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찬성하기로 하면서 합병 성공에 청신호가 켜졌다. 국민연금은 합병비율 논란에도 불구하고 외국계 투기자본에 의한 국부 유출 우려와 투자수익률 측면에서 합병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단독주주로는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의 이번 결정으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국민연금의 이번 찬성 결정은 다른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의결권 결정에도 잣대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민연금, 투자수익률·국부유출 우려에 찬성 정한 듯=국민연금은 10일 투자위원회를 열고삼성물산과제일모직합병에 대해 찬반 결정을 내렸지만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해 세부 내용은 오는 삼성물산의 주주총회 이후에 공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중요한 단초인 이번 합병이 국민연금의 결정에 달려 있는 상황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민연금 관계자들에 따르면 합병에 찬성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서도 국민연금이 결정을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로 미룰 경우 지금까지 전례를 봤을 때 반대 가능성이 높은 반면 직접 결정을 내릴 경우 찬성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기로 결정한 것은 투자수익률을 우선적으로 감안했기 때문이란 평가다. 합병이 무산될 경우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핵심주라는 프리미엄과 기대가 반영됐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주가가 급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합병 발표 이후 제일모직 주가는 6.7% 상승했고 삼성물산은 15% 올랐다.
전용기 현대증권 연구원은 "합병 발표 후 주가를 보면 시장은 이번 합병이 제일모직보다 삼성물산에 유리하다고 평가한 것"이라며 "합병이 부결될 경우 삼성물산 주가는 그간의 상승폭을 모두 반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합병 무산시 삼성전자 등 다른 삼성 계열사 주식도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국민연금은 삼성전자 8%, 삼성전기 5.06%, 삼성SDI 8.2% 등 삼성 주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이들의 주가 움직임에 따라 투자수익률이 큰 영향을 받는다.
합병 찬성 결정으로 외국계 자본의 공격에 따른 국부 유출 논란도 피할 수 있게 됐다. 시장에서는 삼성물산 합병을 반대하고 나선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전형적인 투기성 '먹튀' 펀드라는 우려 섞인 시선이 지속돼 왔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 산정이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단도 국민연금의 찬성 결정에 힘을 실어 줬다. 앞서 법원은 합병비율이 부당하다며 엘리엇이 제기한 주주총회 소집통보 및 결의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천군만마' 얻은 삼성그룹..합병 가능성 높아져=국민연금의 찬성으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국민연금의 찬성은 국내 기관투자가의 결정에 잣대가 될 것으로 보여 단순 보유지분 11%의 의미를 넘어선다는 평가다.
현재 삼성물산 의결권 지분은 범 삼성이 13.82%, 우호세력인 KCC가 5.96%, 국민연금이 11.21%, 국민연금 외 국내 기관투자가가 11.05%를 보유하고 있다. 엘리엇 등 외국인 지분이 33.53%고 기타 소액주주 지분은 24.43%다.
국민연금의 가세로 확실한 찬성 의결권은 31.99%로 늘었다. 국내 기관투자가(11.05%)도 찬성표를 몰아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경우 찬성표는 43.04%에 달한다. 주총 참석률을 80%로 가정할 때 합병을 위해 삼성물산이 확보해야 하는 지분은 53.34%다.
한편, 삼성물산 합병을 앞두고 구성된 소액주주 연대는 국민연금의 합병 반대를 촉구했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합병을 찬성할 경우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또 삼성물산 우선주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