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격하게 말하면 부동산이나 정수기 임대 사업에서 벌어들인 이익으로 버티고 있는 겁니다."
정훈 청주대 회계학과 교수가 2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방송미디어 구조변화에 따른 유료방송 정책 재정립 방안 마련' 세미나에서 케이블TV사업자(SO)의 현실을 이같이 표현했다.
정 교수는 이날 SO의 방송·비방송 사업을 회계 분리해 분석한 결과 흑자였던 공표 실적과 달리 방송사업에선 4년 연속 영업적자가 기록됐다고 밝혔다. 발표에 따르면 2022~2025년 12개 SO의 방송사업 영업이익률은 각기 -6.65%, -10.78%, -10.94%, -7.04%였다. 정 교수는 2022~2024년 14개 SO와 지난해 제출자료가 확보된 12개 SO를 대상으로 방송사업 손익을 분석했다. 4개년 영업이익률 추이는 지난해까지 비교 가능한 12개 SO를 기준으로 산출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발표하는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에 따르면 같은 기간 SO는 0.9~7.3%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초고속인터넷 등 비방송사업 수익이 반영되면서 연도별 9~15%p 정도의 괴리가 발생하는 등 적자 구조가 가려져 있었다는 의미다. 정 교수는 "비교가능성은 신뢰성과 함께 회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일관된 기준으로 정보를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방미통위의 경쟁상황평가가 비교가능성 없이 이뤄지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회계분리 후 방송사업 영업손실은 2022년 1164억원, 2023년 1816억원, 2024년 1791억원, 2025년 1123억원이었다. 정 교수는 "지난해 적자 폭이 줄어든 건 매출 회복이 아닌 판매관리비 절감 영향"이라며 "매출 위축이 계속되는 한 구조적 흑자 전환은 어렵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2개 SO 판매관리비는 4863억원으로 전년(5539억원) 대비 12.2% 감소했다.
SO의 방송사업 매출은 2022년 1조7513억원에서 지난해 1조5952억원으로 8.9% 감소했다. 같은 기간 비방송 사업 매출은 9612억원에서 1조687억원으로 늘었다. 비방송 매출 비중도 같은 기간 35.4%에서 40.1%로 확대됐다. 정 교수는 "초고속 인터넷 등 사업에서 벌어들인 돈이 방송 사업으로 들어가는 '교차보조' 현상 발생이 데이터로 확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우선 경쟁상황평가에 활용되는 회계 데이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규제기관이 명확한 원가 배부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가장 좋다"며 "적어도 사업자 제출 자료를 검증·확인해 방송사업 손익을 보다 정확하게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IPTV(인터넷TV)와 SO를 동일한 기준에서 평가할 수 있도록 회계정보의 비교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재 IPTV는 회계분리 기준이 적용되는 반면, SO는 사업 부문별 회계분리 의무가 없어 사업자 간 수익성 비교와 시장 상황 판단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요금 승인제도 현재 사업이 구조적 적자에 빠져 있어 큰 효과가 없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방송통신발전기금 역시 법인 전체가 아닌 종합유선방송사업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등 분담률 합리화가 필요하다"며 "콘텐츠 대가 협상도 시장 상황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편 이번 세미나는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KCTA)가 주최하고 한국방송학회가 주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