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개편을 놓고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결국 이재명 대통령이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투자자들은 정부가 절세 계좌인 ISA의 납입 기간과 한도 등을 바꾸는 등 기존 혜택을 줄이고, 국내 증시 투자를 강요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일 참모들과의 상황 점검 회의에서 ISA 개편 방안을 둘러싼 투자자들의 반발 등에 대한 내용을 보고 받았다. 이 대통령은 "정확하게 준비도 하지 않고 왜 그렇게 한 것이냐"고 질타하며 재검토를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일 재정경제부는 절세 계좌인 ISA의 납입 기간, 한도 등을 정비하고, 생산적 금융 ISA를 신설하는 내용이 담긴 '2026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발표 이후부터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ISA 개편에 대한 지적이 잇따랐다. 투자자들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는 것은 무제한 만기 연장과 납입한도 이월 폐지다.
기존 ISA는 의무가입기간(3년)이 지나면 무제한으로 만기를 연장할 수 있었다. 이에 투자자들은 만기를 계속해서 연장하면서 세금 납부를 만기까지 미뤘고, 과세 이연 효과를 누렸다.
그러나 개편안에 따르면 내년 1월1일부터 ISA에 신규 가입하거나 만기를 연장하는 경우 무제한 만기를 할 수 없다. 일반 ISA의 만기는 기본 3년에 최대 2년 연장을 더해 최장 5년으로 제한된다. 내년부터는 5년마다 세금을 정산하고 재가입해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내년 1월1일 전에 만기를 초장기로 설정한 기존 가입자는 새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일반 ISA의 납입한도 이월도 사라진다. 기존에는 연 2000만원 한도 중 채우지 못한 금액을 다음 해로 넘길 수 있었다. 첫해에 500만원을 넣은 경우 미납분(1500만원)을 이월해 이듬해 최대 350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기존 가입자와 신규 가입자 모두 납입한도 이월이 불가능하다.
정부는 이자와 배당이 전액 비과세되고, 총 10년까지 만기 연장이 가능한 생산적금융 ISA를 새로 내놓을 예정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생산적금융 ISA 투자 대상은 국내주식, 국내주식형 펀드, 국민성장펀드 등으로 한정되기 때문이다.
개편안 발표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ISA 개편안 비판글이 올라왔다. 특히 ISA를 통해 미국 지수 ETF(상장지수펀드) 적립식 매수에 나섰던 투자자들의 불만이 거셌다. 정부가 생산적 금융 ISA 가입과 이를 통한 국내 증시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기존 ISA 혜택을 줄였다고 지적했다. 국내 증시가 변동성이 심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선택권을 무시하고 국내 증시 투자로 내몰았다는 것이다.
개편안 시행에 앞서 일반 ISA 만기를 9999년으로 설정해 사실상 무기한 만기 연장 효과를 누리는 노하우 등도 커뮤니티를 통해 퍼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SA 만기를 5년으로 제한한 것은 장기 투자를 장려한다는 ISA 취지랑은 맞지 않는다"며 "납입한도 이월 폐지도 자금이 부족한 청년층에게는 불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생산적금융 ISA 투자 대상을 한정해 투자자의 선택권을 제한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