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6만원대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이용 중인 직장인 A씨는 최근 스마트폰 테더링으로 노트북에서 영화를 보다 갑자기 연결이 끊기는 경험을 했다. 휴대폰 데이터는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었지만, 다른 기기와 연결해 사용하는 테더링은 60GB까지만 제공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안 것이다. A씨는 "휴대폰에선 무제한인데 테더링은 제한된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사실상 이름만 무제한 요금제"라고 지적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이동통신 3사의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는 모두 데이터 공유 및 테더링 용량에 제한을 두고 있다.
SK텔레콤의 최고가 요금제인 '5GX 플래티넘'(월 12만5000원)과 LG유플러스의 '5G 시그니처'(월 13만원)는 테더링을 각각 120GB까지만 제공한다. KT의 '5G 초이스 더블'(월 12만원)은 90GB의 테더링 데이터를 제공한 뒤, 소진 시 200Kbps 속도로 계속 이용할 수 있는 QoS(서비스 품질 유지)를 지원한다. 다만 이는 간단한 텍스트 전송만 가능한 수준이다.
데이터 소모 속도를 고려하면 용량 제한이 박하게 느껴진다. 넷플릭스에서 고화질(FHD) 영상을 시청할 경우 시간당 최대 3GB, 4K 초고화질 영상은 최대 7GB의 데이터가 사용된다. 예를 들어 노트북으로 2시간짜리 영화 8편을 4K 화질로 시청하면 120GB를 모두 소진하게 된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요금제를 사용할 경우 테더링 제공량은 더 줄어든다. 이 때문에 일부 이용자들은 스마트폰 내부 설정이나 APN 값을 변경해 통신사 감시망을 우회하는 꼼수도 쓴다.
소비자들은 "비싼 요금을 내고 산 데이터를 어떤 기기에서 쓸지는 사용자의 자유"라고 반발한다. 그러나 통신업계는 스마트폰과 노트북·태블릿에서 발생하는 데이터 사용량과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한다. PC에선 고화질 영상 시청이나 대용량 파일 업데이트 등이 잦은 만큼 자칫 특정 기지국에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해 전체 네트워크 품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글로벌 통신장비 업체 에릭슨의 '모빌리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스마트폰 1대당 월평균 트래픽은 21GB인 반면, 노트북은 28GB로 더 많았다. 한정된 네트워크 자원을 보호하기 위해선 네트워크 과부하 유발시 데이터공정사용정책(FUP)따라 이용을 제한 및 차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여기엔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도 깔려있다.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가 '무료 와이파이'처럼 사용될 경우, 가족 구성원이 하나의 무제한 회선만 개통해 여러 기기에서 공유·사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무제한 뷔페라고 해서 음식을 외부로 반출할 수 없는 것처럼, 무제한 데이터 역시 계약된 회선과 단말 내 직접 사용을 전제로 제공되는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한편 올 하반기부터 이동통신 요금제 체계는 대폭 개편된다. 5G와 LTE를 구분하지 않고 데이터 제공량 중심으로 구간을 나눈 '통합요금제'가 도입돼서다. LG유플러스는 오는 6월부터 기존 65종에 달하던 요금제를 18종으로 축소해 선보일 예정이다. SKT도 오는 7월 통합요금제를 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