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거대 인터넷기업 텐센트가 모바일메신저 '위챗'에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앱)을 구동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위챗 플랫폼화 작업의 일환으로 구글, 애플과 본격적인 앱마켓 경쟁을 펼치겠다는 선전포고다.
11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텐센트는 지난 9일 위챗 안에서 영화 예매, 쇼핑, 인터넷 뱅킹 등 100여종에 달하는 앱을 구동할 수 있는 '미니 프로그램'(샤오청쉬·小程序) 기능을 정식 도입했다. 검색 또는 QR코드 스캔으로 앱을 구동할 수 있는 기능이다. 미니 프로그램은 클라우드 기반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사용자가 별도 앱을 내려받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글로벌 양대 앱마켓인 구글 플레이스토어, 애플 앱스토어와 같은 앱 생태계 조성에 나선 것이다. 현재 중국에서 iOS 앱마켓 애플 앱스토어와 다양한 안드로이드 앱마켓이 존재한다. 중국에선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이용할 수 없다. 2010년 구글이 중국 정부의 검열 요구에 항의해 철수했기 때문이다.
미니 프로그램 도입은 위챗 중심 앱 생태계를 더욱 확장하겠다는 텐센트의 본격적인 행보로 풀이된다. 다만 애플을 의식해 앱 대신 프로그램이라는 명칭을 내세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미니 프로그램에 다양한 종류의 앱들이 추가될 경우 별도 앱마켓을 실행시키지 않아도 된다. 스마트폰 저장공간을 절약할 수 있다. 앱을 설치하지 않고 위챗에서 바로 실행할 수 있어 위챗 사용자들의 이용시간을 늘리고 충성도를 강화할 수 있다.
텐센트가 발표한 '2016년 위챗 데이터 보고'에 따르면 위챗의 하루 평균 사용자는 7억6800명에 달한다. 이 중 절반이 매일 90분 정도 위챗을 사용한다. 하루 평균 메시지 발송건수는 2015년 대비 67% 늘었다. 위챗은 중국인들의 독보적인 국민 메신저로 O2O(온·오프라인 연결) 생태계의 중심에 있다. 대부분 O2O 기업들은 위챗을 기반으로 사업을 펼친다.
애플이 사실상 '모바일 포털'로 거듭난 위챗의 행보에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 애플은 폐쇄적인 운영정책을 고수하면서 자사에 불이익을 안기는 앱들을 앱스토어에서 추방해왔다. 미니 프로그램은 앱스토어 사용자 이탈을 불러오기 때문에 애플 입장에선 분명한 제재 대상이다. 미니 프로그램을 허용할 경우 대규모 사용자 기반을 확보한 다른 앱들도 비슷한 방식의 앱마켓을 도입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 이럴 경우 애플의 앱 생태계 영향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위챗이 중국의 국민 메신저라는 점에서 애플이 쉽사리 제재를 내리기도 어렵다. 위챗 제재로 중국 여론의 반발을 불러올 경우 중국 정부가 나서 애플에 불이익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최근 중국 정부의 요구로 중국 앱스토어에서 뉴욕타임즈 앱을 삭제했다. 중국 규제를 위반했다는 사유를 들었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규제를 어떻게 위반했는지 밝히지 않았다. 다른 국가와 달리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업계 관계자는 "클라우드 기반의 미니 프로그램은 새로운 방식으로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서비스 확장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며 "미니 프로그램이 성공할 경우 모바일메신저들의 앱마켓 기능 도입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