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서울월드컵경기장, 정승우 기자] "오늘 끝냈으면 좋겠습니다."
김기동 FC서울 감독이 10년 만의 K리그1 우승 확정을 앞두고 간절한 마음을 드러냈다.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마음으로 경기를 준비했다고 밝혔지만, 홈 팬들 앞에서 우승을 결정하고 싶다는 뜻만큼은 분명했다.
FC서울은 24일 오후 2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강원FC와 하나은행 K리그1 2026 33라운드 맞대결을 펼친다.
서울은 현재 승점 66점(20승 6무 6패)으로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2위 울산 HD(승점 50)와 격차는 16점이다. 이날 강원을 꺾으면 승점 69점에 도달하며 남은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2016년 이후 10년 만의 K리그1 우승을 확정한다.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김기동 감독은 평소보다 특별한 긴장감을 느끼고 있느냐는 질문에 "사실 별로 다르지 않다. 제가 감정이 없는 사람인가 싶기도 하다"라며 웃었다.
이어 "오늘은 마음속으로 꼭 결정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다. 그렇다고 다른 경기보다 더 긴장하거나 특별히 신경을 쓰지는 않았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선수단의 분위기를 다잡는 것이 오히려 더 큰 고민이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조금 들떠 있는 느낌은 있다. 계속 그런 분위기를 잡으려고 몇 경기째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구단에서도 마케팅 등을 위해 우승했을 때 필요한 여러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선수들 역시 조금 떠 있는 것 같다. 저는 계속 그런 분위기를 누르려고 한다. 저까지 들뜨면 안 될 것 같아서 그 부분을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승을 향한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선수들이 경기에만 집중하도록 관리하고 있다는 의미다.
김 감독은 올 시즌 초반 팬들의 야유와 비판을 받았던 상황도 돌아봤다.
그는 "결과가 좋지 않으면 감독은 비난을 받아야 하는 자리다. 그런 것들은 항상 감독이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큰 의미는 없다. 결국 성과를 냈을 때 좋은 평가가 돌아오는 것이다. 그런 부분을 항상 마음속에 두고 지금까지 왔다"고 강조했다.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는 데에는 경험 많은 선수들의 역할도 컸다. 김 감독은 "(송)민규도 있었고, (문)선민이와 (김)진수도 있다. 전북에서 우승을 많이 경험했던 선수들이다. 시즌 중 어려움이 있었을 때 선수들이 가진 경험을 바탕으로 서로 잘 소통하면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팀의 리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보여주는 한 해가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날 서울은 선발 명단에서 변화를 줬다. 최근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던 후이즈가 클리말라와 함께 공격진에 이름을 올렸고, 이상민도 선발로 나섰다.
김 감독은 두 선수를 선택한 이유를 직접 밝혔다. 먼저 이상민에 대해서는 "사실 거의 2년 동안 아파서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재활을 이어갔다. 그런데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 출전하면서 점차 컨디션이 올라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상황에서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경기장에 들어가 자기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가 상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선발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후이즈의 선발 출전에는 외국인 선수 출전 규정과 최근 경기력이 영향을 미쳤다.
김 감독은 "후이즈는 외국인 선수 문제 때문에 계속 데리고 다니지 못했다. 그러나 ACL에서 꾸준히 경기를 뛰었다. 현재 컨디션만 놓고 보면 후이즈가 가장 좋은 선수이기 때문에 오늘 선발로 넣었다"라고 밝혔다.
최근 리그에서 꾸준히 득점하고 있는 클리말라와 컨디션이 좋은 후이즈를 동시에 투입해 강원의 골문을 공략하겠다는 선택이다.
올 시즌 최우수선수(MVP) 경쟁에 관한 질문도 나왔다.
김 감독은 "아직 그런 부분은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시즌이 끝나지 않았고, 오늘 우승을 확정하더라도 결국 모든 일정이 끝나야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우리 팀에는 좋은 역할을 해주는 선수들이 정말 많다. (정)승원이와 (김)진수, (구)성윤이, 클리말라도 있고 바베츠도 공격포인트는 많지 않지만 팀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누가 MVP를 받아야 할지는 시즌이 끝난 뒤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에게 이번 우승은 지도자 생활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는 "제가 세운 계획 안에서 하나씩 이루어진다는 것이 감사하다. 감독으로서 목표를 가지고 한 단계씩 올라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이번 우승을 이룬다면 또 다음 목표를 위해 준비해야 한다. K리그 우승 역시 제가 세운 목표로 가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올 시즌이 마냥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김 감독은 선수층 문제를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그는 "경기에 많이 나서는 선수들과 그렇지 못한 선수들의 격차가 컸다. 감독으로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다행히 큰 부상자 없이 여기까지 온 것이 저에게는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예상하지 못했던 ACL2 일정 역시 선수단 운영에 부담을 줬다. 김 감독은 "올해는 사실 ACL2에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구단과 상의해 현재 전력 안에서 최대한 준비해 시즌을 시작하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ACL2 출전이 결정되면서 어려움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에도 아시아 대회에 나가기 때문에 구단과 계속 소통하고 있다. 구단도 올해 많은 것을 느꼈을 것이고 저 역시 마찬가지다. 내년에는 더 좋은 스쿼드를 준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자연스럽게 재계약에 관한 질문도 이어졌다. 김 감독은 "계속 좋은 방향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당장 재계약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우승에 집중하고 있다. 이런 것들이 모두 이루어진다면 재계약 문제도 급진전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김 감독의 가족들도 찾아왔다. 김 감독은 "가족들이 올라왔다. 사실 2024년 인천과의 첫 경기에 왔다가 그날 비겼다. 그 이후로 한 번도 경기장에 오지 않았는데 오늘 다시 왔다"라고 밝혔다.
김 감독은 경기 전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길게 답하지 않았다.
"오늘 끝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끝냈으면 좋겠습니다."
시즌 초반의 비판부터 선수단 운영의 어려움까지 여러 고비를 넘어온 김기동 감독이다. 이제 서울을 이끌고 10년 만의 정상 등극을 눈앞에 뒀다.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지만, 이날만큼은 우승을 결정하고 싶다는 바람을 숨기지 않았다.
김기동 감독과 FC서울이 홈 팬들 앞에서 10년의 기다림을 끝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