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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켐의 경영 정상화 궤도가 가시화되면서 가장 먼저 시선이 가는 곳은 지난 50년간 영위해 온 본업인 피혁사업이다. 최근 1~2년 경영 교체기를 거치면서 피혁사업은 위기에 직면했다는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2020년대 들어 1000억원대로 올라선 피혁 제품 매출은 지난해 돌연 600억원대로 떨어졌다. 수년만에 처음으로 100억원대 순손실도 냈다.
새로 들어선 최대주주 및 최고경영자(CEO) 김진환 대표가 취임하자마자 가장 집중한 부분 역시 본업인 피혁사업의 경쟁력 회복이다. 전사적인 구조 조정을 통해 지난해 큰 폭의 역성장을 겪은 피혁 사업은 올해 들어서자마자 드라마틱한 반등에 성공한 모양새다. 매출은 50% 늘었고 흑자 전환했다. 핵심 고객사인 현대자동차그룹으로부터 향후 3년치 납품 물량을 미리 따내면서 성장 안정성도 확보해 놓은 상황이다.
◇현대차향 공급사 지위 유지, 신형 팰리세이드향 연간 600억대 납품
유니켐의 별도기준 올해 상반기 매출은 525억원,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7억원, 13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2% 늘었고 영업·순이익은 모두 흑자 전환했다. 분기별로 보면 올해 1분기 흑자 전환 후 2분기째 흑자 지속이다.
전체 매출(525억원)의 98.8%가 피혁 제품 매출(519억원)이다. 2020년대 들어 피혁 제품 매출은 전체 매출의 95% 이상 비중을 항상 유지했다. 설립 이후 전체 기간을 보더라도 유니켐은 피혁 제품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고수해 왔다.
수십년간 피혁 제품 매출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엔 현대자동차그룹이라는 확실한 고객사가 있다. 지난 수십년간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핵심 파트너로서 자동차 실내 시트용 가죽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왔다. 이는 지난 10년간 꾸준한 성장세를 구현하면서 1000억대 외형까지 몸집을 키울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하다. 동시에 현대차 측으로부터 장기간 제품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지난해 대표직을 맡은 김 대표의 첫 번째 관심사도 피혁 제품 매출의 볼륨 회복에 있었다. 현대차로부터 올해부터 2027년까지 3년간 수천억원 규모의 납품 물량을 확보한 것 역시 유니켐 CEO로서 그의 첫 번째 성과다.
유니켐은 현대자동차의 6개 주력 차종에 대해 2000억원 규모의 추가 수주를 최근 확정했다. 기수주 물량과 합치면 올해부터 2027년까지 최소 3870억원 규모의 매출이 사실상 확보된 상황이다. 단순 연평균 수치로 환산하면 매년 13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이 3년간 안정적으로 시현된다는 의미다.
3년치 물량을 미리 수주하는 게 차량 시트용 피혁업계의 통상적 관행이긴 하지만 연간 10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대규모 물량을 미리 받아놓은 건 유니켐 피혁 사업의 성장 궤도 재진입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유니켐이 납품하는 피혁 제품은 현대차의 팰리세이드, 넥쏘, 그랜저, i20 등 주력 차종향으로 들어간다. 신차 출시 예정인 또 다른 주력 2개 차종향으로도 납품이 예정돼 있다. 이 중에선 팰리세이드향 물량 비중이 가장 높다. 올해부터 2027년까지 매년 600억~700억원대 매출이 팰리세이드향으로 잡혀있다. 그랜저 차종 역시 이 기간 매년 100억원대 물량이 납품된다.
◇생산체계 효율화, KTX 난연재 시트 공급 ‘신사업 확장 발판’
미래의 대규모 매출을 안정적으로 사전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엔 생산 체계 혁신도 있다. 유니켐은 최근 월 생산 능력을 기존 200만SF(Square Feet)에서 275만SF로 증대시키는 자동화 생산 시스템을 도입했다. 안산 공장 재건축을 통해 분산된 제조 자원을 하나의 생산라인처럼 최적화하는 공정 혁신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월간 인건비도 약 23억7000만원에서 15억6000만원으로 약 34% 줄이는 효과가 났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최고 품질 표준인 IATF 16949 인증을 획득하는 등 기술적 우위 확보 작업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친환경 가죽 인증(LWG SILVER) 등을 통해 친환경 트렌드에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친환경 고급 나파 천연 가죽은 고객사 요청으로 이뤄진 개발이다. 기존 나파 사양보다 부드러운 카시트용 프리미엄 나파 개발을 요청받아 개발에 성공했다. 고급차 중심으로 확대 적용을 전망하고 있다.
기술 응용·확대 적용을 통해 새로운 고부가가치 시장으로의 진출도 최근 이뤄졌다. 최근 KTX 'EMU-320' 열차 290량에 대해 난연재 시트를 공급하는 계약을 수주했다.
아직 규모는 크지 않지만 이번 유니켐의 공급 이전까진 전량 수입에 의존했던 난연재 가죽 제품을 최초로 국산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자동차보다 훨씬 엄격한 안전 및 내구성 규제를 요구하는 시장에서 고기능성·고안전성 소재를 개발하고 양산할 수 있는 역량을 입증한 셈이다. 향후 고부가가치 소재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유의미한 레퍼런스이기도 하다.
유니켐 관계자는 “피혁 사업의 경우 양산 시점이 2024년 말부터 2026년까지 분산돼 있는 것은 특정 연도에 매출이 집중되지 않고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인 매출 흐름을 창출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라며 “기존의 B2B(자동차 OEM) 시장을 넘어 새로운 B2B 시장(철도, 항공, 선박)으로의 진출 가능성도 마련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