국 챔피언십 포인트를 성공시키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나선 정수빈은 "16강까진 운 좋게 올라왔는데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면서 "LPBA에서 가장 좋아하는 플레이 스타일을 가진 박정현, 한지은 선수를 꺾고 올라와 우승할 수 있어 더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수빈은 "항상 우승을 바라왔다. 처음 시작했을 땐 아예 무지한 상태여서 막막했다. '내가 해낼 수 있을까?', '언제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순간을 기대하고 더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정수빈이 11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미래와 프로당구 2026-27시즌 4차 투어 '크라운해태 PBA-LPBA 챔피언십' LPBA 결승전에서 승리 후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사진=PBA 투어 제공

간절히 기다렸던 순간에도 눈물 대신 해맑은 미소로 일관했다. MBTI에서 감정형(F)이 아닌 사고형(T)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정수빈은 "'내가 우승했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면서도 "가장 먼저 생각난 건 하늘나라로 떠난 강아지였다. 훈련을 한다고 임종을 못 지켰다. 언급을 할까 하다가 눈물이 날까봐 안했다. 그리고 부모님이 떠올랐고 응원와주신 분들이 생각이 났다"고 전했다.

스스로도 성장세를 느낄 정도로 당구계가 주목하는 영스타다. 지난 시즌 영스타상을 수상한 정수빈은 "최근 컨디션이 굉장히 좋았다. 이번 대회에 기대를 갖고 임했는데 16강까진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서 '이렇게 무너지는구나' 생각했는데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라고 전했다.

지난 결승전 실패가 큰 자양분이 됐다. 정수빈은 "정말 도움이 많이 됐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경기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는데 그땐 컨디션 조절에 실패했다. 그게 너무 아쉬웠다"며 "이번엔 결승 진출한 뒤에 수면 패턴도 바꿨고 7시간 정도 수면을 했다"고 설명했다.

선의의 경쟁자인 박정현, 한지은 등 영건들의 존재는 정수빈에게 긍정적인 자극제가 되고 있다. "둘은 공을 잘 칠 뿐 아니라 안정감도 있고 배우는 게 많다. 동기부여도 된다"며 "내가 뒤늦게 당구를 시작했고 아직도 모르는 것 투성이다. 지금도 기초적인 부분을 채워나가려고 노력 중"이라고 강조했다.

한계를 뛰어넘었지만 여전히 우승은 너무도 힘든 과제다. "사실 우승은 너무 힘든 것 같다. 이번에 해보니 운도 많이 따라줘야 하고 그게 아니라면 실력이 월등해야 한다"며 "장담할 순 없지만 이번 시즌 한 번만 더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정수빈이 11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미래와 프로당구 2026-27시즌 4차 투어 '크라운해태 PBA-LPBA 챔피언십' LPBA 결승전에서 승리 후 우승자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전하고 있다. /사진=PBA 투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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