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이어 증권·운용·코인까지 뚫렸다…정부, 긴급 대응(종합)

조철희 기자, 김성은 기자
2026.10.28 17:13

대신증권 3만8490명 정보 유출, 미래에셋자산운용·빗썸도 침해사고

금융투자업계 해킹 사고 현황/그래픽=임종철

은행권에 이어 금융투자업계까지 해킹 사고가 확산하면서 정부가 긴급 대응에 나섰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가상자산거래소 등에서 잇따라 침해사고가 발생하고 고객정보 유출까지 확인되자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금융당국, 경찰이 피해 상황 파악과 추가 확산 차단에 착수하는 등 범정부 차원의 대응이 본격화하고 있다.

국가안보실 긴급회의·금융당국 현장조사·경찰 내사…2차 피해 차단 총력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에서는 고객 3만8490명의 개인·신용정보가 유출됐다. 대신증권은 지난 17일 투자일임 비대면 증권계좌 개설 연계 서버에서 비정상적인 외부 접근 징후를 포착했고 금융보안원과 함께 조사한 결과 지난 26일 고객정보 유출 사실을 확인했다.

유출된 정보는 고객명과 이메일, 주소, 통신 ID, 은행명, 입출금 계좌번호, 대신증권 종합계좌번호, 휴대전화번호 등 8개 항목이다. 계좌번호 2종과 휴대전화번호는 암호화된 상태였다. 대신증권은 핵심 업무시스템에 대한 불법 접근이나 2차 피해 정황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는 일부 웹시스템에 대한 외부 IP(인터넷주소)의 비정상적인 접근으로 일반 업무용 시스템 관련 정보가 유출됐다. 회사는 접근 경로를 차단하고 외부 보안 전문기관과 사고 원인과 영향 범위를 조사하고 있다. 현재까지 서버나 데이터베이스에 직접 침투한 흔적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고유식별정보와 민감정보, 개인신용정보의 유출 정황도 없다는 설명이다.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에서는 외부 비인가자의 접근으로 빗썸과 자회사, 협력업체 등의 임직원 정보가 유출된 정황이 확인됐다. 이용자 정보 유출 여부는 조사 중이며 가상자산지갑 주소 등 부정결제나 가상자산 이전에 활용될 수 있는 정보의 유출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이날 송기호 3차장 주재로 '금융권 연쇄 해킹 대응 긴급점검회의'를 열고 관계기관별 대응 상황을 점검했다. 은행·증권·보험·온라인투자연계금융 등 금융권과 가상자산 분야의 침해사고 대응을 총괄·조정하기 위한 회의로 금융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금융보안원, 한국인터넷진흥원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회의에서는 사고별 조사와 조치 상황을 점검하고 유출 정보를 악용한 스미싱·보이스피싱 등 2차 피해 방지대책을 논의했다. 외부 연계 서버와 사내 업무시스템 등 유사 공격 경로에 대한 점검 방안도 검토했다. 참석 기관들은 앞으로 공격 정보와 조사 결과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공조하기로 했다.

송 차장은 "금융 분야 해킹은 국민의 재산과 금융 신뢰에 직결되는 만큼, 신속한 대응과 2차 피해 차단에 만전을 기해 달라"며 "중소 금융회사 등 보안 여력이 부족한 곳이 보안 사각지대가 되지 않도록 보안 강화에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국가안보실은 관계기관의 조치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필요하면 추가 조치를 검토할 방침이다. 국민에게도 금융회사를 사칭한 전화와 문자에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금융위도 이날 유영준 디지털금융정책관 주재로 금융감독원, 금융보안원,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빗썸 등이 참석한 긴급 점검회의를 열었다. 당국은 현장조사에 착수하고 관계기관 간 정보 공유와 협력을 통해 사고 원인을 파악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점검해나갈 예정"이라며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전액배상 등 소비자 보호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관리·감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가상자산업권 등 현재 전자금융거래법이 적용되지 않는 업권에도 은행 등 주요 금융회사 수준으로 보안 조치를 강화하고 사고 발생 시 신속한 대응체계를 갖추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경찰도 이날 해킹 사고에 대한 내사(입건 전 조사)에 착수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기존 금융권 연쇄 해킹 사건을 맡았던 수사팀을 통해 이번 사고의 공격 방식과 기존 사건의 연관성 등을 살펴볼 방침이다.

핵심 거래시스템 밖 업무망도 표적…보안 사각지대 점검

이번 사고에서는 핵심 금융거래 시스템보다 외부 연계 서버와 일반 업무지원 시스템이 공격 대상이 됐다는 공통점이 드러났다. 대신증권은 비대면 계좌 개설 연계 서버,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일부 웹시스템, 빗썸은 사내 모바일 그룹웨어에서 침해사고가 확인됐다.

피해 양상은 회사별로 다르다. 대신증권에서는 고객의 개인·신용정보가 실제로 유출된 반면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는 일반 업무 관련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빗썸도 임직원 정보 유출 정황이 확인됐지만 이용자 정보가 포함됐는지는 조사 중이다.

핵심 거래시스템이 침해되지 않았더라도 개인정보가 유출되면 금융회사 사칭이나 스미싱·보이스피싱 등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국가안보실이 외부 연계 서버와 사내 업무시스템 점검과 유출 정보를 악용한 금융사기 방지를 강조한 것도 이런 위험 때문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도 이날 8대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에서 "사이버 공격의 방식이 나날이 고도화되는 가운데, 공격대상이 비핵심시설로 확대되는 등 전방위적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원장은 AI(인공지능)가 해킹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보안 취약점 탐지와 동시다발적 공격이 상시화될 가능성을 경고하며 금융회사들이 취약점을 능동적으로 찾아 제거하는 자율 방어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