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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생체신호 압축 핵심기술이 국제표준으로 채택됐다. 의료 데이터를 더 작고 빠르게 저장·전송하면서도 원본 품질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이다. 원격의료와 AI 의료, 웨어러블 헬스케어 등 차세대 의료 서비스의 기반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미디어부호화연구실 연구진이 개발한 생체신호 압축 기술이 국제전기통신연합 전기통신표준화부문(ITU-T)과 국제표준화기구(MPEG)가 공동 추진한 생체·일반 파형 압축 국제표준(H.BWC)에 공식 반영됐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표준은 지난 7월 국제 표준화 회의에서 ITU-T 권고안(T.261)과 MPEG-D Part 8로 동시에 승인됐다.
ETRI는 이번 표준에 핵심 압축기술 2건을 반영한 데 이어 표준문서 작성과 조율을 총괄하는 '에디터(Editor)' 역할까지 맡았다. 단순히 기술을 제안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제표준 제정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H.BWC는 뇌파(EEG), 심전도(ECG), 근전도(EMG)와 같은 생체신호는 물론 다양한 파형 데이터를 원본 그대로 유지하면서 저장 용량만 줄여주는 무손실 압축 기술이다.
그동안 CT나 MRI 같은 의료영상은 '다이콤(DICOM)'이라는 국제표준이 널리 사용됐지만, 생체신호를 위한 국제 압축표준은 사실상 없었다. 생체신호는 데이터 양이 매우 많고 작은 오류도 의료진의 진단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정보 손실 없이 용량을 줄이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H.BWC는 이러한 기술적 공백을 메운 첫 국제표준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TRI가 국제표준에 반영한 첫 번째 핵심기술은 '사전 예측 기반 부호화'다. 생체신호는 직전 데이터와 비슷한 형태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착안했다. 연구진은 이전 신호를 바탕으로 다음 값을 미리 예측한 뒤 실제 값과의 차이만 저장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예를 들어 매 순간의 값을 모두 기록하는 대신 달라진 부분만 기록하는 방식으로, 저장해야 하는 데이터 양을 크게 줄였다.
두 번째는 '전극 배치 기반 채널 부호화' 기술이다. 뇌파 검사는 여러 개의 전극을 동시에 사용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채널에서 비슷한 정보가 반복 저장되는 경우가 많다. 연구진은 전극 간 연결 관계만으로 이런 중복 정보를 찾아내 불필요한 데이터를 제거하고, 필요할 때는 원래 신호를 정확하게 복원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별도의 복잡한 연산 없이도 기존 방식보다 높은 압축 효율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두 기술은 모두 국제 공동 성능 검증을 통과해 표준기술로 채택됐으며, 관련 국제표준특허 2건도 함께 확보했다. 이번 기술이 적용되면 생체신호의 원본 품질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파일 크기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의료기관은 대용량 의료 데이터를 보다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전송할 수 있으며, 원격의료와 웨어러블 헬스케어, AI 기반 정밀의료 등 고품질 생체신호 처리가 필요한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활용 범위는 의료 분야에만 그치지 않는다. 공장 설비의 진동 데이터나 산업용 센서에서 발생하는 각종 파형 데이터도 효율적으로 압축할 수 있어 스마트 제조와 산업 모니터링 분야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특히 이번 무손실 압축기술은 MPEG의 '기계를 위한 오디오 압축 표준(ACoM)'에도 채택돼 산업 전반으로 활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강정원 ETRI 미디어부호화연구실장은 "이번 성과는 단순히 기술을 제안한 것이 아니라 우리 기술이 국제표준의 핵심 구성요소로 공식 인정받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생체신호와 실감미디어 압축기술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국제표준화를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이태진 ETRI 미디어시스템연구본부장은 "그동안 생체신호를 위한 국제 압축표준이 없었던 상황에서 ETRI의 핵심기술이 새로운 국제표준의 기반이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국제표준을 바탕으로 의료는 물론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