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현이가 잘하다 가끔 이상한 짓을 해요. 아까도 자책하길래 내가 봐줬다."
생애 첫 한국시리즈(KS)에서 홈런포를 터트린 KT 위즈 안현민(23)이 동갑내기 마무리 박영현(23)에게 유쾌한 일침을 날렸다. 4년 전 신인 시절 함께 시구와 시포를 했던 두 친구가 한국시리즈 첫 경기부터 승리를 합작했다.
안현민은 3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2026 신한 SOL KBO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1차전에서 3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2타수 1안타(1홈런) 2볼넷 2타점 2득점으로 활약했다.
KT는 안현민을 비롯해 한승택(32), 김현수(38)의 홈런 3개를 앞세워 삼성을 8-7로 꺾었다. 역대 42차례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 승리 팀이 우승한 사례는 31차례(73.8%)였다.
8-0까지 앞섰음에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던 경기였다. 삼성은 7회초 구자욱의 투런포와 이재현의 2타점 적시타 등을 묶어 5점을 뽑아냈다. 8회초에도 김성윤의 적시타로 추격하자 KT는 8-6으로 앞선 1사 만루에서 마무리 박영현을 조기 투입했다.
박영현은 류지혁을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했지만, 김현준 타석에서 폭투를 범해 3루 주자 구자욱의 득점을 허용했다. 단 한 점 차로 쫓긴 상황에서 김현준의 홈런성 타구마저 좌측 담장 근처에서 잡혔다. 박영현은 9회까지 책임지며 가까스로 승리를 지켰다.
경기 후 안현민은 "우리는 영현이가 있기 때문에 잘할 거라고 생각했다. 보시다시피 잘했다"면서도 "그런데 저런 폭투 같은 건 좀 안 했으면 좋겠다. 가끔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 잘하다가 가끔 이상한 짓을 하더라"고 웃었다. 이어 "일부러 그러지는 않겠지만 아까 얘기하니까 자책을 하긴 하더라. 자책하길래 내가 봐줬다"고 덧붙였다.
이런 농담이 가능한 데는 오랜 인연이 있었다. 두 사람은 2003년생 동갑내기이자 2022년 KT 입단 동기다. 박영현은 1차 지명, 안현민은 2차 4라운드 전체 38순위로 KT에 입단했다. 당시 입단 환영식에서 함께 시구와 시포를 맡았고, 중학교 시절부터 친분을 이어왔다.
먼저 1군에서 자리 잡은 박영현은 리그 정상급 마무리로 성장했고, 안현민도 지난해 신인왕과 출루율왕, 외야수 골든글러브를 휩쓸었다. 지난 8월 NC 다이노스전에서는 포수 출신 안현민이 오랜만에 마스크를 쓰고 박영현과 배터리를 이뤄 승리를 지켜내기도 했다.
그렇게 함께 성장한 두 친구가 이번에는 한국시리즈에서 나란히 활약했다. 안현민은 1회말 1사 3루 첫 타석에서 삼성 선발 최원태에게 볼넷을 골라 출루했고, 샘 힐리어드의 좌중간 2루타 때 홈을 밟아 첫 한국시리즈 득점을 기록했다.
3회말에는 선두타자 김민혁의 대형 2루타로 만들어진 무사 2루에서 최원태의 체인지업을 공략해 좌측 담장을 살짝 넘기는 비거리 105m의 투런포를 터트렸다. 개인 통산 포스트시즌 첫 홈런이자 이번 한국시리즈 1호 홈런이었다. 최원태는 이 홈런을 허용한 뒤 양창섭과 교체됐다. 안현민은 4회말에도 볼넷을 골라 출루했다.
안현민은 "실투를 놓치지 않는다기보다는 내 감정 상태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생각을 많이 하기보다 단순하게 타석에 들어간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돌아봤다.
홈런을 치고도 곧바로 뛰지 않은 이유도 있었다. 안현민은 "(그렇게 담장을 살짝 넘어간 홈런이) 내가 제일 좋아하는 홈런이다. 그런데 연습 때부터 공이 잘 안 날아가는 느낌이었다. 바람도 안쪽으로 부는 것 같았다"며 "그래서 세 발 정도 걷다가 뛰었다. 홈런인 줄 알고 걷다가 다른 상황이 나오면 안 되니까"라고 웃었다.
3주간 실전 공백에도 8점을 뽑아낸 타선에는 만족감을 나타냈다. 안현민은 "한 선수에게 치중되지 않고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하면서 점수를 냈다. 홈런 3개로 많은 점수를 낼 수 있었다. 내일부터는 하루하루 더 좋아질 것 같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