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습도 76% 무더위에…70도 경사를 걸어올랐다[르포]

이찬종 기자
2026.07.29 04:00

생필품 전달·안부 확인 '안부살핌 소포' 서비스
우정사업본부 대표 공공사업…4년 29만 가구 방문
부산 사상우체국 3년째 사업 중, 연 10회·300가구

신은철 집배원이 23일 김경빈(61세)씨에게 '안부살핌 소포'를 전달하고 있다./사진=이찬종 기자

"소포 안에 든 생필품도 좋지만 바쁜 시간 쪼개서 찾아와주는 게 더 고맙죠. 웃으며 인사 나눌 때 정말 반가워요."

23일 부산 사상구 모 주택가에 내리자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도 목덜미가 뻐근한 오르막길이 눈앞에 펼쳐졌다. 32℃·습도 76%의 무더위를 뚫고 신은철 사상우체국 집배원은 뚜벅뚜벅 오르막길을 걸어 올라갔다. 우편물을 가득 실은 오토바이는 무게중심이 뒤로 쏠려 오르막길에서 넘어질 수 있어서다. 굵은 땀방울이 비처럼 두 뺨을 타고 흘렀다.

50m쯤 올라가 한 연립주택 문을 열자 거동이 불편한 김경빈(61세) 씨가 문 앞에 누워 기다리고 있다. 차라도 대접하겠다며 몸을 일으키려는 김 씨를 신 집배원이 겨우 말렸다. 신 집배원은 "안부살핌 소포 서비스 이용자는 거동이 불편한 분들이 많다"며 "'아픈 곳은 없냐'고 물으면 오히려 실례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식사는 했냐'고 묻는 등 가볍게 안부를 확인한다"고 말했다.

신은철 집배원이 23일 김경빈 씨 집을 방문하기 위해 오르막길을 오르고 있다./사진=이찬종 기자

신은철 집배원이 23일 문병근(49세)씨에게 '안부살핌 소포'를 전달하고 있다./사진=이찬종 기자

문병근 씨에게 전달한 '안부살핌 소포'의 모습. 햇반, 컵라면, 참치캔, 김 등 생필품이 담겼다./사진=이찬종 기자

뒤이어 방문한 시각장애인 문병근(49세) 씨는 기다렸다는 듯 활짝 웃으며 문을 열었다. 지난해 9월 이사 온 문 씨는 이웃 주민보다 신 집배원과 먼저 친해졌다. 그는 "주변에 얘기 나눌 사람이 별로 없는데 방문할 때마다 반갑다"고 했다. 문 씨는 커피를 싫어하는 신 집배원의 취향까지 속속들이 꿰고 있었다.

김 씨와 문 씨 두 사람이 정기적으로 신 집배원과 만날 수 있었던 건 우정사업본부의 안부살핌 소포 서비스 덕분이다. 집배원이 취약계층에 생필품이 담긴 소포를 배달하고 안부를 확인하는 서비스다. 도움이 될만한 복지 혜택을 연계해주기도 한다. 부산 사상구는 3년째 안부살핌 소포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6~11월 둘째·넷째 주 수요일마다 안부 소포를 배송한다. 총 연 10회·300개 가구다.

방문 후에는 건강·주거·위생 등 3개 항목으로 구성된 체크리스트로 안부를 확인한다. 집배원 눈에 보이는 특이사항이 있으면 주관식으로 기재할 수도 있다. 덕분에 지난해 사상구는 건강 80개, 주거 30개, 위생 28개 등 총 138개의 위기 가구를 발견했다.

안부살핌 소포 서비스는 소포 물량 감소로 발생한 유휴 인력을 활용하기 위해 우정사업본부가 운영하는 공공사업 중 하나다. 거미줄처럼 뻗어있는 우편망 네트워크로 산지·오지까지 방문한다. 건당 비용은 5000원인데 지방자치단체, 우체국공익재단 등이 분담하며 이용자는 부담하지 않는다. 우본은 2022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107개 시·군·구의 약 29만 가구를 찾았다. 이 중 40%에 육박하는 약 11만 가구에 복지 서비스를 연결해줬다.

집배원들도 힘들기보단 보람차다는 반응이다. 권혁민 사상우체국 집배실장은 일이 늘어난 셈인데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집배원은 주민들과 직접 대면하는 '푸근한 직업'"이라며 "안부살핌 소포 서비스는 일이라서가 아니라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 한다"고 답했다.

부산지방우정청은 안부살핌 소포 서비스의 모태인 '복지등기' 서비스를 영도구에서 전국 최초 시행하는 등 공공사업에 적극적이다. 현재 △복지등기(일반 24개·치매 9개 지역) △폐의약품 수거(9개 지역) △안부살핌 소포(14개 지역) △국립공원 재활용품 회수(6개 지역) △어르신 현금배달(4개 지역) △국민연금 현금배달(10개 지역) △스타벅스 느린우체통(1개 지역) 등을 운영 중이다.

소포를 배송하는 신 집배원을 뒤따라 가봤다. 우편물이 가득 실린 오토바이는 무게중심이 뒤로 쏠려 오르막길을 오를 수 없다. 무더위에도 두 발로 걸어가는 수 밖에 없다./영상=이찬종 기자

신은철 부산 사상우체국 집배원./사진=이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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