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축 선수들의 부상이라는 악재마저 사자 군단의 맹렬한 기세를 꺾을 순 없었다. 위기 속에서 오히려 하나로 뭉친 삼성 라이온즈가 무려 12년 만에 감격스러운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삼성은 8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2026 신한 SOL KBO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12-1 대승을 거두며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마침내 우승을 확정 지었다. 지난 2014시즌 이후 무려 12년 만에 한국시리즈 왕좌를 탈환하는 순간이었다.
화려한 피날레였지만, 그 이면에는 잇몸으로 버텨낸 선수단의 '눈물겨운 투혼'이 자리하고 있었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삼성은 가장 믿을 수 있는 카드였던 핵심 마무리 김재윤이 갑작스러운 우측 전거근 근육 및 근막 손상 부상으로 이탈하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마주했다. 한 이닝이 소중한 단기전에서 불펜의 핵심이 빠진다는 건 치명타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삼성에는 '토종 에이스' 원태인이 있었다. 원태인은 팀의 위기를 막기 위해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스윙맨' 역할을 자처하며 마운드에서 눈부신 헌신을 보여줬다. 에이스의 묵묵한 희생은 곧 선수단 전체를 깨우는 기폭제가 됐다.
야수진 역시 '투혼' 그 자체였다. '43세 베테랑' 최형우는 팀을 위해 기꺼이 글러브를 끼고 선발 좌익수로 출전하는 몸 바친 수비 투혼을 발휘했다. 체력적 부담이 극심한 상황에서도 후배들을 이끌며 외야의 한 축을 든든하게 책임졌다. 여기에 부상으로 이탈했던 캡틴 구자욱마저 기적처럼 그라운드로 복귀해 타선에 무게감을 더했다. 구자욱 역시 구단 트레이닝파트의 기적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무엇보다 팬들의 감동을 자아낸 것은 안방마님 강민호였다. 뼈저린 옆구리 부상으로 인해 배트를 쥐고 정상적인 스윙조차 불가능한 최악의 상태였다. 하지만 데뷔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향한 간절함 하나로 극심한 통증을 참고 마스크를 썼고, 기어코 투수들을 리드하며 우승의 순간을 함께했다.
누구 하나 온전치 않은 상황이었지만, 누군가 쓰러지면 다른 누군가가 그 빈자리를 완벽하게 메웠다. 김재윤의 이탈을 막아낸 원태인의 스윙맨 헌신을 시작으로 43세 최형우의 수비 투혼, 그리고 구자욱과 강민호의 부상 투혼까지. 12년 만의 정상 탈환이라는 기적을 완성한 삼성의 2026년 가을은 '진정한 원팀'이 무엇인지 증명한 가장 감동적인 드라마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