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2배 사려면 5시간 공부?…서학개미 발목 잡은 레버리지 규제

조철희 기자
2026.08.13 16:30

해외 상품에도 강화된 국내 규제 동일 적용…서학개미 "투자 선택지 오히려 좁아져"

해외 상장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투자규제 강화 과정/그래픽=윤선정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제약이 강화되면서 서학개미들이 거래해온 해외 상품 투자까지 덩달아 까다로워졌다. 해외와의 '비대칭 규제'를 해소하겠다며 문을 연 정부 정책이 정작 투자자 선택권을 넓히기는커녕 기존 투자 방식에 새로운 제약을 더하는 역설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상장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나오기 전부터 서학개미들은 테슬라, 엔비디아 등의 미국 상장 상품을 상당한 규모로 거래해 왔다. 그러나 국내 상품 출시 후 투자 과열과 시장 변동성 확대 우려로 규제가 강화되면서 해외 상품도 투자 문턱이 높아졌다.

당국은 국내외 상품의 구조와 위험이 같은 만큼 동일한 보호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부 서학개미들은 국내 투자 선택권을 넓히기 위해 시작한 정책이 결과적으로 해외 상품의 신규 투자 절차까지 까다롭게 만들었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해외 단일종목 레버리지 투자, 규제 문턱 함께 높아져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ETF·ETN) 신규 투자자에게는 이미 시행 중인 현금 3000만원 기본예탁금과 총 3시간 사전교육에 더해 오는 19일부터 모의거래라는 또 하나의 절차가 추가된다.

해외 상장 상품에 새로 투자하려는 사람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 등 해외시장 데이터를 이용한 별도의 프로그램이 아니라 국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한국거래소 모의거래를 이수한다. 최소 닷새에 걸쳐 총 5시간 이상 모의거래를 해야 해외 단일종목 레버리지에 신규 투자할 수 있다.

해외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국내 상품이 등장하기 전부터 국내 투자자들이 상당한 자금을 투자해온 별도의 시장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출시 하루 전인 지난 5월 26일 기준으로 테슬라 일일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X 셰어스'(TSLL)의 국내 투자자 보관금액은 24억 3986만 달러(약 3조460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국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둘러싼 논란으로 규제가 강화될 때마다 해외 상품에도 강화된 투자요건이 함께 적용되고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투자 경험이 있는 한 개인투자자는 "국내 상품 도입 자체는 투자 선택지가 넓어진다는 점에서 반겼다"며 "위험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해외 상품에 새로 투자할 때까지 교육과 모의거래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은 매우 번거로운 진입장벽"이라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로서는 전체적인 투자 선택지가 좁아진 셈"이라고 덧붙였다.

"국내외 동일 규제, 최선의 투자자보호인가?"

해외 상장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투자자가 국내 데이터를 활용한 모의거래를 해야 한다는 점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국내외 상품 모두 개별종목의 일일 수익률을 배수로 추종한다는 기본 구조는 같지만 실제 투자환경까지 같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은 국내와 거래시간과 시장환경이 다르고 국내 투자자는 환율 변동에도 노출된다.

금융당국은 모의거래의 목적이 해외투자 전반의 위험을 체험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단일종목 레버리지라는 상품 자체의 위험을 익히도록 하는 데 있다고 설명한다. 음의 복리효과와 지렛대효과 등 핵심 위험은 국내외 어느 시장에 상장됐느냐와 관계없이 동일하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환율 부분까지 조치에 반영하기는 어렵고, 환율 위험은 레버리지뿐 아니라 일반 해외 상품에도 동일하게 존재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해외 상품까지 규제하는 것이 국내 상품 과열에 따른 뒤늦은 조치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 도입을 추진할 당시부터 국내외 상품에 동일한 투자자 보호원칙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했다. 국내 상품에만 강화된 규제를 적용할 경우 투자수요가 해외 상품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 가능성도 고려됐다. 국내외 상품의 위험이 같은데 투자자 보호 수준이 다르면 투자수요가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한 시장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책이 만들어낸 결과는 역설적이다. 일부 투자자 입장에서는 해외와의 차이를 없애 선택권을 넓히겠다던 정책이 결과적으로 국내 상품이 생기기 전부터 존재했던 해외 투자시장에까지 더 높은 투자 문턱을 적용하는 결과로 돌아왔다. 정부의 당초 정책 목표가 일부 퇴색하는 역설이 나타난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고위험 상품이라는 이유만으로 국내외 투자에 동일한 절차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최선의 투자자 보호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투자자의 경험이나 위험 이해도에 따라 규제를 정교하게 설계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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