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떠난 자리 누가 차지할까

테크M 편집부
2015.10.06 07:35

'IFA 2015' 결산

LG전자는 ‘IFA 2015’에서 스마트씽큐 센서, 올조인을 탑재한 스마트 가전 등 연결성 높인 스마트홈 전시공간을 구성했다.

세계 3대 IT 전시회라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국제가전제품박람회),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 그리고 이번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국제가전박람회)를 꼽을 수 있다.

각 전시회는 태생부터 저마다의 특징을 갖는다. CES는 가전제품의 전시가 메인이었으나 PC 중심의 전시회인 컴덱스의 쇠퇴로 가전과 PC를 아우르는 북미 최대의 전시회로 자리매김했다. MWC는 전 세계 이동통신사들의 연합으로 모바일 산업 위주로 자리를 잡았고, IFA는 유럽의 가전 산업이 전시회의 핵심을 이룬다.

최근 3대 IT 전시회의 트렌드는 단연 ‘스마트폰’이었다. 특히 지난 수 년 간의 스마트폰 산업의 성장으로 각 전시회의 주요 전시 제품은 스마트폰 혹은 태블릿 위주였고 삼성전자를 비롯해 LG전자, 소니, 화웨이 등의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신제품이 3대 전시회를 통해 발표되는 것이 관례처럼 느껴 질 정도였다. (참고로, 애플은 매년 9월 미디어 행사를 통해 아이폰, 아이패드 등의 신제품을 발표하며 3대 IT 전시회에 참석하지는 않는다.)

그러던 것이 이번 ‘IFA 2015’를 기점으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수 년 간 무대의 한 가운데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스마트폰이 이제는 조연으로 물러날 조짐이다. 애플과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고 있던 삼성전자는 IFA 2013에서는 ‘갤럭시노트3’를, IFA 2014에서는 ‘갤럭시노트4’를 발표하며 하반기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했었다. 특히 지난해 IFA 2014에서는 중국의 화웨이, ZTE, 레노버 등이 신제품을 출시하며 본격적인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 참전을 선언했고, 불과 1년 만에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애플과 삼성, 그리고 중국이 새로운 삼국지를 형성하는 잠재력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미 ‘갤럭시노트5’를 출시한 삼성전자는 이번 IFA 2015에서 신제품을 선보이지 않았고 대신 소니, 에이서 등 중위권 기업의 신제품만이 삼성의 빈자리를 채울 뿐이었다. 어쩌면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에 다다르며 ‘포스트(Post) 스마트폰’에 대한 이목이 더욱 쏠리고 있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가전업계, 스마트홈으로 화려한 복귀

이번 IFA 2015의 분위기는 화려한 쇼타임 보다는 조용히 미래를 내다보는 시간이 됐다. 그리고 지난 시간 전 세계 IT 산업을 견인하던 스마트폰을 대신할 새로운 스타들의 출연이 본격화됐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빈자리는 스마트홈, 웨어러블, 스마트워치 등의 새로운 신예 주인공들이 메웠다.

가전제품 전시회로 시작한 IFA에서 잠시 거리를 두었던 가전제품은 스마트홈이라는 새로운 옷을 입고 화려한 복귀를 선언했다. 삼성전자 역시 스마트폰이 아닌 ‘스마트싱스(SmartThings)’라는 사물인터넷 기반의 스마트홈 허브를 공개했다.

스마트폰을 통해 자동차의 상태를 점검하고 차문을 여는 등의 커넥티드 카 서비스를 비롯해 사용자의 수면 도중 맥박과 호흡, 움직임을 측정해 스마트폰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슬립센스(SLEEPsense)’ 등을 선보였다. 슬립센스를 삼성의 스마트TV, 스마트 에어컨, 무선 오디오 등과 연동할 경우, 사용자의 수면 상태에 따라 전원과 음량을 조절하고 쾌면을 위한 최적의 상태로 자동 조절된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2020년까지 삼성의 전제품을 사물인터넷 기반으로 변화시킨다는 청사진을 본격적으로 구현했다.

흥미로운 것은 기존까지는 갤럭시노트 등 스마트폰을 원톱으로 내세운 반면, 스마트싱스에서 스마트폰의 역할은 리모컨 혹은 상태를 표시하는 디스플레이의 역할로 한 발짝 물러난 점이다.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위기 속에서 가전 시장의 강점을 가진 삼성의 ‘스마트폰+스마트가전=스마트홈 시장 선도’라는 공식이 그려지는 셈이다.

삼성전자가 9월 3일 독일 베를린 템포드룸에서 ‘삼성 기어 S2 쇼케이스’를 개최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마케팅팀장 이영희 부사장이 제품 철학과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가전제품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보유한 LG전자 역시 사물인터넷 기반의 스마트홈 솔루션인 ‘스마트싱큐(Smart ThinQ)’를 선보였다. 기존의 가전제품이 각자의 역할에 충실했다면, 스마트싱큐는 각 가전제품이 하나의 솔루션으로 제어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 사물인터넷 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일반 가전제품을 위한 ‘스마트싱큐 센서’는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일반 가전제품을 사물인터넷으로 탈바꿈 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이를 통해 가속도(문열림 및 진동 감지), 거리(창문열림 감지), 온도, 습도, 리모컨 기능 등 스마트홈의 기본적인 기능 구현도 실현했다.

가령, 거리 및 근접 센서를 통해 자동으로 문의 여닫힘 속도가 조절되고, 온도 및 습도 센서를 통해 일반 에어컨을 스마트 에어컨으로 업그레이드 할 수도 있다. LG전자는 머지않은 시점에 스마트싱큐를 한국에서 상용화 할 계획이라고 한다.

삼성전자와의 차별화 전략은, 삼성전자가 스마트홈 안에 모든 가전제품을 넣었다면, LG전자는 좀 더 오픈 된 방향으로 스마트홈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기업 위세 더 거세져

스마트폰 시장에서 한국 기업을 무섭게 추격하던 중국 기업들의 위세가 스마트홈 시장에서도 재현되고 있다. 중국의 가전제품 기업인 하이얼, 스카이워스, 창홍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 기업의 경우 아직까지는 삼성전자, LG전자에 비해 시장의 영향력이 크진 않지만, 스마트홈 시장에서의 기술 격차는 기존 스마트폰 시장보다 간극이 좁아졌다는 평가가 나타났다.

어쩌면 다음 해의 IFA에서는 중국 기업들의 스마트홈 솔루션이 전 세계 가전 시장을 뒤흔들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를 반증하듯 이번 IFA 전시회에서는 전체 참가업체 1651개 중 40%에 해당하는 659개의 기업이 중국 기업일 정도이다.

당초 포스트 스마트폰으로 꼽히던 스마트워치도 이번 IFA 2015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특히 스마트워치 시장은 최근 애플이 출시한 애플워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성장기를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기업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전 세계 스마트워치 시장의 판매량이 2014년 460만 대에서 2015년에는 전년 대비 511% 증가한 281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변화를 증명하듯 IFA 2015에서는 글로벌 제조사들의 스마트워치 신제품이 줄을 이었다.

삼성전자는 7번째 스마트워치이자 첫 번째 원형 제품인 ‘기어S2’를 선보였다. 기어S2는 원형 베젤을 스마트워치 조작에 활용해 시계 겉면의 회전 베젤을 돌려 앱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애플이 아날로그 시계의 용두를 앱 선택에 쓸 수 있도록 적용한 것과 비슷한 구조이다.

이번 IFA 전시회 전체 참가업체의 40%가 중국 기업일 정도로 중국 기업들의 위세가 거셌다. 사진은 화웨이 전시관

해외 기업들의 스마트워치 시장 진출도 거세졌다. 중국의 화웨이는 원형 디자인의 ‘화웨이워치’를 발표했다. 스마트워치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충전 이슈를 해소하기 위해 빠른 충전 기술을 도입했고, 이를 통해 45분 동안 전체 배터리의 80%가 충전 가능하다. 또 안드로이드폰 뿐만 아니라 아이폰과도 연동할 수 있어 애플워치가 독식하던 아이폰 사용자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마련했다.

모토로라의 ‘모토360’은 두 번째 버전을 출시했는데, 총 3가지 제품으로 구성됐다. 다양한 사이즈와 디자인으로 고객층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이들 기업 외에도 대만의 에이수스, 유럽의 알카텔 등도 저마다 신제품을 출시하며 스마트워치 시장에 동참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몸에 부착해 사용하는 웨어러블 제품이 다수 등장했다. 사진은 IFA 2015 가이드 투어 중인 스마트 웨어러블 전시공간

IFA 2015의 마지막 주인공으로 웨어러블을 꼽을 수 있다. 손목에 장착하는 스마트워치도 웨어러블의 범주에 들 수 있으나 시장의 특징을 고려해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패션기업으로 유명한 삼성물산은 ‘더 휴먼핏’이라는 웨어러블 플랫폼 브랜드를 출시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이번에 전시한 제품은 스마트 슈트, 온백(On Bag), 바디 콤파스, 퍼펙트 월렛의 총 4개 제품이다.

스마트 슈트는 근거리무선통신(NFC) 태그를 손목 부위의 스마트 버튼에 적용해 스마트폰의 앱을 제어하는 기능으로 남성복 브랜드인 ‘로가디스’의 슈트에 적용된다. 온백은 배터리 모듈이 내장된 스마트폰 충전 가방이다. 자석 젠더를 통한 무선충전이 가능하며 전용 앱을 통해 배터리 잔량 체크, 휴대폰 위치 찾기 등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바디 콤파스는 바이오 스마트 셔츠로 심전도와 근전도 센서가 내장돼 심박과 호흡을 추적할 수 있으며, 근육의 움직임과 호흡의 상관관계를 고려한 운동 코칭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삼성물산이 기존 패션 기업의 웨어러블 서비스에 진출했다면, IT 업계 역시 다양한 웨어러블 서비스를 선보였다.

사물인터넷 기업인 위딩스는 수면 측정기인 ‘위딩스 오라’를 구글의 네스트와 연결했다. 삼성전자의 슬립센스처럼, 웨어러블과 가전제품을 연결한 개념이다. 필립스는 ‘블루터치’를 통해 조명을 이용한 근육 치료 기기를 발표했다. 국내 중소기업인 스마트메디컬디바이스는 팔에 부착한 장치를 통해 저주파로 근육을 치료하는 기기를 선보였고, MK글로벌은 탈모 방지용 웨어러블 솔루션을 발표했다.

이 외에도 IFA 2015에서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신제품이 대거 출시되며 새로운 디스플레이 시장 경쟁을 예고했고, 스마트 로봇, 노트북, 가전제품 등이 선을 보였다. 앞서 설명했듯이 이번 IFA 2015는 기존 스마트폰이 선보였던 강력한 임팩트를 주는 제품을 만나볼 수는 없었다. 대다수의 기업에서는 유사한 수준의 스마트홈, 스마트워치, 웨어러블 솔루션을 내놓았을 뿐 시장을 주도할 새로운 아이템을 내놓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러한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포스트 스마트폰을 향한 다양한 변화들이 실현되고 있다는 점이다.

스마트홈은 보편적인 디바이스가 된 스마트폰을 활용해 가전제품의 연결성을 이끌고 있고, 스마트워치는 스마트폰의 부속품이 아닌 스마트워치만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웨어러블은 패션뿐만 아니라 헬스케어 등의 필수적 기능을 바탕으로 점진적인 성장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조용한 변화가 성숙기에 접어든 스마트폰 산업을 대체할 새로운 후보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내년 ‘IFA 2016’에서는 새로운 후보들 중 새로운 주인공 탄생을 기대해본다.

박종일 착한텔레콤 대표

[본 기사는 테크엠(테크M) 2015년 10월호 기사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매거진과테크M 웹사이트(www.techm.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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