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장마철 홍수 위험, 기술력으로 극복하자

정일문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자원하천연구본부장
2026.07.07 07:00

매년 여름이면 어김없이 홍수기가 찾아온다. 그러나 최근 우리가 마주하는 홍수는 과거와 다르다. 장마철에 비가 일정하게 내리던 양상은 약해지고, 짧은 시간에 특정 지역으로 강한 비가 집중되는 국지성 극한호우가 빈번해지고 있다. 도심에서는 하천 범람보다 우수관망의 배수 한계, 지하차도와 반지하 주택 침수, 저지대 도로 물고임이 먼저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기후변화가 홍수위험의 성격 자체를 바꾸고 있다.

최근 한성숙 신임 국무총리가 기후에너지환경부 한강홍수통제소를 방문해 홍수 대응체계를 점검했다. 본격적인 장마철을 앞두고 재난대응 체계를 선제적으로 준비하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기후위기 시대에는 과거의 경험이나 평균적 기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평년이 아니라 최악의 상황을 기준으로 대비해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의 정책적 의지와 과학기술의 뒷받침이 함께 필요하다.

최근의 홍수는 하천, 도시 배수망, 지하공간, 저류시설, 댐 운영, 조위 영향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며 발생한다. 따라서 홍수방어는 더 이상 하천 수위만을 보는 방식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유역과 도시 전체의 물 흐름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앞으로의 위험을 예측하며, 대응 우선순위를 판단할 수 있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홍수예보, 도시침수 예측, 댐·하천 운영, 취약지역 관리 등 여름철 홍수피해 최소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수단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이 현장에서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위험을 빠르게 감지하고 예측할 수 있는 기술 기반이 필수적이다. 이 지점에서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출연연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우리나라 건설·국토·수자원 분야의 과학기술을 연구하는 국가 연구기관으로서, 기후위기 시대의 홍수방어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특히 수자원하천연구본부는 현장 관측자료, 수문·수리 해석기술, 인공지능 기반 예측모형, 디지털트윈 기술 등을 활용해 기후에너지환경부의 홍수대응 정책을 기술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인 연구가 'AI 기반 하천 홍수예측' 기술이다. 이 기술은 관측수위, 강우량, 레이더 강우, 기상예측자료, 댐 방류량, 조위자료 등 대용량 수문자료를 인공지능이 학습해 특정 지점의 미래 수위를 빠르게 예측하는 기술이다. AI의 신속성과 물리 기반 수문·수리모형의 해석력을 결합하면 홍수 발생 전 대응 시간을 확보하고, 관계기관의 의사결정을 보다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

도시침수 예측 기술도 중요한 분야다. 도시는 불투수면이 많고 배수체계가 복잡해 짧은 시간의 집중호우에도 침수피해가 빠르게 발생한다. 특히 지하차도, 지하철역, 지하상가, 반지하 주거지와 같은 공간은 침수가 시작되면 인명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지표면 유출, 우수관망 흐름, 하천 수위 상승, 저류시설 운영을 동시에 고려하는 고정밀 도시침수 예측모형을 고도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강남역 일대와 같은 도심 침수 취약지역을 대상으로 극한호우 시 침수 양상을 모의하고, 실제 예보체계와 연계하기 위한 실증 연구도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의 홍수방어는 '경험 기반 대응'에서 '예측 기반 대응'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하천 수위, 강우레이더, 위성자료, CCTV, IoT 센서, 도시 배수자료 등 다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결합하고, AI와 물리모형을 함께 활용해 위험을 조기에 감지해야 한다. 동시에 예측 결과가 행정기관의 의사결정과 시민의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보 전달체계도 고도화해야 한다.

기후위기시대에 홍수방어는 제방을 높이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데이터를 연결하고, 위험을 예측하며, 도시와 하천을 함께 관리하는 과학적 홍수방어 체계가 필요하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홍수기, 우리는 두려움이 아니라 기술력으로 극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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