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월 주주총회 시즌이 되면 '슈퍼주총 위크', 주주 접근성 한계 같은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주주총회의 시간적·공간적 제약을 뛰어넘는 'eVOP(이봅)'의 출범으로 내년부터 이런 말이 대폭 줄어들 것입니다."
이윤수 한국예탁결제원(예탁원) 사장은 4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전자주주총회 도입 및 플랫폼 오픈 기념행사'에서 자체 구축한 전자의결권 플랫폼 이봅을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사장은 "국내외 투자자들이 소재지와 상관없이 의결권을 손쉽게 행사할 수 있는 전자의결권의 새로운 글로벌 스탠더드가 형성될 것"이라며 "우리 자본시장의 코리아 프리미엄 달성에도 일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봅은 전자주주총회를 포함한 전자의결권 종합 지원 플랫폼이다. 개정 상법에 따라 내년 1월1일부터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의 전자주총 개최가 의무화되는 데 맞춰 구축됐다. 예탁원에 따르면 의무 대상 기업은 약 210곳이다. 이봅은 주주총회 전날까지 진행하는 사전 전자투표부터 주총 당일 전자총회장 투표까지 모든 과정을 지원한다. 기존 전자투표 시스템 K-VOTE는 이봅으로 통합된다.
이봅은 PC·스마트폰·태블릿PC를 모두 지원한다. 화상회의처럼 주총 현장을 보면서 텍스트나 음성으로 직접 질문할 수 있고, 안건별로 찬반 의사를 표시해 투표할 수 있다. 현장에 참석한 주주도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투자자는 주총 10일 전부터 전날 오후 5시까지 사전 전자투표·전자위임장 수여·전자주총 참석 신청 등을 할 수 있다. 온라인 주총과 현장 주총의 출석 정보를 실시간으로 연동해 중복 출석과 중복 의결권 행사도 막는다. 같은 시간에 열리는 여러 기업의 전자주총을 오가며 참석할 수도 있다.
예탁원은 주주의 의결권 보호를 위해 전자등록·결제 업무에 적용하는 수준의 물리적 보안, 해킹 대응, 3중화된 데이터 보호 체계 등을 갖췄다. 외국인 주주는 국내 상임대리인을 통해 주주 식별코드와 비밀번호를 발급받아 본인인증을 할 수 있다.
특히 삼성전자처럼 소액주주가 많은 기업의 주총이나 하루에 여러 기업의 주총이 몰리는 상황에 대비해 시스템 경량화와 장애 발생 시 비상 대응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이 사장은 "보안상 정확한 동시 접속 인원을 밝힐 수는 없지만 잠실 주경기장 수용 인원을 넘어서는 수준의 접속 처리 능력을 확보했다"며 "전자주총 의무화 대상인 대형 상장사 전체가 이봅을 이용한다고 가정하고 준비했다"고 강조했다.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의 공식 수용 인원은 최대 10만명으로 알려져 있다.
이 사장은 이어 "장애 발생에 따른 책임은 상장사와 계약하는 과정에서 면밀히 살펴보고 정할 것"이라며 "사고 원인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책임을 지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예탁원은 다음달 법무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공동으로 이봅을 활용한 시범 주총을 연다. 전자주총 플랫폼 실무 교육 과정도 마련해 전자주총 제도가 차질 없이 정착하도록 할 계획이다.
예탁원은 이날 기념식 후 전자주총 의무 개최 대상 상장사 210여곳의 주총 담당자 330여명을 대상으로 전자주총 세미나를 열었다. 세미나에서는 이봅의 서비스 범위와 특징을 소개하고, 주총 개최 절차에 맞춘 시스템 시연을 진행했다. 전자주총 도입에 따른 상장사의 실무 고려사항과 준비 절차에 관한 질의응답, 김지평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의 주요 법률 쟁점 설명도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