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환원의 꽃 '자사주 소각'…9000원→4.5만원, 주가 불 붙었다

홍순빈 기자
2022.04.21 13:33

[MT리포트]K-주식이 달라진다②

K-주식이 달라지고 있다. 그간 한국 기업들은 배당으로 '주주 달래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최근 선진국 기업과 같이 대규모 자사주 소각을 단행하며 적극적 주주환원에 나서는 기업이 나타난다.

자사주 소각은 자사주 매입보다 더 강력한 주주환원 정책으로 꼽힌다. 자사주 매입은 기업 스스로 자사 주식을 매수하는 것을 뜻한다. 유통되는 공급 주식 물량을 줄인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기업이 매입한 자사주를 필요에 따라 대량으로 매각할 수 있다는 게 차이점이다. 이 경우 주가가 다시 하락해 기존 주주들의 이익 개선에 큰 도움을 주진 못한다. 반면 '자사주 소각'은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발행 주식수를 줄여 주당순이익(EPS)를 높여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올초부터 기업들은 기존 주주들에게 가치를 환원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워 자사주 소각을 단행했다. 카카오(3000억원), 미래에셋증권 (1741억원), KB금융(1500억원), 금호석유(1500억원), 신한지주 (1500억원) 등이다.

애플도 자사주 102조원 태웠다…주가 '쑥쑥'

자사주 소각은 주주환원 정책의 꽃으로 불린다. 주주들의 투자금으로 기업활동을 하고 벌어들인 영업이익을 주주들에게 환원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룬다는 의미에서다.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상장사들은 또한 주가 부양, 안정화 수단으로 자사주 소각을 활용한다.

애플은 지난해 9월 약 855억달러(102조원) 정도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했다. 이후 주가가 130달러 선에서 170달러 선까지 상승했다. 올초 (1월3일) 애플의 시가총액은 세계 최초로 3조 달러를 돌파했다.

김세환 KB증권 연구원은 "한국 주식의 총 주주 환원율(순이익 대비 배당, 자사주 매입·소각 비율)이 지난 10년간 26% 수준이었다면 미국은 87%였다"며 "미국은 자사주 소각률이 70%를 넘고 자사주를 매입한 뒤 되팔거나 이를 소각하지 않을 경우 주주들에게 소송당할 정도"라고 했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자사주 소각을 통해 적극적으로 주주환원에 나선 기업들이 있었다. 지난해 '메리츠 3형제'라고 불리는 메리츠금융지주, 메리츠증권, 메리츠화재는 각각 1500억원, 3400억원, 2082억원의 자사주 소각을 단행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해 1월 주가가 9000원 선을 유지했는데 올해 초 4만5000원 선까지 뛰었다.

이제껏 한국 기업들은 자사주 소각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KB증권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국가별 총 주주환원율은 미국이 89%인 반면 한국은 28%에 그쳤다. 대주주들의 입장에선 '내 돈'이 없어진다는 인식 때문에 자사주 소각 자체를 꺼렸다. 주가가 하락하면 누적잉여금을 배당금으로 지급하면서 소액주주 달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실제 지난해 코스피, 코스닥 시장에서 자사주 매입을 한 기업은 총 283곳이나 자사주 소각을 한 기업은 25곳이다. 그중에서도 즉시 소각을 단행한 곳은 8곳이고 나머지는 전년도에 취득했던 자사주를 소각한 곳들이다. 전문가들은 선진국처럼 기존 주주들에게 이익이 돌아가면서 기업도 투자자금을 모을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그간 대주주가 기업의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이익을 주주들에게 나눠주지 않는 등 주주환원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건 사실"이라며 "기업과 함께 장기성장을 도모하는 주주들이 늘어날 수 있도록 미국식 주주 환원정책을 따라가는 게 좋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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