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코스피지수가 단기간에 급락하며 시장의 공포가 커졌지만 증권가에선 이번 변동성 국면에서도 결국 실적이 주가의 향방을 좌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낙폭과대 종목의 반등이 나타나는 과정에서 반도체·조선·방산 등 이익모멘텀이 뚜렷한 업종이 시장의 관심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3월3~6일) 코스피지수는 전주 말(6244.13) 대비 659.26포인트(10.56%) 내린 5584.87에 거래를 마쳤다. 해당 기간 개인은 10조6486억원 규모를 순매수했고 기관은 4조3165억원, 외국인은 7조45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주 국내 증시는 미국-이란의 충돌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에 투자심리가 악화하면서 크게 출렁였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VIX(변동성지수)는 29까지 상승,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평균치인 20을 크게 웃돌았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4일 무려 12.06% 하락하며 역대 최대낙폭을 기록했고 다음날엔 5093.54에서 V자로 반등하며 5500선을 재탈환했다. VKOSPI(코스피 변동성지수)는 80까지 오르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고점인 89에 근접했다. 원/달러 환율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한때 1500원을 넘었다.
금융투자업계는 코스피지수가 안정되며 일부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NH투자증권은 9~13일 코스피 구간을 5400~6000으로 예측했다. 업계에선 국내 주가가 이란전쟁 장기화와 확산,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공급망 또는 교역량 차질우려, 그리고 기준금리 인상우려 등 각종 악재를 이미 반영했다고 본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이란 전쟁이슈가 완전히 종결된 것은 아니지만 시장이 극단적 우려에서 벗어나며 우선 낙폭과대 업종과 종목 중심의 반등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며 "반도체·이차전지·자동차·전력기기 등이 먼저 반등한 이후 한국 정책모멘텀이 있는 금융·지주 및 코스닥 시장으로 상승흐름이 확산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유가상승과 관련한 변동성은 경계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유가가 상승하면 물가상승, 나아가 시중금리까지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만·박성제 하나증권 연구원은 "남아 있는 불안감은 국제유가와 시중금리의 추가적인 상승우려"라며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WTI(서부텍사스산중질유) 가격은 120달러(최근 고점 91달러)까지, 미국 10년물과 국내 3년물 국채금리는 4.2%(현재 4.1%)와 4.6%(현재 3.2%)까지 올랐다"고 했다.
이 연구원은 "WTI 가격변화율은 미국 CPI(소비자물가지수)에는 2개월, 국내 CPI에는 3개월 선행해 기업의 비용상승 우려가 있다"며 "지금처럼 비용상승에 대한 우려가 있을 때는 가격전가력이 높은 업종, 예상 영업이익률 상승폭이 큰 업종을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가장 많은 증권가의 추천을 받은 업종은 반도체다. 하나증권은 이번주 추천업종으로 △반도체 △조선 △방산 △기계를 꼽았다. 미래에셋증권은 실적목표치 상향업종으로 △지주 △반도체 △증권 △전력기기 △호텔·레저 △인터넷 등을 꼽았다. 한화투자증권은 △반도체 △라면 △화장품 △변압기(전력기기) 수출증가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반도체 사이클은 서버와 데이터센터 투자확대가 있던 2016~2018년보다 견조하고 수요와 공급도 지난 사이클보다 안정적"이라면서 "AI(인공지능) 관련 수요가 여전히 강하고 공정 난도가 높아져 공급을 단기간에 늘리기는 어려워 (반도체 사이클의) 정점을 우려할 시기는 아직 아니다"라고 했다.
이번주 경제의 주요 일정은 △중국 1월 소비자·생산자물가지수 발표(9일) △한국 2025년도 4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발표(10일) △중국 1~2월 수출입통계(10일) △미국 2월 CPI 발표(11일) △미국 1월 무역수지(12일) △미국 2025년도 4분기 GDP 성장률(13일)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