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146㎞ 빠른 공이 무릎을 직격했다. 한동안 일어나지 못할 정도의 고통이었다. 하지만 끝까지 달린 김지찬(25)의 투혼에 삼성 라이온즈가 한국시리즈(KS) 원정에서 귀중한 1승을 챙겼다.
김지찬은 4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6 신한 SOL KBO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2차전에 1번 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1안타 1득점 1삼진으로 삼성의 3-2 역전승을 이끌었다.
전날(3일) 1차전에서 7-8로 패했던 삼성은 시리즈 전적 1승 1패로 균형을 맞추고 대구로 향했다. 경기 초반 김지찬의 방망이는 조용했다. 9회까지 4타수 무안타에 그쳤고 대신 9회말 수비로 팀을 구했다.
상황은 이러했다. 양 팀이 1-1로 맞선 9회말 1사 2루에서 한승택의 타구가 중견수 앞으로 애매하게 떨어졌다. 자칫 안타가 됐다면 2루 주자 허경민의 끝내기 득점까지 이어질 수 있는 상황. 여기서 김지찬은 몸을 날리는 슬라이딩 캐치로 타구를 잡아냈다.
정작 김지찬은 이 수비에도 아쉬움이 있었다. 그는 경기 후 "스타트를 잘못 끊었다. 뒤로 움직였다가 빨리 앞으로 가야 했는데 그때 내 몸무게가 체감상 200㎏ 넘게 나가는 것 같았다"며 "충분히 잡을 수 있는 타구였다. 잡고 나서는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고 돌아봤다.
타석에서도 승부가 연장으로 접어들면서 존재감이 드러났다. 연장 10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김지찬은 KT 투수 스기모토 코우키의 초구 시속 146㎞ 커터에 무릎을 정통으로 맞았다. 충격에 쓰러진 김지찬은 한동안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그러나 김지찬은 물러나지 않았다. 김성윤의 희생번트 때 절뚝이던 다리로 2루까지 뛰었고, 르윈 디아즈의 우전 적시타가 터지자 다시 홈을 향해 전력질주했다. 시속 146㎞ 공에 무릎을 맞고도 만들어낸 삼성의 2-1 역전 득점이었다.
김지찬은 "처음에는 다리가 떨리더라. 뛸 수 있을까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괜찮아졌다"며 "어떤 동작을 할 때는 불편했지만, 힘이 들어갈 때나 뛰는 데는 크게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전에 출루하지 못했기 때문에 1번 타자로서 무조건 출루해야 했다. 맞았을 때 아프기는 했지만 좋았다. 다행히 점수도 나서 좋았다"고 말했다.
승리까지는 또 한 번의 고비가 있었다. 삼성은 10회말 디아즈의 수비 실책으로 만루 위기에 몰렸고, 김현수가 원태인을 상대로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내면서 2-2 동점이 됐다.
김지찬은 "사실 내가 (10회) 득점하고 나서 이기겠다고 생각했는데 1승이 정말 어렵다는 걸 느꼈다.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구나 싶었다"며 "그래도 역전까지 당하지 않아 다행이었다. 빨리 다시 점수를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첫 안타를 연장 11회초 2사에서 신고했다. 좌전 안타를 터트린 김지찬은 김성윤의 중전 안타에 3루까지 내달렸다. 비록 후속타가 터지지 않아 득점하지 못했지만, 무릎 통증에도 적극적인 주루를 이어갔다.
끝내 승부는 12회초에 갈렸다. 1사 1, 2루에서 이재현의 땅볼을 처리하던 KT 2루수 오윤석의 송구 실책이 나왔고, 2루 주자 디아즈가 홈까지 파고들어 결승점을 만들었다. 삼성은 12회말 배찬승이 삼자범퇴로 경기를 마무리하며 승리를 확정했다.
김지찬은 "12시가 넘어서 다음 날이 되더라도 무조건 이기고 싶었다. 그만큼 간절했다"며 "어제는 긍정적인 걸 생각할 수 있는 경기라지만, 어쨌든 졌기 때문에 잊어버리고 오늘 경기에 임했다. 오늘은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경기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또 졌으면 더 불리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겨서 다행이다. 대구에서 당연히 끝내고 싶다. 여기(수원)든 어디든 우리가 우승했으면 좋겠다"고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