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코스닥 3000을 향한 길

이동훈 코스닥협회 회장
2026.01.26 06:00

이동훈 코스닥협회 회장·켐트로스 대표이사

이동훈 코스닥협회 회장

열정과 도전을 상징하는 '붉은 말'의 기운이 우리 경제 전반에 퍼지길 기대하지만 코스닥 상장사들이 마주한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지난 한 해 대외 불확실성과 저성장, 고금리·고비용 환경이라는 삼중고를 견뎌야 했다.

코스닥의 만성적 저평가는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 현상이다. 직접금융의 취약성, 제도 인프라 미비, 불균형한 투자자 구조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특히 개인투자자 비중이 75%에 달하는 기울어진 수급 구조는 변동성을 키우는 반면, 기관과 외국인의 완충 역할은 미미하다. 과거 잣대에 머무른 노동 규제 등 제도는 혁신을 제약하고 있다.

다행히 변화의 서막은 올랐다. 금융당국의 '코스닥 시장 신뢰·혁신 제고 방안' 등의 논의가 본격화되며 방향성은 분명해졌다. 이제 필요한 것은 선언을 넘어 시장이 체감할 실행이다. 올해 코스닥 정상화의 원년이 되기 위해 다음 세 가지 실행 과제를 제언한다.

첫째, 연기금과 기관은 코스닥을 단기 변동성 자산이 아닌 국가 미래를 책임질 전략적 성장자산으로 인식해야 한다. AI(인공지능)·바이오·2차전지 등 미래 산업이 집약된 코스닥은 연기금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도 필수 투자처다. 기관 중심의 코스닥 활성화 펀드 조성으로 수급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둘째, 기술 패권 경쟁 시대에 맞는 '근로시간 유연화'가 시급하다. R&D(연구·개발)의 연속성과 속도가 경쟁력인 반도체·바이오·SW(소프트웨어) 산업에 획일적 주 52시간제는 한계가 분명하다. 경쟁국인 미국은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운영 중이며, 일본 역시 '고도 프로페셔널 제도'를 통해 연구 인력이 성과에 몰입할 환경을 만들었다. 대만 또한 '책임제(責任制)' 문화를 통해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연구소를 운영한다.

반면 우리는 속도전에서 뒤처질 위험에 직면해 있다. '제조업' 시대의 획일적인 잣대로는 분초를 다투는 '초격차 기술'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 국가첨단전략산업 R&D 인력에 한해서라도 '한국형 이그젬션'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물론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합당한 보상과 건강권 보호 장치를 병행해야 한다.

셋째, 성장 단계에 맞는 유연한 제도와 세제 지원으로 장기 투자와 기업가 정신을 뒷받침해야 한다. 최근 논의되는 자사주 의무 소각 등은 자금 여력이 부족한 성장기 기업에 재투자 재원을 마르게 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따라서 기업의 성장 단계와 재무 여건을 고려해 주주환원 규율을 유연하게 설계해야 한다. 아울러 장기 투자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확대해 변동성을 완화하고 우량 혁신기업이 상속세 부담으로 경영권을 포기하거나 기업가 정신이 꺾이지 않도록 가업승계 제도를 현실화하는 등 과감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물론 정부의 지원만 바랄 수는 없다. 코스닥 기업 역시 투명한 공시와 책임 있는 지배구조로 신뢰를 높여야 한다. 제도 정비, 기관의 선제적 투자, 기업의 자구 노력이 맞물릴 때 코스닥 정상화는 현실이 된다. 병오년 새해, 코스닥이 혁신 기업의 장기 성장을 뒷받침하는 기회의 장으로 도약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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