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에 이어 역대 최대 분기 이익을 기록했지만 주식시장에서 급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기대가 의심으로 바뀌며 시장에서 공포 심리가 확산되는 모양새다. 증권업계에서는 현재 주가 수준은 실적 전망에 비해 지나치게 낮다는 데 한목소리를 낸다. 다만 가시적인 반등을 기대하려면 실적, 지표 발표 등을 통해 업황에 대한 의심이 해소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29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대비 5.23% 내린 20만8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장중 18만9200원까지 하락하기도 했지만 장 막판 낙폭을 줄였다. SK하이닉스는 9.61% 떨어진 140만1000원으로 마감했다. 이틀 연속 급락하며 24% 빠졌다. 삼성전자는 이틀 새 18% 이상 하락했다.
이날 SK하이닉스는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60조54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7% 늘었다고 발표했다. 사상 최대 분기 영업이익이며 5분기 연속 기록을 경신 중이다. 영업이익률도 76%로 분기 기준 최고를 기록했다. 다만 시장 컨센서스(전망치)를 5% 가량 하회했다.
삼성전자에 이어 역대급 이익을 거뒀지만 주가는 급락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반도체 업황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영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기업 주가 하락은 AI성장의 과실이 집중적인 성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의구심으로 바뀌는 과정 때문"이라며 "하이퍼스케일러 투자 계획에 대한 의구심, 중국 반도체 업체의 약진, 이익 전망 정점 우려 등이 겹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실적 흐름이나 수출 지표 등을 감안하면 최근 주가 급락은 과도하다는 의견이다. 이영원 연구원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3.3배, 3.9배에 그치고 있다"며 "관련 우려들이 완화될 경우 과도한 주가 조정이 보정될 것"이라고 했다. 황산해 LS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가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고 하이퍼스케일러 주가도 반도체 급락과 무관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넓은 의미의 AI 투자 사이클은 유지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또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여전히 견고하고 중국 반도체 성장이 당장 경쟁 심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아 반도체 사이클이 예상만큼 빠르게 둔화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한국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162.6% 늘었고 메모리 반도체는 245% 늘었다"며 "하반기에도 메모리 반도체 수출은 20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중국 반도체 산업과의 격차도 여전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주가 변곡점은 한국시간 30일 새벽으로 예정된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실적 발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실적 뿐 아니라 설비투자(CapEx ) 가이던스를 상향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들이 CapEx 가이던스를 상향할 경우 AI 투자 축소 우려는 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주환원 강화 역시 주가 저점을 방어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날 SK하이닉스는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투자 수요가 확대되겠지만 현금 창출력이 강화된 만큼 주주환원을 의미 있게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추가 주주환원 실행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2027~2029년 3개년 주주환원 정책을 마련할 시점이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해 내 명확한 주주환원 정책이 삼성전자 주가 재평가를 이끌 전망"이라며 "빠르면 2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가시화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