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호가창 '반짝반짝' 알고 보니 조작…친형제가 짜고 물량 털었다

김나경 기자
2026.09.23 16:06

가상자산시장 불공정거래 혐의자 수시기관 고발·통보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친형제가 짜고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이용한 자동매매로 일반투자자를 끌어들여 가상자산 가격을 끌어올린 뒤 미리 정한 목표가격에 도달하면 보유 물량을 모두 파는 방식으로 초단기 시세를 조종한 사건이 적발됐다.

금융위원회는 23일 제16차 정례회의를 열고 이 사건을 비롯한 가상자산 불공정거래 사건 4건의 혐의자를 고발하거나 수사기관에 통보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친형제인 두 혐의자는 지정가 고가매수 등으로 시세조종 물량을 빠르게 사들인 뒤 API로 같은 수량의 소액 시장가 매수·매도를 반복했다. 실제 매매가 활발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이른바 '호가창 반짝임 효과'로 일반투자자의 매매를 유인한 것이다.

이후 가격이 목표가에 도달하면 저가 매도 주문을 빠르게 내 보유 물량을 모두 팔아치웠다.

API 시장가 매매와 지정가 고가매수를 결합한 시세조종 사건도 적발됐다. 혐의자는 가상자산거래소의 API 주문 횟수 제한을 피하려고 타인 명의의 계정까지 동원해 시세조종 주문을 냈다. 금융당국은 이 혐의자를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가상자산 발행사 임직원들이 공모해 자신들이 발행·운영하는 가상자산이 거래소에서 활발하게 거래되는 것처럼 꾸민 불공정거래 사건도 있었다. 혐의자들은 국내 대형 가상자산거래소에 여러 차례 상장을 시도했지만 거래량 부족 등을 이유로 번번이 실패하자 상장이 비교적 쉬운 중형 거래소에 먼저 상장했다.

상장 뒤에는 가장매매로 거래량을 부풀려 거래소의 상장 유지 요건을 거짓으로 충족하고 수개월간 거래가 활발한 것처럼 일반투자자를 속였다. 이 과정에서 전문 매매업자를 고용하고 다수의 법인 임직원 계정을 동원해 거래량을 조작했다. 부풀린 거래량은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데 쓰였고 대형 거래소 상장 요건을 맞추는 데도 활용됐다.

금융당국은 초단기 시세조종에 대해 "행위자가 낮은 매수단가로 대량 물량을 확보해놓고 시세조종 주문을 통해 매매를 유인한 후 보유물량을 처분해 단가차이를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행위자들이 API 등을 이용해 다수의 거래를 체결시킴으로써 거래가 활발하거나 가격변동성이 높은 것처럼 보이게 할 가능성이 있다"며 "외관만을 보고 추격매수할 경우 언제든지 가격이 급락해 일반이용자에게 손실이 야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가상자산에 투자할 때는 가상자산 설명서와 백서 내용을 꼼꼼히 살피고 발행재단의 실체가 불분명하면 실제 운영 주체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거래가 많지 않던 가상자산의 거래량과 가격이 이유 없이 급등하거나 특정 거래소에만 거래량이 몰릴 때도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