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금지" vs "구멍 숭숭"…중복상장 가이드라인, 양쪽 다 불만

배한님 기자
2026.07.06 17:31

물적분할만 모회사 주총서 3%룰로 주주동의 필수
일반 자회사는 주주동의 '권고'…거래소 개별 심사
"주주충실의무 내용, 사실상 자회사 상장 금지한 것"
"곳곳에 예외 규정 많아…사실상 우회로 열어둔 것"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에 대한 업계 말, 말, 말/그래픽=김지영

중복상장 원칙금지의 예외기준을 담은 가이드라인이 나왔지만 기업도 기관투자자도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과 투자업계는 사실상 자회사 상장이 전면 금지됐다며 벤처투자 위축을 우려한다. 반면 중복상장 금지를 강경하게 요구해온 기관투자자들은 빠져나갈 구멍이 너무 많다고 지적한다. 모호한 가이드라인에 결국 송사만 늘어날 것이라는 게 업계 공통 주장이다.

6일 금융위원회(금융위)와 한국거래소(거래소)가 발표한 '중복상장 원칙금지·예외허용을 위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물적분할이나 일반 자회사 상장을 하기 위해서는 모회사 이사회가 5대 주주충실의무를 이행하고 모회사 주주의 동의를 받거나 거래소의 엄격한 개별심사를 받아야 한다.

상장기업들은 모회사 이사회의 5대 주주충실의무가 물적분할뿐만 아니라 사실상 자회사 상장까지 모두 금지한다고 주장한다. 물적분할의 경우 '3%룰'이 적용되면서 아예 모회사 주주 동의를 받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3%룰은 3%를 초과하는 의결권을 보유한 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한 상태에서 출석한 주주의결권의 과반 및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1 이상의 동의를 얻도록 하는 제도다.

코스닥 업계 관계자는 "3%룰이 적용되면서 감사선임에서도 투표 요건이 충족되지 않거나 부결이 난 기업들이 있었다"며 3%룰하에서 주주동의를 받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주주보호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느냐를 개별적으로 판단하겠다는 건데, 그 과정에서 주주영향 평가도 외주를 줘야 할 것이고 법적 해석을 받는 과정에서도 법무법인이나 회계법인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라 비용이 크게 늘어난다"고 했다.

익명을 요청한 상장기업 관계자는 "주주 동의를 받지 않더라도 모회사 이사회의 5대 주주충실 의무에 따라 일반주주 보호방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여기에 구주매출을 활용한 현금배당이나 자기주식 소각, 자회사 주식 현물배당 등 자회사 주식 분배가 포함됐다"며 "거래소가 개별심사를 할 때 일반주주가 만족할만한 수준인지를 볼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렇게 되면 지배주주에게 손해가 발생해 사실상 자회사 상장은 불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이미 상장을 전제로 FI(재무적 투자자)의 투자를 받은 자회사의 경우 더욱 난감한 상황이다. 거래소가 일반 자회사 상장을 사안별로 심사하겠다고 했지만 FI와의 상장 조건부 계약 이행이나 투자회수 목적으로 하는 자회사 상장은 더욱 엄격하게 보겠다는 내용이 가이드라인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상장기업 관계자는 "결국 FI의 지분을 최대주주가 다시 사는 것밖에 방법이 없는데, 이렇게 되면 시장가치보다 더 비싸게 주고 매입할 수밖에 없어 모회사 주주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재매입 과정에서 모회사 이사회가 적절한 계약을 맺었는지 등을 놓고 주주충실의무 등이 부딪치면서 법적 다툼이 늘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복상장 원칙금지를 찬성했던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도 이번 가이드라인은 구멍이 많은 모호한 수준 에 불과하다.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은 "사실 주주총회를 열어보면 보통 일반주주는 참석하지 않고 절실한 지배주주는 100% 참석하기 때문에 3%룰을 적용해도 쉽게 과반은 넘길 수 있다"며 "MoM(소수주주 과반 동의제)을 적용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전했다.

모호한 가이드라인으로 혁신사업에 대한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한 코스피 상장기업 관계자는 "가이드라인 곳곳에 거래소가 따로 정한다거나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거나 하는 모호한 기준이 많아 기업의 혼란을 키우고 규제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특히 이미 상장된 기업이라도 새로운 혁신 기술이나 신사업을 추진할 때 별도 자회사를 세외 외부 투자를 받는 경우가 다수 존재하는데, 이런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고 했다.

모기업 주주를 보호하는 중복상장 원칙금지·예외허용의 취지를 살리면서 투자를 위축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거래소에 관련 규정을 사전·사후에 해석해주는 전담 부서나 기구를 만들어야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는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통보했으니까 알아서 하라는 게 아니라 금융위나 거래소에서 좀 더 명확하게 사안을 판단해 줄 수 있는 기구나 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보조적인 장치가 있어야 취지를 살리면서 VC(벤처캐피털)나 PE(사모펀드) 등 외부 투자자도 계속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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