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5대 증권사들이 7조8000억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내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코스피 지수가 6월 9110선까지 오르며 주식·ETF(상장지수펀드) 거래대금이 급증해 수수료·이자·운용이익에 날개를 달았다. IB(기업금융)보다는 개인·WM(자산관리) 부문에서 역대급 이익을 낸 것이 특징으로 2분기에만 순익이 153% 늘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5대 증권사(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NH투자·키움)의 순익은 총 7조763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순익(3조1832억원)의 2.4배를 벌어들인 것으로 1년 새 144% 증가했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은 올 상반기 2조9702억원의 순익을 내면서 지난해 상반기 1위였던 한국투자증권을 제치고 '리딩증권' 왕좌에 올랐다. 미래에셋증권의 순익 증가율은 338%로 타사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상반기(1조252억원)에 이어 올해(1조7311억원)에도 1조원이 넘는 순익을 기록했다. 리테일 강자 키움증권이 1조1580억원으로 반기 순익이 1조원을 넘어섰고, NH투자증권(9651억원), 삼성증권(9391억원)도 '1조 클럽'을 목전에 뒀다.
2분기에는 지난분기 기록했던 역대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미래에셋증권 1조9052억원, 한국투자증권 9464억원을 비롯해 키움증권(6806억원), NH투자증권(4894억원), 삼성증권(4882억원) 등 4조5098억원의 순익을 냈다. 지난해 2분기(1조7841억원)의 2.5배에 달하는 것으로 1년 새 153% 늘었다.
2분기 코스피 랠리에 따른 주식·ETF 거래대금 증가가 증권사들의 역대급 실적으로 직결됐다. 증권사들은 투자자가 주식·ETF 등 유가증권을 거래할 때마다 한국거래소-개인투자자를 연결해주는 대가로 브로커리지(중개) 수수료를 받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월평균 코스피 거래대금은 올해 1월 약 27조원에서 5월과 6월 각 50조원으로 급증했다.
월평균 거래대금이 50조원으로 늘면서 증권사들의 브로커리지 이익도 덩달아 증가했다. 국내주식 약정 시장점유율이 12%대인 미래에셋증권의 브로커리지 수수료 이익은 1분기 4594억원에서 2분기 6256억원으로 36% 늘었다. 미래에셋 브로커리지 이익만 상반기 1조원을 넘어섰다. 한투증권 브로커리지 이익 또한 1분기 2486억원(별도 재무제표 기준)에서 2분기 3497억원으로 41% 뛰었다.
개인 주식거래 시장 점유율이 25%인 키움증권은 주식 수수료이익이 1분기 3115억원, 2분기 4519억원을 기록했다.
투자자의 직접 거래에 따른 중개수수료뿐 아니라 금융상품 판매·자문 등 WM(자산관리) 수수료 이익도 함께 늘었다. 고액자산가 비중이 높은 삼성증권은 자산 1억원 이상 고객이 2분기 57만2000명으로 1년 전(30만5000명)에 비해 88% 급증했다. 개인 고객자산은 같은 기간 356조원에서 652조원으로 불어났고, 금융상품 판매수익은 같은기간 225% 증가한 1154억을 기록했다. 파생결합증권, 랩어카운트, 펀드 등 상품 판매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은행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이자이익도 증권사 실적에서 빼놓을 수 없는 '효자 종목'이 됐다. 개인의 주식거래가 느는 과정에서 신용융자거래 또한 급증하면서 증권사의 이자이익이 커졌다. 올 2분기 키움증권 신용공여 이자손익은 1380억원으로 1년 새 63% 늘었다. NH투자증권의 순이자수익은 1분기 2655억원, 2분기 2524억원으로 집계돼 상반기에만 5000억 이상의 순수익을 냈다.
유상증자·M&A(인수합병) 거래 등 IB부문의 실적이 증권사에 따라 희비가 갈렸지만, 운용이익은 공통적으로 늘었다. 특히 ETF 순자산이 500조원을 돌파하는 등 2분기 ETF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LP(유동성공급자) 역할을 한 증권사들의 운용이익도 동반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NH투자증권 2분기 상품운용손익은 2892억원으로 1년 새 156% 늘었고, 미래에셋의 트레이딩·기타금융손익은 상반기 1조2419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상반기 최대실적의 1등 공신이었던 주식 거래대금은 하반기에는 긍정적 재료는 아니다. 7월 평균 거래대금은 약 37조원으로 지난 6월에 비해 26% 감소했다. 업계에서도 이번달 주식 거래량 감소를 고려할 때 브로커리지·WM수수료이익 감소는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급격한 실적 성장에 따른 성과급 등 판매관리비용 증가, 교육세율 개편에 따른 교육세 부담 확대 또한 복병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