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기습공격한 엘리엇의 '3대 미스테리'

반준환 기자, 김남이 기자, 김은령 기자
2015.06.04 17:01

지분 7%확보 후 10%까지 단계적으로 올릴 가능성 있어

삼성그룹 계열사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결의한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물산 본사 앞을 직원들이 지나고 있다.

삼성물산지분 7%를 보유한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반대하면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제동이 걸렸다. 업계에서는 엘리엇의 반대를 시작으로 연쇄적인 반대 입장이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지분 7.12%(1112만주)를 경영참여의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4일 공시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 지분 4.95%를 보유하고 있다가 지난 3일 2.17%를 추가 확보했다.

◇엘리엇, 기습적인 지분공시=엘리엇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합병 계획안은 삼성물산의 가치를 상당히 과소평가 했을 뿐 아니라 합병조건 또한 공정하지 않다”며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에 반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엘리엇의 반대가 합병 및 지배구조 개편에 반대하는 투자자들이 결집하는 신호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합병에서 삼성물산의 가치가 저평가됐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와 함께 엘리엇은 지분경쟁에 따른 주가상승으로 단기적인 시세차익도 노릴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표면적의 이유와 달리 엘리엇의 진짜 '노림수'가 무엇인지 명확치는 않다. 일단 삼성물산 주식을 언제부터 샀는지, 그리고 정확한 매수단가와 지분율을 7%로 맞춘 배경 등 3가지 이유가 뚜렷이 밝혀지지 않았다.

엘리엇은 4일 지분보유 보고서를 통해 삼성물산 지분 7.12%의 매수단가가 6만3500원이라고 밝혔으나, 이는 3일 장내에서 추가 매집한 2.17%의 단가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매수한 5%의 지분은 그 시기가 명확치 않다는 얘기다. 2013년부터 현재까지 삼성물산 주가는 5만원 초반에서 7만원 후반까지 밴드를 형성하고 있다. 엘리엇이 저가에 주식을 매수했으면 삼성이 제시한 삼성물산 매수청구권 행사가격(5만7234원)도 수용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반면 지난해 평균주가였던 7만원대 중반에서 주식을 샀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삼성물산 주가가 더 올라야 차익을 거두고 한국을 떠날 수 있다. 이런 상황이면 제일모직과 합병을 어떻게든 저지하는 액션을 취하는 게 유리하다.

◇전문가들 "주가올려 차익실현하려는 의도"=헤지펀드의 공격은 은밀히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엘리엇은 공연시작을 알리듯 지분보유 보고서와 보도자료까지 언론에 배포하며 요란을 떨었다.

삼성그룹과 시장의 관심을 유도해 어떻게든 주가를 올리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게 인수합병(M&A)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지분을 5% 미만으로 유지하다가 하루만에 7%대로 늘린 것도 치밀한 계산이 깔려있다는 지적이다.

한 헤지펀드 관계자는 "엘리엇이 삼성물산 주식을 4.95%까지 천천히 매입하다가 5% 넘는 순간에 최대치를 사서 7% 만들었다"며 "정황상 10%까지 지분을 살 여력도 충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분율이 10%까지 늘면 대주주 의무 등이 생겨서 행동에 제한이 생기니 중간선인 7%를 맞췄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이어 "결국 엘리엇은 10% 직전까지 주식을 살 텐데, 이 때 까지는 조금씩 지분을 늘려 주가상승을 유도할 것"이라며 "합병을 반대하고 싶었다면 주총 이전에 반대의사를 서류로 제출하면 되는데 언론플레이를 한 것도 시세차익 노리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주주 불만 교묘히 이용=엘리엇의 합병 반대 소식에 증권업계에서는 "올게 왔다"는 시각이다. 가뜩이나 제일모직과의 합병이 삼성물산에게 불리하다는 주주들의 불만이 있었던 터에, 이를 교묘히 이용해 이슈화하는데 성공했다.

제일모직과 합병할 삼성물산의 주당가치는 5만5767원으로, 전체 기업가치는 8조원대 수준으로 평가돼 있다. 전반적으로는 "제일모직과의 합병 시너지를 주목해야한다"는 의견이 많았으나, 한편에선 "삼성물산의 가치를 지나치게 낮게 봤다는 지적도 상당했다.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는삼성전자지분(4.1%) 가치만 8조원에 달하는데다 삼성SDS 지분(17.1%)가치(3조7500억원)만 더해도 11조원이 훌쩍 넘어간다는 것이다. 이외에도제일기획(12.6%),삼성엔지니어링(7.8%) 등의 지분이 있다.

한 주주는 "토지가치 등을 더하면 사실상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거저 가져가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며 "다만 제일모직과 합병으로 인한 위상제고와 시너지 등에서는 부외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엘리엇은 이런 문제를 대대적으로 이슈화시킨 후, 중립적인 스탠스를 갖고 있던 주주들의 포섭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국내기관은 빼더라도 32.1%에 달하는 외국인 지분이 여기에 가세하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증권업계는 엘리엇이 합병 무산을 바라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적당한 선에서 삼성측과 협상해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을 높여 주가 차익을 얻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엘리엇은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헤지펀드로 1977년 설립됐다. 엘리엇어소시에이츠와 엘리엇인터내셔널 두 가지의 펀드를 운영하고 있으며 전체 운용자산은 260억달러(약29조원)에 달한다. 이번 삼성물산에 투자한 펀드는 엘리엇어소시에이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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