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간 63조… 초단기대출로 주식 외상값 돌려막았다

김나경 기자
2026.10.08 04:12

매담대 작년보다 78% 급증
고금리 이자에 빚투 악순환

매도금담보대출 자동실행 서비스/그래픽=최헌정

증권사에서 받은 초단기대출로 주식 외상값(미수금)을 돌려막은 규모가 올해 8월까지 63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연간 규모보다 약 28조원(77.7%) 급증했다. 증권사들은 이 서비스로 주식 거래량을 늘리는 한편 대출 이자이익까지 챙기고 있어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빚투(빚내서 투자)'를 통합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매도금담보대출 자동 서비스' 실행금액은 약 63조551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실행금액 35조7602억원보다 약 27조7912억원 늘어난 규모로, 12월까지의 실행금액을 더하면 지난해의 2배를 훌쩍 웃돌 전망이다.

문제는 매도금담보대출 자동 서비스가 사실상 '내가 판 주식으로 주식 외상값을 돌려막는' 초단기 빚투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서비스는 투자자가 주식을 외상으로 사는 미수거래를 할 경우 대출이 자동으로 실행돼 미수금 때문에 계좌가 미수동결계좌로 설정되는 것을 막아준다. 미수동결계좌로 설정되면 30일간 위탁증거금을 100% 현금으로 내야 하고 모든 증권사에 동결계좌 정보가 공유된다.

현재 10대 증권사 중에서는 미래에셋·키움·KB증권에서 매도금담보대출(매담대) 자동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특히 '리테일 1위' 키움증권에서는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자동 실행된 매담대가 58조9755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실행금액(32조7705억원)에 비해 약 80% 늘어난 것이다. 미수가 발생해야 대출 서비스가 시행되기 때문에 그만큼 증권사에서 미수거래 금액이 불어난 셈이다.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에서도 미수로 인해 자동 실행된 매담대 금액이 늘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연간 2조6451억원에서 올해 8개월간 4조1493억원으로 약 57%, KB증권은 같은 기간 34억원에서 42억원으로 24% 가량 증가했다.

투자자들이 이른바 '빚투 돌려막기' 차원에서 매담대 자동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면 초단타 투자와 고금리 이자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점도 문제다.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에서는 신용융자 한도를 다 쓴 뒤 미수를 이용하고, 미수금마저 갚지 못하면 주식을 팔아 미수동결을 막는 방법에 대한 문의와 공유가 잇따르고 있다.

자동 서비스 활성화는 증권사에는 일종의 호재다. 증권사들이 자발적으로 금리를 내리기 전 매담대 금리는 8~10% 수준이었다. 실제 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한 곳은 올해 상반기 매담대 이자수익으로만 6억7000만원가량을 번 것으로 확인됐다.

증권사들이 신용융자 관리는 자체적으로 강화하고 있지만 '신용융자-미수-매담대'로 이어지는 초단타·빚투 악순환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투자협회는 이달 1일부터 주요 증권사의 신용공여 한도를 자기자본의 90% 이내(법규상 100%)로 줄이고, 19일부터는 특정 종목의 신용융자 비중을 15% 이내로 자율 관리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미수거래와 레버리지 상품 등이 포함되지 않아 '빚투 관리 사각지대'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에서도 업계와 당국의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는 쓴소리가 나왔다. 박 의원은 "미수거래와 연계된 매도금담보대출이 급증하고 있는 만큼 이용 실태와 위험 요인을 파악해야 한다"며 "금융당국은 미수거래와 관련 대출 전반을 점검하고, 과도한 빚투를 막기 위한 통합적인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요 증권사 매담대 자동실행 서비스 현황/그래픽=최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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