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은행, 최대 11조 과징금 폭탄 우려…"국고채 PD 제재시 발행시장 차질"

김나경 기자
2026.07.21 17:16

8월 중하순 공정위 '국고채 PD 담합' 결론 전망
낙찰액 기준 산정시 최대 11.4조 과징금
증권사·은행 "담합 아니고, 과징금 기준도 달라"
자본비율 감소, 시장 대외신인도 악영향 우려

국고채 전문딜러(PD) 담합 관련 업계 주장/그래픽=김지영

증권사와 은행들이 다음달 공정거래위원회의 국고채 전문딜러(PD) 담합 관련 전원회의를 앞두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애초에 담합이 아닌 데다 최대 11조원에 달하는 과징금 산정 기준도 합리적이지 않다는 주장이다. 15개 PD의 담합이 인정되면 입찰자격 제한으로 국고채 발행시장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금융투자·은행권에 따르면 국고채 PD 중 10개 증권사(교보·대신·메리츠·미래에셋·삼성·신한투자증권·키움·한국투자·KB·NH투자)와 5개 은행(국민·기업·농협·산업·하나)은 오는 8월 공정위 사전의견청취절차, 전원회의를 앞두고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2023년 하반기 시작된 공정위의 국고채 PD 담합 관련 조사·심의가 다음달 하순 결론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외적으로 목소리를 내지는 못하지만 업계에서는 담합행위 자체를 부인하며 과도한 과징금 규모에 난색을 표한다. 공정위는 15개 국고채 PD들이 입찰·정보교환 담합행위를 했다고 보고, 국고채 낙찰액을 기준으로 과징금 부과 규모를 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은행들은 국고채 입찰 시장 구조상 담합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보험사와 연금·기금이 PD를 통해 국고채 입찰에 참가하기 때문에 PD의 자체적인 담합 모의가 불가능한 데다 보험사·연기금의 수요에 맞춰야 하는 만큼 담합 합의가 성립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금리 수준을 두고 PD 간 정보교환 담합행위에 대해서도 단순한 시장정보 파악이며 오히려 낙찰금리가 낮아졌다고 설명한다.

무엇보다 업계의 가장 큰 우려는 과징금 기준과 규모다. 업계 관계자는 "국고채 낙찰액을 기준으로 하면 최대 11조원 과징금 부과도 가능하다"며 "각 사가 수천억원, 많게는 1조원의 과징금을 받는 것인데 부담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공정거래법상 과징금 조항에 따라 '영업수익'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공정위에서는 시행령에 따라 '계약금액' 즉 낙찰액(매출액)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계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징금부과 세부기준상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에 해당돼 10.5% 이상 15.0% 미만 기준율을 적용하면 7조9800억원에서 11조4000억원 사이의 과징금이 나올 수 있다.

과징금은 각 사의 자본비율 악화, 사업 차질로 직결된다. 금융당국이 증권사에는 모험자본 공급을, 은행에는 포용금융 강화를 당부하고 있는 가운데 과징금에 따른 충당부채 적립으로 자본비율이 떨어지면 당국의 과제 이행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생산적·포용금융에 대비해 자본여력을 확보해두긴 했다"면서도 "수백억원, 수천억원대 과징금이 나온다면 자본비율 방어가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업계의 자본 건전성 차원이 아니라 국고채 발행시장 영향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국가계약법상 담합행위를 한 회사는 입찰 참가자격이 제한된다"며 "15개 국고채 PD의 시장 참여가 제한되면 국고채 발행, 나아가 예산조달·집행에도 차질이 생긴다"고 우려했다. 올해 4월 WGBI(세계국채지수)의 국채 편입으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들어오고 있는데 국고채 시장에 차질이 생기면 대외신인도 하락 등 시장 전반의 악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금융권에서는 공정위 과징금이 재무·리스크 관리의 핵심 변수가 됐다는 토로도 나온다. 올해 1월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은 공정위에서 LTV(담보대출비율) 담합 과징금으로 약 2720억원을 부과받고, 이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을 지난 3월 제기했다.

금융당국에서도 공정위에 업계 의견을 전달하고 있지만 부처 간 소관업무 문제가 있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지는 않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9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국고채 입찰 담합 의혹과 관련해 대규모 제재 가능성에 대해 "정부에서 일할 때 공정위의 조사는 준사법적 측면을 갖고 있어서 독립성을 인정해야 하는 절차적 측면은 있다"면서 "그럼에도 공정위의 관계부처 의견조회 과정에서 (금융위가) 업계와 시장의 애로를 잘 전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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