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주거 안정을 '운'에 맡겨야 하는 세입자

[기자수첩] 주거 안정을 '운'에 맡겨야 하는 세입자

윤지혜 기자
2026.09.2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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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15일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에 포함된 경기 과천시 아파트 단지들의 모습./사진=뉴스1
지난해 10월15일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에 포함된 경기 과천시 아파트 단지들의 모습./사진=뉴스1

지난해 10월 경기도에 거주하던 임차인 A씨는 집주인으로부터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들었다. 전세를 끼고 집을 매매하겠다던 집주인이 돌연 "새 매수자가 실거주를 해야 해 계약 갱신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한 것이다. '10·15 부동산 대책'으로 경기도 내 12개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신규 지정되면서 갭투자가 원천 차단된 탓이었다. 결과적으로 A씨는 남은 임차기간은 보장받았지만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은 포기해야 했다.

당시만 해도 토허구역에선 주택 취득 후 4개월 내 입주해야 한다는 요건이 있었다. 이에 세를 낀 집을 산 매수인은 퇴거 일자를 앞당겨 달라고 압박하거나 '계약 만료시 반드시 퇴거한다'는 각서를 요구하기도 했다. 적지 않은 임차 경험이 있는 A씨에게도 유독 쓴맛을 남긴 거래였다.

그러던 정부가 올해 2월 다주택자 매물에 실거주 유예 혜택을 부여하더니 5월에는 비거주 1주택자 매물로 적용 범위를 넓혔다. 최근에는 실거주 의무 유예 신청 기간을 올 연말에서 내년 말까지 1년 연장하고 갱신계약도 유예 대상에 포함시켰다. A씨의 집주인이 1년만 늦게 집을 매도했다면 A씨도 갱신권을 행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정부의 이번 정책 변경에 대해 A씨는 어떻게 평가할까? 뒤늦게라도 임차인의 주거 안정성이 높아졌으니 다행이라고 안도할까? 그보단 3~4개월 단위로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정책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무주택자의 서러움만 뼈저리게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 사실상 '운'에 기대야 하는 주거 현실에 어떻게든 내 집을 마련해야겠다는 간절함도 커졌을 테다. 이런 A씨의 서러움은 최근 외곽 지역의 집값이 계속 오르는 '키 맞추기' 현상과도 무관하지 않다.

문제는 정부의 이같은 땜질식 처방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비거주 1주택자 및 부부 공동명의 1주택자의 세 부담을 슬그머니 원상복귀해 시장 혼란만 키운 게 대표적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조차 "규제가 너무 자주 바뀌어 흐름을 쫓아가기 버겁다"는 토로가 나오는데 일반인들의 혼란은 오죽하겠나. 장기적 관점에서 수년을 내다봐야 할 부동산 정책이 하루 아침에 뒤바뀌는 일이 반복되면 정책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에 떨어진다. 애꿎은 실수요자만 피해를 떠안는 형국은 아닌지 되짚어봐야 할 때다.

/사진=머니투데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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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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