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가 1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정규시즌 최종전(4-7 패배)을 마친 뒤, 홈 구장과의 작별을 고하는 '잠실야구장 은퇴식(Our Time, Our Memories)'을 열었다. 이날 두산의 2026시즌 마지막 정규시즌 경기였기 때문이다.
경기 종료 후 두산 선수단은 1루 선상에 도열해 팬들과 마주했다. 김원형 감독과 주장 양의지, 정수빈, 이영하가 차례로 마이크를 잡고 한 시즌 동안 성원을 보내준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어 밤 하늘을 수놓은 불꽃놀이와 함께 공식 은퇴 행사가 시작됐다.
장내가 암전되자 전광판에는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영상이 차례로 흘렀고, 각 시대를 상징하는 레전드들이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가장 먼저 2010년대를 대표해 1루에서 등장한 김재호는 "서른을 앞두고서야 주전 유격수가 됐고, 이곳에서 두 번의 골든글러브와 세 번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며 "21년간 내야 깊숙한 곳에서 던진 공이 수천 번 닿던 곳이다. 그동안 고마웠다, 잠실"이라고 소회를 전했다.
이어 2000년대 '허슬두'의 주역 정재훈 현 1군 투수코치가 2루에 섰다. 그는 "넓은 잠실 그라운드는 늘 든든했다. 불펜 문을 열고 나가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잡던 순간은 잊을 수 없다"며 "동료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어 고마웠다"고 말했다.
3루에는 1990년대 '철인' 김형석이 자리했다. "최다안타왕과 95년 한국시리즈 우승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운을 뗀 그는 "잠실은 내게 집과 같았다. 추억의 한 켠이 사라지는 것 같아 먹먹하지만, 후배들의 더 좋은 터전으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팀의 초창기인 1980년대를 상징하는 '불사조' 박철순이 홈플레이트에 섰다. 박철순은 "이곳에서 뛴 지 벌써 40여 년이 흘렀지만 다치고 울고 웃던 순간들이 생생하다"며 "수많은 동료와 후배들이 쌓아온 시간들이 훌륭한 베어스를 만들었다. 더 좋은 환경을 위한 잠시만의 이별이라 생각한다"고 담담히 인사를 건넸다.
이날 행사의 상징적인 장면은 홈플레이트 전달식이었다. 박철순, 김형석, 정재훈, 김재호 등 네 명의 레전드가 함께 홈플레이트를 들어 올려 현역 주장 양의지에게 전달했다. 오랜 역사를 품고 새로운 구장으로 이전하겠다는 선포의 의미가 담겼다.
이후 잠시 이어진 침묵의 시간과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의 'Bravo, My Life' 축하 공연, 기념사진 촬영이 차례로 진행됐다. 마지막으로 그라운드를 거쳐 간 모든 선수와 관계자들의 이름을 담은 에필로그 영상이 송출되며, 40여 년간 이어진 잠실야구장과 베어스의 동행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