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갈등·분풀이 방화 매년 20% 웃돌아
전문가 "위험 징후 조기 개입·재범 관리해야"

개인적 갈등을 이유로 불을 지르는 방화 범죄가 잇따르는 가운데 방화범 5명 중 1명 이상이 대인 갈등이나 분풀이, 적대감 때문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범행 전 위험 징후를 조기에 파악하고 출소 후에도 재범 위험자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6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물 2곳에 불을 질러 19명을 다치게 한 70대 이모씨는 개인적 원한을 이유로 범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씨는 경찰에 "특허법인이 사기를 쳐 겁을 주고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는 2022년 12월에도 같은 곳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이겠다고 위협해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개인적 원한이나 갈등을 이유로 불을 지르는 방화 범죄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지난 7월 경북 경산시에서는 아파트 관리 문제로 갈등을 겪던 70대 남성이 관리사무소에 불을 질러 본인 포함 5명이 숨졌다. 지난해 5월에는 서울지하철 5호선 열차 안에서 60대 남성이 이혼소송 결과에 불만을 품고 방화해 23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에 이송됐다.

분노 표출을 목적으로 방화를 저지르는 피의자는 매년 전체의 20%를 웃돈다.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방화 범죄 피의자 891명 가운데 204명(22.9%)이 대인 갈등이나 분풀이, 특정 집단·사회에 대한 적대감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 부주의·과실(144명), 정신이상(68명), 호기심·스릴·재미 추구(57명), 경제적 이익 추구(12명) 등 다른 범행 동기보다 높은 수치였다.
2024년에는 방화 피의자 960명 중 229명(23.9%), 2023년에는 1095명 중 241명(22%)이 대인 갈등이나 분풀이, 적대감을 이유로 범죄를 저질렀다.
전문가들은 개인의 피해의식이 대형 참사로 이어지지 않도록 조기에 개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배상훈 우석대 경찰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개인의 억울함이나 피해망상을 방화로 표출해 상황을 바꾸려는 경우가 있다"며 "정신질환을 겪는 이들의 분노가 범죄로 이어지지 않도록 이를 교정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과정에서 파악한 위험 징후를 공유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배 교수는 "의료진이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하면 치료를 위한 입원을 검토하고, 폭력 위험이 큰 경우 국립정신건강센터 등 관련 기관과 연계해 사전에 위험을 막을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범행 이후 재범을 막기 위한 보호관찰 체계 마련도 과제다. 현행 제도에서는 재범 위험이 있는 방화범을 지속적으로 관리·감독할 수단이 제한적이다.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의 경우 관련법에 따라 성폭력·유괴·살인·강도·스토킹 등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 부착할 수 있지만 방화 범죄는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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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경기대 범죄교정심리학과 교수는 "정신질환이 있는 상태에서 방화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지만, 현행 제도에서는 형기를 마치면 관리가 끝난다"며 "방화범도 처벌 이후 치료와 감독이 이어질 수 있도록 입법을 검토하고, 부족한 보호관찰관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