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눈물겨운 부상 투혼이 월드시리즈 벼랑 끝 탬파베이 레이스를 살렸다. ‘거포’ 주니어 카미네로(23)가 다리를 절뚝이면서도 전력 질주하며 잠자던 팀을 깨웠다.
탬파베이는 지난 2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스버그 트로피카나필드에서 열린 2026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WS) 4차전에서 연장 12회말 벤 윌리엄슨의 끝내기 안타로 밀워키 브루어스에 4-3 역전승을 거뒀다. 4전 전패로 끝날 뻔한 상황에서 기사회생했다.
2-2 동점으로 맞선 연장 12회초 밀워키 쿠퍼 프랫에게 솔로 홈런을 맞아 승부가 넘어가는가 싶었지만 12회말 탬파베이의 반전이 또 있었다. 선두타자 카미네로가 3루 땅볼을 치며 변수가 발생했다. 밀워키 3루수 조이 오티즈의 송구가 낮게 떨어졌고, 1루수 제이크 바우어스가 이를 잡아내지 못했다. 송구 실책으로 카미네로가 1루를 밟았다.
1루로 뛸 때부터 카미네로는 정상적인 움직임이 아니었다. 다리에 통증이 있는지 절뚝이고 있었고, 1루에 나간 뒤에도 표정이 일그러졌다. 밀워키의 투수 교체 때 1루 덕아웃으로 들어가 교체될 줄 알았는데 다시 1루로 돌아온 카미네로는 다음 타자 리암 힉스의 좌중간 안타 때 2루를 지나 3루까지 전력 질주했다.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3루에 들어가며 투베이스를 내달렸다.
통증을 참고 뛴 카미네로 덕분에 탬파베이는 무사 1,3루 찬스를 잡았다. 그제야 대주자 세드릭 멀린스로 교체된 카미네로는 다리를 절뚝이며 덕아웃으로 들어왔다. 조니 델루카의 중전 적시타로 3-3 동점을 만든 탬파베이는 챈들러 심슨의 중전 안타로 계속된 무사 만루에서 대타 윌리엄슨이 밀워키의 내야 전진 수비를 뚫고 우측에 빠지는 끝내기 안타를 치며 극적으로 이겼다.
‘ESPN’을 비롯해 현지 언론에 따르면 경기 후 카미네로는 “거의 3개월 정도 발에 통증을 안고 있다. 오늘 발을 세게 내딛는 바람에 통증이 생겼다”며 5차전 출장 여부에 대해 “발이 부러져도 100% 뛸 것이다”며 부상 투혼을 예고했다. 케빈 캐시 탬파베이 감독도 카미네로에 대해 “한쪽 다리로라도 내일 경기에 뛸 것이다. 내가 꼭 그렇게 만들 것이다”고 거들었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3루수 카미네로는 탬파베이를 대표하는 간판 타자. 지난해 45홈런을 터뜨리며 잠재력을 폭발했고,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 한국전에도 2타수 2안타 1타점으로 활약하며 도미니카공화국의 7회 콜드게임(10-0) 승리를 이끌었다. 당시 2회 류현진(한화 이글스)에게 선제 1타점 2루타를 때렸는데 지면에서 불과 0.61피트(18.6cm) 높이로 떨어진 낮은 커브를 무릎 굽혀 받아쳐 놀라움을 자아냈다. 2023년, 2026년 WBC에서 나온 장타 중 가장 낮은 높이의 공을 친 것이었다.
올해도 162경기 타율 2할7푼6리(616타수 170안타) 42홈런 101타점 OPS .885로 활약하며 탬파베이를 월드시리즈로 이끈 카미네로는 누구보다 승부욕이 넘친다. 역전패를 당한 2차전에서 허술한 수비로 실수를 연발하자 덕아웃에서 동료들을 향해 소리치며 화내는 듯한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혀 화제가 됐다.
경기 후 카미네로는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에너지를 되찾게 하려고 한 것이다. 밀워키 같은 팀을 상대로 아웃을 잡아야 할 때 잡지 못하면 역이용을 당한다. 그래서 ‘아웃을 잡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이런 무대에 뛰어본 적 없는 선수들의 압박감을 이해하지만 이건 우리 본모습이 아니다”고 말했다.
3차전에선 카미네로도 3루에서 아쉬운 수비를 반복하며 탬파베이가 1-10 대패를 당했다. 하지만 4차전 시즌이 끝날 수 있는 마지막 이닝에 보여준 부상 투혼으로 침묵 중이던 탬파베이 타선을 일깨웠다. 탬파베이 대반격의 서막이 될 수도 있는 질주였다.
지난해까지 역대 7전4선승제 월드시리즈에서 1~3차전 패배를 당한 25개 팀 중 4차전을 승리한 팀은 1910년 시카고 컵스, 1937년 뉴욕 자이언츠, 1970년 신시내티 레즈, 2024년 뉴욕 양키스 등 4개밖에 없었다. 이들도 모두 5차전에서 지며 우승이 좌절됐다. 과연 탬파베이가 월드시리즈 최초로 1~3차전 3연패 이후 2연승으로 반격할 수 있을지, 부상 투혼을 예고한 카미네로에게 또 시선이 간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