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승인한 미래에셋컨설팅의 코빗 인수계약은 국내 금융권의 원화 가상자산거래소 확보 시도가 경쟁당국 문턱을 넘은 첫 사례다. 디지털금융 인프라 구축 경쟁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전통 금융사 운신의 폭이 넓어지면서 가상자산업권과 맞물린 합종연횡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미래에셋그룹은 이날 코빗 인수계약 승인과 관련해 "단순히 거래소를 인수하는 차원을 넘어 전통 자산과 디지털자산의 경계를 허물고 글로벌 투자 생태계를 연결하는 새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행보"라며 "증권·자산운용 분야에서 축적해 온 글로벌 투자역량에 코빗의 디지털자산 인프라를 결합해 고객의 자산 증대와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내외 고객이 전통 자산에 더해 디지털자산까지 단일 생태계에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목표로 스테이블코인·커스터디·실물연계자산(RWA)과 디지털 결제·보관과 각종 기관·법인용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라고 미래에셋그룹은 설명했다.
청사진으로는 증권·가상자산 거래환경을 통합한 미국 투자플랫폼 '로빈후드'가 거론된다. 온라인 주식 브로커리지로 출발한 로빈후드와 달리 미래에셋그룹은 방대한 금융 상품군을 보유하고 있어 업계 안팎에선 빠른 사업확장을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권은 미래에셋그룹이 국내 5곳(업비트·빗썸·코빗·코인원·고팍스)뿐인 원화마켓 가상자산거래소 중 1곳을 선점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한때 60여곳 이상 난립하던 가상자산거래소들은 2021년 개정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른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제 도입 여파로 신규 진입문턱이 높아졌다.
코빗이 2013년부터 축적한 블록체인 기술력과 운영경험도 미래에셋그룹을 향한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2020년대 연이은 '김치코인'(국내발행 가상자산) 상장폐지와 '크립토 윈터'(가상자산 침체기) 여파로 국내 블록체인 기술인력은 대거 감소하거나 해외로 유출됐지만 각종 전산사고가 잇따르면서 이들의 중요성은 점차 부각되는 추세다.
이날 공정위의 결정에 따라 코빗은 새 주인을 맞기 위한 9부능선을 넘었다. 과거 주요주주인 NXC·SK스퀘어 측 이사 3명은 사임한 가운데 코빗은 이달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미래에셋그룹 관계자 3명을 신임 기타비상무이사로 앉힐 계획이다. 코빗 관계자는 "인수를 완료하기 위한 후속절차는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며 세부일정은 확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갈지자 행보를 거듭하는 가상자산 법제동향이 잠재적 리스크라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그룹의 디지털금융 사업이 본격화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하반기로 예고됐던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 제출은 해를 넘겨 사실상 좌초했고, 회색규제로 작용하던 '금가분리'(전통금융·가상자산 격리원칙)는 개선 방향·일정이 불투명하다. 형식상 비금융사인 미래에셋컨설팅이 코빗을 인수한 점도 규제 불확실성과 무관치 않다.
코빗 외에 금융권의 투자가 가시화한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로는 코인원·업비트(두나무)가 있다. 코인원은 한국투자증권과 OKX벤처스가 공동 2·3대 주주로 올라섰고, 두나무는 하나은행·한화투자증권·삼성증권이 소수지분을 사들인 가운데 네이버파이낸셜과 포괄적 주식교환을 단행하기 위한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빗썸도 금융권을 상대로 투자유치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