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웨이퍼 제조 계열사인 LG실트론을 3년 내에 기업공개(IPO)에 협조하기로 약속하면서 이 회사를 둘러싼 주주 갈등이 해결점을 찾게 됐다. 일본계 PEF(사모투자펀드)인 오릭스는 우리은행 등 보고펀드 채권단과 KTB PE(프라이빗에퀴티)가 가진 LG실트론 지분 49%를 넘겨받아 LG(51%)에 이어 2대주주에 오르게 된다.
2일 M&A(인수·합병) 업계에 따르면 오릭스와 LG는 지난 반년 간 진행해온 LG실트론 지분 투자에 관한 주주간 협상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LG가 IPO를 약속하고 사외이사 의석을 분배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협조하기로 하면서 오릭스의 경영 참여를 일부 인정한 것이 협상의 물꼬를 텄다. 오릭스는 이르면 올 상반기 중 LG와 주주간 협약을 구체화하고 우리은행과 KTB PE 등 기존 49% 주주단과 개별 매매협상을 시작해 올 3분기 내에 거래를 모두 마치기로 했다.
오릭스가 LG에 요구한 건 크게 3가지다. 첫째는 투자금을 향후에 회수할 수 있도록 3년내 IPO를 주주간 협약으로 명문화하는 것이다. 둘째는 비중 있는 지분을 인수하는 만큼 사외이사 의석수를 1~2석은 확보하는 것이다. 셋째는 중요한 경영상 의사 결정을 내릴 때 2대주주인 오릭스와 협의하도록 동의권을 얻는 것이다.
당초 LG는 오릭스의 요구를 거부했다. 오릭스가 취득할 LG실트론 지분이 LG와 무관한 49% 소수분이라 이해당사자들간의 거래에 낄 이유가 없다는 논리였다.
LG는 그러나 지난해 보고펀드가 경영진과 회사를 상대로 2011년에 상장 중단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자 적잖은 부담을 느꼈다. 보고펀드가 우리은행 등 채권단에 LG실트론 지분 29.4%를 압류당하고 소송전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질 수 있어서다. LG는 구본무 회장의 과거 경영판단이 문제로 불거지고 브랜드 이미지가 퇴색하는 것을 우려했다. 고민하던 LG는 보고펀드가 오릭스 매매거래를 전제조건으로 소송포기의사를 나타내자 이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오릭스는 LG와 협상을 마무리하면 우리은행과 먼저 29.4% 지분 매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보고펀드는 이 지분을 4250억원에 매입했는데 이중 자신들의 원금 2000억원은 기업가치 하락으로 전액 손실 처리했다. 보고펀드에 29.4%를 담보로 2250억원을 빌려준 우리은행 등은 대출금을 근거로 지분을 압류했다. 우리은행은 LG실트론 지분 29.4%를 약 2000억원 안팎에 매각할 것으로 보인다.
오릭스는 이후 KTB PE와 KTB PE의 채권단인 농협, 대구은행과 매매를 논의할 계획이다. KTB PE는 보고펀드와 달리 대출금 상환에 관한 부도를 내지 않아 협상 주도권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LG실트론의 기업가치가 떨어진데다 KTB PE가 연장한 대출금 만기일도 올해 말까지 얼마 남지 않아 우리은행과 거래금액에 준해 협상이 타결될 것으로 보인다.
오릭스는 2007년에 보고펀드와 KTB PE가 동부그룹으로부터 7078억원에 사들였던 LG실트론 지분 49%를 3500억원 안팎에 사들일 것으로 보인다. 오릭스는 3500억원의 자금 중에서 자신들이 500억원에 안팎을 대고 나머지는 우리은행 등 채권단에서 차환하는 식으로 거래를 진행할 예정이다. 오릭스는 대신 3000억원의 대출이자에 관해서는 3년 이상의 납부를 확약하는 거래구조를 이미 협의해 놓은 상태다.
거래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오릭스는 1000억원 이하의 자금으로 2007년에 7000억원대에 거래됐던 LG실트론 지분 49%를 확보하는 셈"이라며 "반도체 경기가 개선되고 LG실트론 IPO가 3년 내에 성공하면 상당한 차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