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오릭스 코퍼레이션이 제안한 현대증권 인수 관련 투자를 거절했다. 오릭스는 인수 구조를 바꾸고 보장 금리를 올려 국민연금에 투자를 다시 요청했으나 연거푸 퇴짜를 맞았다.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오릭스는 올초현대증권인수를 위한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후 자신들이 조성할 펀드에 연 6% 금리(선순위)를 보장하는 조건으로 국민연금에 투자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최근 투자 구조를 변경, 금리를 연 9%대로 올려 다시 투자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릭스는 당초 자베즈파트너스와 손잡고 사모펀드(PEF)를 두개로 나눠 현대상선과 자베즈, 나타시스은행 등이 보유한 현대증권 지분(36.9%)을 1조800억원에 매입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우선 오릭스 PEF가 현대상선(특수관계인 포함)의 지분 22.6%를 6600억원에 매입하고, 자베즈 PEF가 나머지를 4200억원에 사들이는 구조다.
오릭스는 차입금 없이 직접 2000억원을 투자하고, 현대상선이 2000억원을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6600억원의 자금을 모을 방침이었다. 나머지 2600억원에 대해선 신규로 인수 펀드를 조성해 국내기관에서 자금을 끌어온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신규 펀드의 앵커(주요) 투자자로 유치하려고 했던 국민연금이 투자를 거절하면서 이같은 자금조달 구조에 문제가 생겼다. 국민연금은 투자 수익성과 별개로 현대그룹이 거래 이후에도 자신들이 다시 회사를 찾아오는 파킹성 거래를 지원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릭스는 현대그룹이 추후 건전성을 회복하면 현대증권을 찾아갈 수 있는 우선매수권을 조건으로 현대상선의 2000억원 후순위 재투자 합의를 이끌어냈다.
오릭스는 기대했던 국민연금이 거래에 참여하지 않아 26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성하는 게 어려워지자 기존 제안을 변경해 차입금(인수금융)을 쓰는 방향으로 인수 구조를 바꾸기로 했다. 새로운 구조는 현대상선의 재투자(2000억원)는 그대로 둔 채 1500억원의 자금을 인수금융(선순위)으로 조성하고, 1800억원을 펀드(중순위)로 국내 연기금 등 기관 투자가 시장에서 조달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오릭스의 투자금은 2000억원에서 1300억원으로 감소했다.
오릭스는 이를 바탕으로 국내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펀드의 금리를 9%대로 높이고 국민연금에 투자를 재요청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사학연금은 물론 상당수의 연기금과 공제회들도 오릭스의 제안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