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공정위가 1조30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과 시정조치를 내리자 퀄컴 측이 불복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공정위 의결서를 수령하는대로 시정 명령에 대한 집행정지를 신청하고 처분 취소 소송을 내겠단 받침이다.
공정위의 시정조치가 시행되면 퀄컴은 로열티 수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한국기업들에 대해 기존 라이선스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하기 어려워진다. 사업모델의 근간이 위협받을 수도 있는 것.
반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제조사들은 불공정 계약을 시정해 스마트폰 원가를 절감하는 한편 퀄컴 중심의 생태계에서 벗어나 자체 연구개발(R&D)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퀄컴, "국제법 원칙과 직접 충돌…불복 소송 제기"
지난해 퀄컴의 모뎀칩셋 매출액과 특허 로열티 매출액은 약 251억달러. 그 중 한국기업으로부터 받는 매출은 약 20% 안팎으로 추정된다. 특히 로열티 매출의 경우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제조사로부터 받는 수익이 전체의 30%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2조원 안팎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퀄컴의 연간 한국매출을 5~6조원 정도로 보고, 그 중 1조원 가량의 로열티 수익이 부당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는 지난해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가 부과한 과징금 1조원과 육박하는 규모다. 특히, 세부 시정조치를 들여다보면 중국 NDRC의 시정조치보다 오히려 강력하다.
퀄컴은 이에 대해 '전례가 없고 결코 유지될 수 없는 결정'이라며 불복 소송 방침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과의 특허 라이선스 재협상 가능성을 의식, 이번 시정명령이 공정위의 의결서를 수령하기 전까지 효력이 없으며 의결서 수령 즉시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퀄컴은 향후 공정위의 과징금 액수 및 산정방식에 대해 법원에서 집중적으로 다투겠다는 방침이다.
2016 회계연도에 한국에서 휴대폰 관련 퀄컴의 로열티 수입은 전체 라이선스 수입의 3%에도 미치지 않다는 것. 과징금 규모 산정 시 기준을 국내판매 제품에 한해 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공정위는 국내 스마트폰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고 특허 라이선스 계약도 글로벌 단위로 이뤄지는 만큼 시정 조치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 외 판매분도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퀄컴 측은 "공정위 의결서가 다른 국가에서 부여된 지식재산권 또는 한국 외에서의 기업활동을 규제하려 한다면, 그만큼 이미 널리 인정되고 있는 국제법 원칙과 직접적 충돌을 야기할 것"이라며 "퀄컴은 이에 전력으로 다투겠다"고 밝혔다.
◇휴대폰업계 환영, 모바일칩셋 퀄컴 독주 깨질까
스마트폰 및 모바일칩셋 업계에선 공정위의 이번 결정에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퀄컴의 공정위 전원회의에는 삼성, LG 등 국내 스마트폰업체 뿐 아니라 애플, 화웨이, 미디어텍 등 글로벌 IT업체들이 이해관계자로 참여했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향후 퀄컴과의 재협상 및 계약 수정을 통해 로열티 지급 규모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LG전자의 경우 올해 초 퀄컴과 로열티 분쟁을 벌이다 지난 4월 합의, 지연된 로얄티 2억3500만달러를 지급하기도 했다.
이번 시정조치를 통해 퀄컴의 특허 라이선스 계약과 모뎁칩셋 공급이 이원화되면 모바일칩셋 시장경쟁도 촉진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연간 12억달러 규모의 모뎀칩셋을 생산하는 글로벌 3위 업체다. 퀄컴은 그동안 특허 라이선스를 지렛대로 모뎀칩셋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지켜왔다.
이번 시정조치로 퀄컴의 '특허우산'이 약해지면 스마트폰 핵심부품인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시장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퀄컴은 자사가 칩셋을 공급하는 스마트폰업체들의 특허를 무상공유하고, 자사 칩셋고객에게만 특허침해 공격으로부터 보호해줬다. 경쟁사의 칩셋을 살 경우엔 다른 휴대폰 회사의 특허에 대해 별도의 로열티를 내야하기 때문에 퀄컴 칩셋을 사는 동기로 작용해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의 시정조치로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자체 R&D 개발이 활발해지고 모바일 칩셋시장의 지형에도 변화가 일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