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결권 강화하는 국민연금, 주요 증권사 주총에 연이은 '반대'

김은령 기자
2026.03.24 15:59

국민연금이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보다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예고한 가운데,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주총 안건에도 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 김미섭 미래에셋증권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건이나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 사내이사 선임 건에 반대키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일각에서는 회사 별 상황이나 사안에 대한 자세한 이해없이 일괄적인 기준으로 찬반을 결정하는 데 대해 아쉬움을 나타낸다.

24일 미래에셋증권은 서울 중구 미래에셋센터원 빌딩에서 제57기 정기 주총을 개최하고 사내·외이사 선임, 정관개정, 재무제표 및 이익배당 등의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의 일부 안건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상정된 모든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은 미래에셋증권 지분을 7.96%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미래에셋증권 주총 전 각 안건별 찬성, 반대 여부를 결정했다. 재무제표 및 이익배당(안) 승인 건과 허선호 부회장, 전경남 사장 사내이사 선임 건, 석준희, 송재용, 안수현 사외이사 선임 건 등에는 찬성했지만 김미섭 부회장 사내이사 안건에는 반대했다. 기업가치의 훼손 내지 주주권익의 침해 이력이 있는 자에 해당한다는 게 이유다. 또, 자사주 소각의무 조문 신설 등을 포함한 정관변경 안건, 이사보수한도액 등에도 반대했다.

이날 개최한 대신증권 주총의 일부 안건에도 반대를 행사했다. 양홍석 부회장 사내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액 승인, 자사주 보유 및 처분계획 승인 건 등이다.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안건은 모두 통과됐다.

오는 26일 열릴 예정인 NH투자증권 주총 안건 가운데서는 제3자 신주배정 한도를 기존 30%에서 50%로 확대하는 정관 개정안에 반대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약화시켰다는 이유에서다. 키움증권의 주총 안건 중에서도 사외이사 임기를 변경하는 정관 변경, 이사 보수한도 승인에 반대키로 했다.

업계에서는 미래에셋증권과 대신증권의 현 경영진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한 것은 구체적이 사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당국의 제재 이력 때문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미섭 부회장의 경우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 재직 시절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몰아주기 제재를 받은 바 있고 양홍석 부회장은 라임·옵티머스 사태 때 금융당국의 경징계를 받았다.

자사주 소각, 이사 임기 등을 변경하는 안건에 반대한 것은 일반 주주권익 보호를 위해 개정된 상법 취지를 무력화하거나 우회하는 등의 안건은 일괄 반대키로 해서다. 국민연금은 앞서 상법 개정 취지를 반영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구체적으로 △이사, 감사 수를 변경하거나 △이사 임기를 유연화 하거나 △자사주 소각하지 않고 보유 처분하는 규정을 마련하는 정관 변경 등에는 반대키로 했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사안 별로 구체적인 사유를 고지하지 않은 채 일괄적으로 의결권 행사 지침이나 기준에 따라 찬, 반을 결정하는데 의문을 제기한다. 국내 주식 260조원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의 영향력을 감안하면 반대 의견이 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안건이 80~90% 가까운 찬성률로 가결된 것은 주주들의 판단과 거리가 있다는 뜻"이라며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도 회사의 설명이나 여러 상황을 감안해 찬, 반을 결정하는데 국민연금은 똑같은 기준으로 찬, 반을 결정하는 것은 무성의하게 여겨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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