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를 달구고서도 업종분류에선 한눈에 찾기 어려웠던 반도체·바이오·이차전지가 마침내 정식 이름표를 단다. 한국거래소가 산업분류체계를 개편해서다. 업종 명칭 변경을 넘어 지수 편출입과 ETF(상장지수펀드) 리밸런싱이 맞물려 연말 증시 패시브 수급에 적잖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이달 말 KRICS(한국거래소산업분류기준)에 대한 의견수렴을 마무리하고 분류를 확정키로 했다. 지난 26일 섹터(9개)·산업군(24개)·산업(60개)·하위산업(129개)으로 구성한 4단계 분류 결과를 공개한 데 따른 후속 조처다.
KRICS에선 반도체·배터리·바이오·조선 및 선박·신재생에너지·디스플레이·게임서비스·문화엔터테인먼트 등 2020년대 투자자에게 익숙한 산업이 별도 항목으로 세분화됐다. 최상위 섹터엔 모빌리티가 추가됐고 하위산업 정의에선 메모리·시스템반도체 설계·제조(반도체)가 태양광 설비·부품 제조(재생가능에너지)와 명확히 분리된 점이 눈에 띈다.
그간 국내 증시에선 산업분류의 직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거래소가 활용하던 GICS(글로벌산업분류기준)는 1999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모간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공동 개발한 것으로 미국 산업구조를 주로 반영했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가에서 에프앤가이드의 WICS(와이즈산업분류기준)를 적용하거나 독자 체계를 개발하는 등 파편화 양상이 나타나자 거래소는 2024년 외부 연구용역을 시작으로 분류체계 개발에 나섰다.
산업분류 변경은 지수방법론 개정, 지수 구성종목 편출입, ETF·인덱스펀드 리밸런싱으로 이어져 시장 참여자들의 이목을 끈다. 거래소는 증시를 대표하는 코스피200·코스피150 지수에 다음달 중하순 구성종목 정기변경 발표 전 KRICS를 적용하겠다며 지수방법론 개정을 예고한 상태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코스피200 지수의 추종자산 규모는 직간접 상품과 인덱스펀드·연기금을 고려하면 140조~16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재분류 대상에 대형주가 대거 포함된 점도 주시할 요인이다. GICS 체제에서 산업재로 묶였던 SK·LG는 IT 자회사 비중 등이 반영돼 정보기술로 자리를 옮긴다. 반대로 정보기술에 속했던 삼성SDI는 이차전지 비중에 따라 산업재로 향할 예정이다. 기존 소재였던 LG화학·한화솔루션, 유틸리티였던 한국전력·한국가스공사는 에너지화학으로 통합된다.
임의소비재 현대차·기아는 산업재 대한항공과 함께 '모빌리티' 섹터로 옮겨진다. 일각에선 섹터지수 중 약 2조4000억원이 추종하는 코스피200 정보기술에서 삼성SDI와 LG전자(자유소비재→소비재)가 빠지고 SK·대덕전자가 새로 편입되며 삼성SDI에서만 2044억원 규모의 패시브 매도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을 제기했다.
코스피200 정기변경의 효력발생일은 오는 12월11일로 예고됐다. 선물·옵션 만기 다음날이다. 코스피200은 산업군별 누적 시총과 거래대금 비중 등을 기준으로 구성종목을 선정하는데, 대형주가 이동하면 중형주 편출입 당락도 연쇄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증권가에선 대덕전자·일진전기·두산퓨얼셀 등 10종목이 신규 편입되고 11종목이 편출, 코스피150을 합쳐 40여종목이 편출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섹터별 비중 변화는 크지 않은 편"이라면서도 "편입종목이 증가한 에너지화학에서 대규모 교체가 예상되며, 대형주가 이동하면서 산업재·소재·소비재의 중형주 신규편입이 진행될 것이다. 제외예상 종목도 대부분 에너지화학·소재·산업재에서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