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한 조부를 기리고 파킨슨병 환우들을 돕기 위해 마라톤 풀코스 완주에 도전했던 24세 전직 대학 필드하키 유망주가 결승선을 단 3.5km 남겨두고 쓰러져 숨지는 비극이 일어났다. 극심한 근육 파괴 속에서도 아버지에게 마지막 문자를 남기며 끝까지 달렸던 청춘의 안타까운 사연이다.
미국 매체 '폭스 뉴스'는 최근 "24세의 레이첼 아파가 지난 1일 열린 뉴욕 마라톤에 참가해 달리던 중 희귀 근육 질환에 따른 합병증으로 쓰러져 결국 사망했다"며 "결승선을 불과 3.5km 앞둔 지점에서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6시간이 넘는 의료진의 사투 끝에 숨을 거뒀다"고 보도했다.
고인의 아버지 스티브 아파에 따르면 대학 시절 디비전1 필드하키 선수로 활약했던 레이첼은 평소 완벽한 건강 상태와 신체 조건을 유지하고 있었다. 대회 당일 아버지 스티브와 어머니 미셸 아파는 현장을 직접 찾아 딸을 응원했다. 약 22.5km 지점까지만 해도 어머니가 촬영한 영상 속 레이첼은 활짝 웃으며 달리고 있었다.
특히 고인은 쓰러지기 직전 아버지에게 고통을 호소하는 절박한 문자를 보냈던 것으로 드러나 안타까움을 더했다. 약 29km 지점에 도달한 레이첼은 아버지에게 고통을 호소하는 "아야"라는 짤막한 문자를 보냈다. 이어 약 1.6km를 더 달린 약 30.5km 지점에서 다시 아버지에게 "아파, 아파"라며 비명에 가까운 문자를 연달아 전송했다.
약 37km 지점에서 아버지는 딸을 북돋우기 위해 "마지막 구간이다"라는 응원 문자를 보냈지만, 레이첼은 끝내 답장을 보내지 못했다. 결승선을 불과 3.5km 앞둔 약 38.6km 지점에서 결국 의식을 잃고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현장에 있던 일반 시민이 즉시 심폐소생술을 실시했고 대회 의료진이 제세동기를 사용해 응급 처치를 이어갔다. 레이첼은 마운트 시나이 메디컬 센터로 긴급 이송돼 의료진이 6시간 넘게 살리기 위해 사투를 벌였지만, 끝내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 스티브는 "도저히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다"며 오열했다.
최근 찰스턴 서던 대학교에서 MBA 과정을 시작했던 레이첼은 어린 시절 자신의 롤모델이자 운동의 즐거움을 알려줬던 조부가 파킨슨병 투병 끝에 2022년 별세하자 조부를 추모하고 파킨슨병 퇴치 연구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번 마라톤에 도전했다. 고인의 숭고한 뜻에 동참한 기부금은 5만 5000달러(약 7600만 원)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대회를 주최한 뉴욕 로드 러너스는 공식 성명을 내고 "어제 레이스 이후 전해진 참가자의 비보에 깊은 슬픔을 감출 수 없다. 유가족과 친구들, 러닝 커뮤니티 전체에 진심 어린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주최 측에 따르면 뉴욕 마라톤에서 의료 사고로 참가자가 사망한 것은 2024년 이후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