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임 첫해 수원 삼성을 3시즌 만에 K리그1 무대로 복귀시킨 이정효 감독은 감격하기보다 명가 재건을 향한 냉정한 현실과 당찬 포부를 강조했다.
수원은 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2 2026 32라운드 홈경기에서 두비츠카스의 전반 헤더 선제골과 후반 르본의 바이시클 킥 원더골을 묶어 용인FC를 2-0으로 완파했다.
이로써 수원은 K리그2 최소 2위를 확보하며 잔여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자력으로 K리그1 다이렉트 승격을 확정했다.
이정효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전술적인 부분보다 홈에서 반드시 승격을 결정짓겠다는 선수단의 의지가 강했다"며 "그 의지 덕분에 팀이 하나로 뭉쳐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경기장을 가득 채워주신 팬분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드린 것 같아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승격 소감을 밝혔다.
구단과 팬들이 3년간 간절히 염원했던 1부리그 승격을 이뤄냈고 K리그2 우승도 유력해졌지만, 이 감독은 여전히 담담했다. 그는 "큰 느낌은 없다. 많은 팬이 승격을 원하셨지만, 수원은 이제 첫발을 내디딘 것뿐"이라며 "K리그1에서는 훨씬 더 수준 높은 경기를 치러야 하고 더 많은 팬이 찾아오실 것이다. 기대에 보답하려면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다시는 수원 삼성이라는 명문 구단이 2부리그로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단단하고 꾸준하게 노력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승격을 확정했음에도 잔여 시즌에 대한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다음 목표를 묻자 "남은 두 경기 다 승리하는 것"이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올 한 해를 돌아보며 구단 구성원들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이 감독은 "어린 선수들과 홍정호, 고승범을 굳게 믿었다. 경기를 치를수록 경험치가 쌓였고, 선수들이 성장하면 반드시 좋은 팀이 될 것이라 확신했다"며 "어려움도 있었지만 여름에 아낌없이 투자해주신 대표님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헌신해 준 프런트 덕분에 잘 버텨낼 수 있었다"고 공을 돌렸다.
젊은 주축 수비진의 다음 시즌 경쟁력에 대해서는 채찍질을 멈추지 않았다. 이 감독은 "고종현이나 이건희 등은 현재 실력으로는 K리그1에서 통하기 어렵다. 동계훈련 때 더 성장시켜야 하고 경쟁력 있는 선수 영입도 필요하다. 비시즌 동안 치열하게 노력하고 더 분발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앞으로 수원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도 확고한 철학을 밝혔다. 이 감독은 "매 경기 이기려고 해야 하고, 그러려면 골을 넣어야 하며, 골을 넣기 위해선 훈련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결과도 중요하지만 수원이 다시 명문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틀을 만들었다. 내년에도 K리그1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 등 더 높은 곳을 향해 과정을 충실히 밟아가겠다"고 다짐했다.
끝으로 축구계의 편견을 깨온 지도자로서의 소신과 각오를 거침없이 드러냈다. 이 감독은 "선수 시절 화려한 커리어가 없었기에 이런 도전을 이어올 수 있었다. 커리어가 부족해도 치열하게 노력하고 실력을 키우면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선수 시절의 나와 같은 처지에서 지도자를 꿈꾸는 분들이 나를 보고 힘을 얻으셨으면 좋겠다. 그동안 편견의 시선으로 바라보던 이들을 실력으로 눌러주고 편견의 천장을 하나씩 깨뜨리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선수 시절에는 약했을지 몰라도 지도자로서의 지금은 결코 약하지 않다. 이제 당당히 K리그1 승격을 이뤄냈고, 수원 삼성이라는 빅클럽을 이끌며 어떤 명장들과도 당당하게 맞붙을 수 있다. 감독으로서의 커리어는 지금부터 진짜 시작이다. 앞으로 내가 지도하는 제자들 속에서도 훌륭한 지도자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계속해서 치열하게 증명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