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업계는 은행 앱 내 실시간 ETF(상장지수펀드) 거래를 허용하는 건 전업주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ETF 위탁매매는 증권사의 '본업'인 만큼 라이선스가 없는 은행에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다.
은행의 '본업 침해' 움직임에 증권사들은 디폴트옵션 내 예적금 배제, 발행어음 운용자산 편입 등을 당국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은행의 실시간 ETF 거래를 명백한 본업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금투업계 고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은행, 증권, 보험 등 각 분야 서비스를 업무 전문성을 가진 금융기관이 담당하는 전업주의를 채택하고 있다"며 "ETF 실시간 거래는 사실상 증권 브로커리지(중개)를 허용하는 것이라 현재의 시스템에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금투업계는 금융위원회가 유권해석을 내린 2021년과 현재 관계 법령이 달라진 것이 없는 만큼 '다른 결론'이 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관계 법령 등 제도의 큰 틀을 바꾸지 않는 이상 당국의 해석이 갑자기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은행권이 계속 건의해온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다 가능한 것은 아니다. 증권사도 '수신 기능을 허용해달라' 건의는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집합투자증권 투자중개업 범위에 대한 당국의 유권해석이 달라질 경우 증권사들로서는 '퇴직연금 고객 유입'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ETF 실시간 거래를 위해 은행에서 증권사로 퇴직연금 계좌를 실물이전하는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다. 증권사 관계자는 "퇴직연금 운용에서도 ETF 인기가 많은 상황에 은행에서도 실시간 거래가 가능해지면 증권사의 큰 특장점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라며 "실제 고객 유입이나 자산 이동 측면에서 일부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들도 고용노동부와의 간담회에서 업계의 건의사항을 전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증권사들은 디폴트옵션 내 예적금 상품 축소·배제, 운용자산에 증권사 발행어음 상품 편입 등을 요청했다. 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은 장기적으로 수익을 올려서 복리 효과를 누릴 수 있어야 노후자산으로서 기능할 수 있다"며 "디폴트옵션 도입 취지를 고려할 때 원리금 보장 상품은 대폭 줄이거나 빼고, 증권사 발행어음이나 IMA(종합투자계좌) 상품을 담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정부부처에서도 디폴트옵션 수익률 평가비중 확대 등을 통해 고객 수익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연금 사업자 평가제도 개편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투업계가 거세게 반발하는 와중에 은행과 증권사를 모두 가진 금융지주로서는 '균형점'을 찾는 분위기다. 최근 금융지주들이 지주 통합 앱(슈퍼 앱)을 통해 원스톱 자산관리 플랫폼을 확충하는 가운데 계열사인 은행과 증권사 어느 한 쪽에 퇴직연금 적립금을 몰아주기 어려워서다. 은행 서비스 중심의 슈퍼 앱에서 실시간 ETF 거래가 가능해질 경우 증권사의 퇴직연금 사업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 한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 관계자는 "퇴직연금 시장이 적립금 확대에서 수익률과 자산관리 중심으로 전환돼 그룹 차원의 협업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은행과 증권이 보유한 고객 접점과 자산관리 역량을 연계해 고객이 보다 편리하게 연금 솔루션을 활용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