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 중단 아닌 지연"…증권가 "반도체 투매 과도하다"

배한님 기자
입력 2026.11.06 10:53 수정 2026.11.06 10:53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코스피가 5000선이 붕괴된 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주요 지수가 표시 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한 이후 AI(인공지능) 산업 규제 강화 우려로 국내 증시가 급락한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시장이 현실화되지 않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선반영해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데이터센터 건설 지연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AI 투자 축소나 반도체 수요 감소가 확인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6일 '중간선거 이후 AI 사이클에 던지는 네 가지 질문' 보고서에서 "이번 급락은 AI 투자 사이클의 종료보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앞당겨 반영하는 투매에 가깝다"며 "규제에 따른 건설 지연 위험은 확대됐지만 기존 공급계약과 메모리 이익까지 훼손됐다는 근거는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시장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2028년 투자 지연을 당장의 실적 훼손으로 확대 해석하며 위험을 과도하게 할인 중"이라며 "현 가격대에서는 투매보다 낙폭 과대 정상화에 무게를 두면서 기존 핵심 보유 전략을 유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추가 비중 확대는 2028년 이익 전망과 AI 기업의 신용위험 안정 여부 확인 이후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의 우려가 커진 것은 텍사스·조지아 등 주요 데이터센터 건설 지역의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했기 때문이다. AI 인프라 관련 직접적인 인허가 권한은 연방의회가 아닌 주정부에 있어서다. 특히 텍사스는 2028년 미국 데이터센터 신규 증설 예정 용량의 약 30%를 차지하는 핵심 지역이다. 민주당 주지사 당선인은 주민 보호 법률이 마련될 때까지 신규 데이터센터 승인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2027년 미국 주요 20개 주에서 가동 예정인 데이터센터 33.8GW 가운데 약 75%는 착공 단계에 진입했다. 반면 2028년 신규 증설 계획은 미착공 비중이 높아 인허가 규제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다만 규제 강화가 실제 투자 중단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유안타증권은 미국의 2028년 데이터센터 순증설 전망치 62.2GW 가운데 규제에 노출된 물량은 최대 30.3GW(48.7%)로 추정했다. 그러면서 해당 물량이 규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규모일 뿐 실제 취소 물량은 아니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 연구원은 "전체 AI 투자 중단보다 미착공 프로젝트의 준공 지연과 비용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둬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텍사스에서는 선거 이전부터 공화당 주지사가 인허가 제한을 추진하기도 했고, 민주당 승리 이후에는 규제가 장기화될 위험이 부각된 것"이라며 "기존 허가를 확보한 시설과 신규 승인이 필요한 시설의 영향은 차별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규제 시나리오에 노출된 계획 물량을 실제 투자 취소로 간주하는 것은 무리"라고 덧붙였다.

이 연구원은 데이터센터 건설 지연이 곧바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감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도 했다. 그는 "HBM은 장기공급계약과 공급 제약의 영향을 받고, 서버 D램은 기존 서버의 증설·교체 수요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역시 2029년까지 D램과 HBM의 판매처를 사실상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제 발주 취소와 이익 추정치 하향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금의 투매에 동참할 이유는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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