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수술혁명, 서울대병원 '1호벤처' 메디컬아이피 시장에 나온다

반준환 기자
입력 2017.03.23 04:29 수정 2017.03.23 04:29

꿈모닝CEO]박상준 메디컬아이피 대표(서울대학교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편집자주] [꿈모닝 CEO 인터뷰]꿈을 향해 도전하는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회사도 소개받고 비전도 공유하는 인(人)터뷰를 시작합니다. 회사의 내용과 비전을 공유하는 계기가 되리라 기대합니다.
서울대학교병원 의료진들이 메디컬아이피에서 만든 장기 모형을 실제 흉부외과 수술에 활용하는 모습/사진제공=서울대학교병원

의사들이 수술을 미리 해보고 수술실에 들어갈 수 있다면 얼마나 치료율이 높아질까.

이에 대한 해답을 찾아낸 서울대학교병원이 원내 벤처(SNUH Venture) 1호 기업 '메디컬아이피(MEDICALIP)'를 통해 관련 기술을 국내외 의료계에 본격적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서울대학교병원은 2년 전부터 간 이식이나 간암 수술을 받을 환자를 대상으로 흥미로운 실험을 해왔다. 환자의 장기를 고스란히 복제한 모형을 3D 프린터로 만들어, 수술 전 의료진에게 넘겨준 것이다.

실제 간 모습은 물론 내부에 복잡하게 얽혀있는 여러 혈관까지 완벽히 구현한 것이었다. 정상적인 간 조직은 투명하게 만들었고 암 부위는 성격에 따라 노란색, 초록색 등으로 입혀졌다. 여기에 동맥과 정맥은 각각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만들었다.

◇10년 연구개발…서울대병원 내부에서만 쓰던 기술, 시장 보급= 이 모형은 실리콘 재질의 혼합 재료로 만들어져 실제 간이 지니고 있는 촉감과 탄력까지 재현했다. 메스를 댄 모의수술도 가능하다. 외과, 영상의학과, 정형외과, 임상병리과 등에서 10년 이상 연구 개발한 기술을 토대로 한 결과물이다.

서울대학교병원 원내벤처 '1호기업' 메디컬아이피가 제작한 인체 장기모형/사진제공=서울대학교병원

결과는 놀라웠다. 예전에는 의료진이 암 부위를 정확히 찾아내는 확률이 85% 내외였는데, 이 모형을 사용한 결과 98.8%까지 올라갔다. 세계 최초 연구 결과는 지난해부터 국내외 중요 의료학회에 보고됐고 학술지에도 공식 등재될 예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식약처는 지난달 27일 해당 기술과 관련된 메디컬아이피의 소프트웨어 기술을 국내 1호 '의료 3D 프린팅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로 인증하며 서울대학교병원에 대중화를 서둘러 달라고 당부까지 했다.

이 기술은 MRI(자기공명영상), CT(컴퓨터단층촬영) 등으로 찍은 환자 몸 안의 2차원(2D) 영상을 입체영상(3D)으로 바꾼 후 이를 3D프린터로 프린팅해내는 원리다.

박상준 서울대학교병원 영상의학과 교수가 의료진과 공동연구로 개발한 것인데, 그는 서울대학교병원 의료기기혁신센터 부센터장과 2015년 9월 설립된 메디컬아이피 대표를 역임하고 있다.

유사한 기술은 기존에도 있었다. 영상변환 프로그램은 머티리얼라이즈(벨기에)가 만든 미믹스(Mimics) 등이 있었고 3D 프린터는 미국의 스트라타시스, 3D시스템즈 등의 기기가 있다.

그러나 이들은 3D 영상변환 속도가 느리거나 모형제작까지 몇 주의 시간이 소요되는 등 단점이 많다. 실제 모형이 만들어져도 재료 선택에 한계가 있어 딱딱한 형태의 모형만 만들어진다. 모의 수술을 해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여기에 가격도 비싸 일반 병원에서는 사용하기 어렵다.

반면 메디컬아이피의 경우 장기에 따라 영상변환이 5분 안팎에 불과하고 모형 제작까지 하루면 가능하다.

◇MRI CT의 3D 영상구현, 3D 프린터까지 자체개발= 메디컬아이피는 △영상변환 프로그램 메딥(MEDIP) △모형제작 서비스 아나텔(ANATDEL) △모형제작 전용 3D 프린터 유니봇 제로(UNIBOT ZERO) 등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박 대표는 "기존 3D 영상변환 소프트웨어의 경우 첫해 사용료가 3만 달러가 넘고 이후에도 유지비가 만만치 않은 등 의료진 부담이 크다"며 "우리는 의료현장 경험을 토대로 물리, 수학, 컴퓨터공학 등을 결합해 우월한 기능에 가격도 저렴한 제품을 만들어 냈다"고 설명했다.

이 제품들은 미국 FDA(식품의약국)와 유럽 CE인증 절차를 밟고 있고 국내에서는 환자 맞춤형 투명 장기모형이라는 기술로 관련 분야 1호 특허를 받았다. 정부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이 가능한 벤처기업으로 인정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메디컬아이피를 'K-글로벌300'에 선정했고 중소기업청은 벤처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팁스(TIPS, 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 프로그램에 포함 시켰다.

메디컬아이피 대표를 맡고 있는 박상준 서울대학교병원 영상의학과 교수(서울대학교병원 의료기기혁신센터 영상의료기기 명품화지원실장 겸)/사진제공=서울대학교병원

박 대표는 대학 시절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석박사를 의대 협동과정에서 마쳤다. 진로를 고민하던 중 우연한 기회에 서울대 의대 선임연구원으로 일하게 됐는데 전공을 살려 영상의학 분야에서 다양한 성과를 내왔다.

그는 "MRI, CT는 기본적으로 2차원 단면 영상이어서 의사들이 머릿속으로 3차원 영상을 상상해 그려야 한다"며 "때문에 의사 들마다 이를 재구성하고 환부를 찾는 실력에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영상에서 환부를 정확히 찾는다고 해도, 막상 실제 수술에 들어가면

지방질, 혈액 등에 가려 내부가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혈관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환자도 많은데, 환부 제거 과정에서 혈관이 다치면 큰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고 언급했다.

이런 문제에 대한 고민이 3D 영상변환 프로그램 개발의 출발이었고, 나아가 장기복제 모형까지 만들게 된 계기로 작용했다.

◇수술 성공률 높여주는 모의수술뿐 아니라 의료교육·상담까지 적용 가능= 그는 "현재 보유한 기술을 활용하면 사전 모의수술이 가능하고, 환자들에게 수술계획을 알려주기도 쉬워진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술 실패율을 획기적으로 낮춰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메디컬아이피 기술은 인체의 간뿐 아니라 신장, 폐, 뇌 등 모든 장기는 물론 다양한 뼈 모형까지 만들 수 있다. 의사들의 모의수술과 의과대학의 교육과 환자상담에 광범위하게 활용될 수 있다. 또 이 기술을 사람뿐 아니라 동, 식물에도 활용할 수 있다.

박 대표는 "심장혈관 확장 스텐트 시술도 혈관모형을 통해 연습해볼 수 있다"며 "의료진 수술 실력 향상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는 의료 VR(가상현실) 시스템도 내부적으로 개발이 마무리 됐다"고 밝혔다.

서울대학교병원에서는 해외 의료업체들과 벤처 캐피탈 업계의 반응이 뜨겁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유럽과 중국, 미국 등 각국에서 제품 수입을 위해 한국을 찾아 메디컬아이피를 접촉하고 있다.

메디컬아이피는 유럽 CE, 미국 FDA 등에서 인증을 받는 대로 공식 수출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또 벤처 캐피탈의 투자유치도 막바지 단계다.

박 대표는 "서울대학교병원 원내 벤처이기 때문에 의료진과의 현장 협업뿐 아니라 연구 개발이 자유롭게 이뤄진다는 강점이 있다"면서 "사업이 본격화되면 매출 중 일부는 저소득층 희귀난치병, 소아암 등 환아를 위한 기부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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