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결단' 빗썸의 수수료 전면 무료 정책을 두고 가상자산 업계 시선이 쏠렸다. 지난 8월부터 매주 10종씩 일부 가상자산만 무료 수수료 정책을 진행할 때까지만 해도 업계는 반신반의했다. '반짝 효과에 그칠 것, 얼마 가지 못한다'는 부정적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빗썸은 일부에서 그치지 않고 모든 가상자산 거래 수수료를 무료로 돌렸다. 신규 고객 유치에 사활을 건 셈이다.
5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24시간 거래대금 기준 업비트 1조934억원, 빗썸 3316억원, 코인원 290억원, 코빗 24억원, 고팍스 21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른 원화마켓 점유율을 계산해보면 업비트가 74%, 빗썸 22%, 코인원 2% 이외 고팍스와 코빗이 1%대 미만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빗썸 점유율은 현재 20%를 넘어가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빗썸의 수수료 전면 무료화 정책이 시작되면서 점유율 상승에 어느 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빗썸은 전날 오후 6시부터 빗썸의 총 265종의 가상자산 거래수수료를 기존 0.04~0.25% 수준에서 0%로 변경했다. 수수료 면제 정책 기한은 정하지 않았다. 빗썸의 수수료 제로화 정책은 내년 1월 창립 10주년을 앞두고 기획됐다. 빗썸 관계자는 "앞서 수수료 면제 전략이 유동성 공급을 늘린 효과도 있었고 거래소 앱 편의성 개선과 함께 공격적인 행보를 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빗썸은 2020년 중반까지만 해도 업비트와 양강 구도를 그렸다. 하지만 업비트가 낮은 거래 수수료(0.05%)와 사용자 가상자산 거래소 최초로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와 실명계약 제휴를 맺고 신규 고객을 유치하면서 점유율을 80~90%대까지 끌어올렸다. 업비트의 독주체제가 굳어지면서 빗썸은 한 때 한 자릿수대 점유율을 나타내기도 했다. 빗썸의 결단은 업비트의 독점 현상을 그대로 지켜보다간 고사할 수 있겠단 위기의식이 반영됐다.
물론 그간 업계에서 진행했던 무료 수수료 정책이 모두 효과가 좋았던 건 아니다. 지난해 고팍스가 수수료 0% 이벤트를 진행했고 코빗도 지정가 주문에 대해 0.05% 수수료 지급 이벤트를 진행했지만 반짝 효과에 그쳤다.
하지만 뚝심 있게 밀고 나가면 증권사 사례같이 판을 뒤흔들 수도 있다. 2000년 키움증권은 '인터넷증권사'로 성장하면서 파격적인 수수료 할인 정책을 내세웠고 전체 증권사들의 수수료 인하 경쟁을 촉발했다. 이후 키움증권은 개인 위탁거래 점유율 1위 증권사로 자리매김했다.
빗썸의 현 상황이 여의치는 않다. 수익원이 다양화된 증권사와 달리 아직 가상자산거래소 전체 매출의 99%가 수수료 매출에서 나오는 한계도 있다. 여기에 올해 상반기 매출은 82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74.2%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128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92.2% 줄었다. 다만 빗썸은 이익잉여금 1조1468억원, 자기자본 1조2338억원을 확보 중이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6906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빗썸은 향후 무료 수수료정책과 더불어 기술개발 투자, 사회공헌, 인력 채용 등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재원 빗썸 대표는 "내년 1월이면 빗썸이 거래소를 만든 지 10년이 되는 해"라며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고객에게 사랑받는 빗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