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킹성' 현대證 인수투자, 국민연금도 손사래

'파킹성' 현대證 인수투자, 국민연금도 손사래

심재현 기자, 최동수 기자
2015.04.06 06:54

차입 無에서 有로 선회…금융당국 대주주 변경 승인 통과 여부도 우려

국민연금이 오릭스 코퍼레이션의 현대증권 인수 관련 투자 제안을 두 번이나 거절한 배경에는 '파킹딜'(지분을 매각했다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되사는 거래방식) 등 인수구조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의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대기업 그룹사의 부적절한 구조조정으로 의심되는 거래를 지원할 수 없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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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오릭스 인수구조 변경, 현대그룹 1200억 잠재손실

오릭스는현대증권인수협상에서 현대그룹이 5년 뒤 경영권을 되살 수 있는 콜옵션을 보장했다. 오릭스가 지분을 매각할 경우 우선적으로 매입할 수 있는 권리다.

오릭스는 또 현대증권 인수를 위해 조성하는 펀드에현대상선(20,500원 ▼250 -1.2%)이 후순위 지분투자로 2000억원을 재투자하도록 했다. 지분 인수가 완료되면 경영권은 오릭스가 행사하지만 현대그룹이 재투자와 콜옵션을 통해 향후 오너십을 되찾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현대그룹은 오릭스의 인수 후에도 자신들의 경영 대리인인 윤경은 사장을 재임시키기로 했다. 사실상 국민연금 자금으로 자신들의 계열사는 놓치지 않고 돈을 끌어다 쓰겠다는 것이다.

이런 구조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국민연금의 투자 거절에도 드러나듯 상당히 부정적이다. 현대그룹이 이사 추천권을 갖고 현대증권 경영에 계속 참여한다는 점은 거래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하는 수준이다.

오릭스가 국민연금의 투자 거부로 인수금융 차입을 동원하기로 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됐다. 인수구조를 변경하면서도 현대상선의 후순위 지분투자 규모는 2000억원선을 유지한 것은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사실상 보장해주기 위한 조치라는 지적이다. 현대상선의 지분투자 규모가 줄어들면 추후에 현대그룹이 경영권을 되사올 때 재무부담이 커질 수 있다.

당초 현대상선은 오릭스가 조성하는 인수펀드에 2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하지만 인수구조가 바뀌게 되자 오릭스는 현대상선이 현대증권 인수를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에 650억원, 오릭스가 조성한 인수펀드에 1350억원을 투자하는 복잡한 구조를 동원해 현대상선의 투자규모를 기존과 같은 수준으로 맞췄다.

오릭스는 지난해 9월 현대로지스틱스 인수 당시에도 현대그룹의 지분투자를 보장했다. 당시 오릭스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보유한 지분 12.04%를 비롯해 현대상선, 현대글로벌, 현대증권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친 89%를 인수했다. 현대상선은 이 거래에서 후순위 지분투자자로 참여했다.

다만 현대로지스틱스 거래에서는 오릭스가 콜옵션 우선권을 공동투자자로 참여한 롯데그룹에 줬다. 롯데그룹이 먼저 콜옵션을 행사하면 현대로지스틱스를 가져가게 되는 구조다. 현대로지스틱스 거래와 달리 현대증권 거래에서는 매각 당사자인 현대그룹에 콜옵션을 줬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현대증권 매각은 재벌이 자신들의 우호세력에 계열사를 맡겼다 되찾는 방식의 파킹성 매각이라는 지적을 받는다"며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굳이 이런 거래를 지원해 구설수에 오를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이 현대증권 2대 주주인 자베즈파트너스와 현대그룹간 파생상품계약(TRS)의 존재를 불편하게 여겼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수구조에 따라 TRS가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인수펀드 등록 과정에서 문제가 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TRS 계약은 현대증권 주가가 기준가격(주당 8500원) 이상으로 오르면 현대상선이 수익의 80%를 가져가고 기준가격 이하로 내려가면 주당 5000원까지 현대상선이 손실을 보전하도록 돼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사모펀드(PEF)가 대주주와 파생상품계약을 활용해 추가수익을 보장받는 계약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연기금 관계자는 "파킹딜 가능성이 제기되는 데다 금융당국의 승인 여부를 두고 우려까지 나오는 등 구설수가 이어지는 거래에 국민연금이 참여하기는 쉽지 않다"며 "국민연금이 퇴짜를 놓은 투자에 다른 연기금이나 공제회가 뛰어들기도 여의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릭스가 처음에 차입 없이 현대증권을 인수하겠다고 했는데 투자자 모집이 어려워지자 우리은행과삼성증권(107,500원 ▼1,200 -1.1%)으로부터 1500억원을 조달하는 구조로 변경한 것도 문제가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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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현 특파원

머니투데이 뉴욕 특파원입니다. 뉴욕에서 찾은 권력과 사람의 이야기. 월가에서 워싱턴까지, 미국의 심장을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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