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코스피 시장 시가총액 5위 자리에까지 올랐던아모레퍼시픽이 최근 30위권 밖까지 밀려났다. 2016년 사드 배치 이후 실적이 나빠지면서 주가가 절반 이하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화장품 대장주 자리마저 경쟁사인LG생활건강에 내준 상황이다.
올해 2분기 실적 역시 좋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고, 증권가는 아모레퍼시픽의 목표주가를 낮추는 등 부정적인 전망을 이어가고 있다. 당분간 회복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중론이다. 방문판매로 화장품 업계의 신화를 일궜던 아모레퍼시픽의 부활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화장품 방문판매의 시초=아모레퍼시픽의 모태는 1945년 9월 세워진 태평양화학공업사다. 태평양화학공업사의 출발은 1932년 개성에서 창업주 고 서성환 회장의 어머니인 고 윤독정 여사가 여성들이 머리카락 손질에 사용하는 동백기름을 가내 수공업으로 만들어 판 것으로 알려져있다.
1964년 서성한 회장이 경영을 맡아 새로운 영업시스템인 '방문판매'를 만들어 낸다. 여성 판매원의 가정방문 판매를 통한 가격정찰제 및 판매구역 준수 방식으로 화장품 업계의 유통 시스템을 바꿔 놨다. 이때 방문 판매용으로 선보인 화장품 브랜드가 ‘아모레(AMORE)’다. 방문 판매 도입 후 1970년대 말까지 연평균 30~60%의 매출 신장을 가져왔다.
2006년에는 태평양화장품, 생활용품, 식품사업 부문이 인적 분할돼 아모레퍼시픽이 설립된다. 아모레퍼시픽의 주요 브랜드로는 설화수, 헤라, 아이오페, 한율, 라네즈, 마몽드, 리리코스, 프리메라 등이 있다. 이중 설화수는 2009년 국내 화장품 중에서 처음으로 단일 품목 매출액 5000억원을 넘어선다. 회사 매출액 중 90%가량을 화장품이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는 생활용품과 차(茶) 사업인 오설록 매출로 이뤄져있다.
서경배 회장은 1997년 태평양 시절부터 대표이사를 역임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최대주주는 아모레퍼시픽그룹으로 지분이 35.40%에 달하는데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최대주주는 서 회장으로 53.9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서 회장은 아모레퍼시픽의 지분 역시 10.72%를 보유하고 있는 2대 주주다.
◇中 사드 이후 반등 없는 내리막=아모레퍼시픽의 전성기는 2016년 말 한국에 사드가 배치되기 전까지다. 중국 시장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높은 성장세를 이어오던 아모레퍼시픽은 2016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5조6454억원, 8481억원을 기록했다. 2016년 상반기 영업이익만 7000억원이 넘는다.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실적을 바탕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간다. 2014년 초 100만원대에 불과했던 아모레퍼시픽은 2015년 액면분할 단행 직전 388만4000원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액면가 5000원에서 500원으로 주식분할을 결정한 이후에도 주가는 상승했고 2015년 7월 45만5500을 찍는다. 액면분할 전 주가로 환산하면 주당 가격이 455만원이다. 시가총액은 24조원을 넘어 코스피 시총순위 5위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사드배치 이후 실적과 함께 주가는 내리막을 탔다.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이후인 2017년 매출액은 2016년 대비 9.24% 감소한 5조1238억원, 영업이익은 29.68% 급감한 596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영업이익이 19.18% 더 하락한 4820억원을 보였다. 주가는 2016년 말 32만1500원에서 지난해 말 20만9500원까지 하락했다.
이같은 역성장은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연결 기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9.8% 감소한 878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조3931억원으로 3.7% 증가했다. 증권업계 기대에 한참 못미친 어닝쇼크다.
어닝쇼크의 배경으로는 △면세점과 디지털을 제외한 대부분의 채널에서 매출액이 감소한 점 △중국 성장성이 1분기에 이어 2분기(3%~4%)에도 한 자리 수에 그쳤는데, 설화수의 30%(디지털100%성장)대 고성장에도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이니스프리의 6~7% 역신장으로 수익성 감소한 점 △전사적으로 마케팅 비용이 전년대비 38%(국내33%, 중국 46%) 증가해 고정비 부담이 커진 점 등이 꼽힌다.
2분기 실적발표 이후 주가는 13만원까지 하락,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이는 주가가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전인 2014년 초 수준이다. 시가총액은 지난 2일 기준 7조6288억원으로 고점 대비 17조원가량 감소했고, 시총 순위는 31위까지 내려왔다. 반면 경쟁사인 LG생활건강은 시총 20조를 수성하며 시총순위 8위를 지키고 있다.
◇실적 회복 기미도 보이지 않아…"보수적 접근" 조언=마케팅 등 비용을 늘렸지만 의미 있는 성장률 회복이 보이지 않자 증권업계에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하반기에도 좋아지긴 어렵다고 보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조미진, 임수경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쟁업체들이 중국에서 고성장을 보이고 있는 반면, 동사의 경우 비용 대비 낮은 매출 성장률을 보이고 있어 브랜드력 제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며 "지금 같은추세가 지속될 경우 향후 실적 개선 속도도 기대보다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손효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하반기에는 상반기 대비 마케팅 비용이 축소되고 전년 하반기 일회성 비용 반영으로 이익 베이스 부담이 낮지만, 궁극적으로 면세점을 제외한 부진한 유통채널과 브랜드를 단기간에 타개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전문가들은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실적 전망을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박은정, 이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은 2016년 매출 감소 추세에 접어든 아리따움 채널의 구조조정, 이니스프리 다음의 중국외형을 견인할 브랜드 구축 등에서 시기를 놓쳤다"며 "해답은 희미하며,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손 연구원도 "면세점과 중국 법인도 글로벌 및 중국 로컬 경쟁사들의 공격적인 확장으로 의미 있는 점유율 상승이 녹록치 않다고 예상한다"며 "근본적인 브랜드 및 유통 채널의 수요 회복이 보이기 전까지는 보수적인 접근이 유효하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