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증권사들에 신용공여 담보비율 140% 이상 유지 의무를 3개월 동안 한시 면제한다고 8일 밝혔다. 증시 급락에 따른 반대매매 급증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다. 증권사들은 고객 공지를 통해 담보비율 140% 완화, 반대매매 1영업일 유예 신청 등 저마다 제도 한시 변경을 안내했다. 급하게 제도를 변경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신용공여 폭탄 돌리기"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금감원은 지난 6일 관계기관 합동 긴급 시장상황점검회의 결과에 따라 오는 9일 비조치의견서 발급을 통해 증권사 신용공여 담보비율 유지의무를 면제하기로 했다. 11월 9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3개월 간 시행되는 한시적 조치다.
현행 금투업규정에 따르면 증권사는 신용융자를 시행할 때 담보를 140% 이상 확보하고, 증권사에서 정한 담보유지비율 아래로 떨어지면 투자자에게 곧바로 추가담보 납입을 요구해야 한다. 투자자가 변제시한 내 이 비율을 맞추지 못하면 증권사는 주식을 강제로 매도(반대매매)한다.
금감원과 금융투자협회는 증시 급락에 따른 반대매매 급증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이같은 조치를 시행키로 했다. 140% 유지 의무가 면제되면 증권사들은 신용융자 고객들의 담보비율이 낮아져도 추가 납입을 요구하거나, 미납에 따른 반대매매를 하지 않아도 된다.
대형사들은 지난 6일 고객 공지를 통해 담보유지비율 변경, 반대매매 유예 신청을 안내했다. 미래에셋증권은 국내주식 A~F군의 담보유지비율을 오는 9일부터 130%로 낮추고, 국내주식과 해외주식 담보융자를 모두 사용하고 있을 경우 국내·해외주식 비율을 가중 평균해 130~140%로 적용키로 했다. 다만 국내주식 관리·정리매매 종목의 담보유지비율은 기존과 같이 160%를 적용한다.
NH투자증권은 국내주식 반대매매 기준을 담보유지비율 140%에서 130%로 하향, 해외주식의 경우 170%에서 160%로 낮춘다. 완화된 기준을 적용받으려는 고객은 오후 3시 30분 전까지 동의해야 신청 당일 담보평가부터 130%(해외주식은 160%)를 적용받을 수 있다.
반대매매를 유예하는 증권사들도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한국거래소(KRX) 장마감 기준 담보유지비율이 120% 이상 130% 미만이면 1회에 한해, 130% 이상에서 140% 미만이면 매일 유예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당일 혹은 다음날 반대매매 대상 고객만 신청할 수 있고, 한 번 유예를 신청하면 반대매매가 1영업일 미뤄진다. 삼성증권은 기존 의무적용비율이 140%인데 현재 130~140%인 고객들의 경우 반매대매 유예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의무비율이 145%였던 고객의 경우 현 담보비율이 135~145% 구간에 있으면 역시 유예 신청이 가능하다.
키움증권 역시 한투증권과 유사하게 담보비율별로 고객들이 반대매매 1영업일 유예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담보비율이 130% 이상 140% 미만인 고객은 신청을 통해 반대매매를 하루 늦출 수 있다. 유예가 신청되지 않은 고객은 지금처럼 140%를 맞추지 못하면 '담보부족 발생일+2일'째 반매매매가 실행된다.
금투업계에서는 '돈 떼일 위험'을 줄이기 위한 장치가 약해져 리스크 관리 부담이 커진다고 우려한다. 업계 관계자는 "반대매매를 막아서 증시 추가 하락을 방어하면 다행이지만, 못 막을 때는 증권사들에 리스크를 떠넘긴 선례가 생기는 것"이라며 "폭탄을 더 크게 만들어서 돌리는 분위기가 됐고, 그 폭탄이 언제든지 터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투자증권은 9일부터 리스크 관리를 강화키로 했다. 현재 45%인 신용융자 보증금률을 50%로 높여 투자자들이 자기자본을 바탕으로 거래하도록 유도한다. 신용융자 상환기간도 180일에서 90일로 단축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우 현행 보증금률 45%에서 60%로 각각 상향 조정한다. 이같은 조치는 9일 신규 신용융자를 통해 매수하는 주식 주문부터 적용된다.
투자자에게 '자기자본'을 바탕으로 한 투자를 요구하는 대신 증권사들이 리스크를 떠안게 함으로써 '빚투 관리'라는 당국의 원칙을 스스로 깼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금감원과 금투협회는 시장상황을 모니터링하며 빚투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향후 시장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관계기관과 협력해 증시 변동성 완화를 위해 다각적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금투협 관계자는 "지난 9월 마련한 '신용융자 자율관리 강화방안'의 이행과 빚투(빚내서 투자)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과거에도 금융당국은 증권사의 신용융자 담보비율 유지의무를 한시 면제해 시장 변동성에 대응해왔다.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증시 폭락, 2022년 7월 글로벌 금리인상·증기 급락(코스피 2300하회) 당시 담보비율 유지의무를 한시 면제했다. 2022년 7월에는 9월 말까지 3개월 의무를 면제한 후 12월 말까지 3개월 연장한 바 있다.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금융당국이 추가 조치를 시행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2022년 7월 당시 상장사 1일 자사주 매수주문 수량 제한을 한시적으로 완화했다. 자사주 매수주문 제한을 완화해 수요 상단을 열어두는 식으로 주가 급락의 가능성을 줄이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