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이 번번이 무산된 부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장 4곳 중 1곳에 증권사 자금이 물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에서 신속한 주택공급을 위해 자기자본 규제까지 유예하며 부실 PF 사업장을 정상화한다는 방침이지만 대부분 서울 밖 사업장이어서 정상화가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공시된 부동산 경공매 PF 사업장 정보에 따르면 지난 8월말 기준 총 251개 사업장이 주인을 찾지 못해 매각을 기다리고 있다. 이 사업장들은 △부지만 정하고 공사도 시작하지 못한 착공 전 사업장 △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속도가 더딘 곳 △공사는 끝났지만 수차례 경공매가 유찰된 사업장으로 나뉜다.
이 중 증권사가 대리금융기관(대주단)으로 있는 PF 사업장은 64곳으로 25.5%를 차지했다. 업권별로 보면 지역농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 다음으로 증권사 비중이 크다. 증권사별로 살펴보면 메리츠증권이 7곳으로 가장 많았다. iM증권이 6곳으로 뒤를 이었고 한국투자·삼성·신한투자·LS증권이 각 5곳에 자금을 공급한 후 회수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증권사의 부동산 PF 건전성이 나빠지는 와중에 정부는 사업장 정상화를 서두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3월말 증권업계의 유의·부실우려 PF 위험액(익스포저)은 3조7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000억원 늘었다. 대출금 회수가 안되는 고정이하 여신은 전체의 14.57%로 역시 전분기에 비해 1.27%포인트 상승했다.
증권사의 부동산 PF 건전성이 나빠지는 건 사업성 부족으로 시장의 수요가 형성되지 못해서다. 실제 64개 사업장 중 서울지역 사업장은 5곳에 불과했다. 대부분 경기·인천의 오피스텔·주상복합·물류센터거나 비수도권 아파트·주상복합·오피스텔이었다. 서울과 비서울간 수요 격차가 커지면서 수차례 경공매에도 주인을 찾지 못했다.
이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정부의 주택공급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효과는 지켜봐야 한다는 반응이 나온다. 지금까지 재구조화가 안된 사업장은 사업성이 크게 떨어져 매수 희망자와 매도자간 '가격 눈높이' 차이가 큰 만큼 지금 나온 정책만으로 살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EOD(기한이익상실)가 된 사업장이 가장 문제인데 대부분이 비서울 지역"이라며 "시행사와 시공사가 붙어서 재구조화를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 정부가 개입해서 속도를 높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진단했다.
정부가 주거 사업장에 대한 PF 자기자본 규제를 2년간 유예하기로 한 가운데 건전성 관리와 속도개선 측면에서 모두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현재 연체율이 실제 위험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규제완화까지 겹치면 부동산 PF의 질적 개선이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신용평가의 부동산 PF 스트레스테스트에 따르면 실제 위험을 반영할 경우 고정이하 PF가 6조원에서 12조7000억원으로 늘어나고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1조1000억원의 충당금을 추가 적립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